일선복귀는 언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만사형통’ ‘영일대군’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3일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하자 그 배경과 여권의 쇄신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한달여간 참석하지 않던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나타나 “앞으로는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경제·자원 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부의장의 이날 발언은 4.29 총선에서 자신이 밀어붙여 공천한 정종복 전 의원의 낙선, 그리고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과정에 친박 최경환 의원을 지원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되면서 당내 입지가 급격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당 쇄신위를 중심으로 소장파 의원들의 ‘형식적지도부(박희태)와 내용적 지도부(이상득)의 동반퇴진’론이 일어나고, 4일에 있을 의원연찬회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퇴진론이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고 때를 놓칠 경우 영원한 퇴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예상되므로 스스로 한발짝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측근에 따르면 이 전 부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당 쇄신 논의를 계기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은 경제와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고 이 전 부의장에서 정치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분간 쇄신론에 떠밀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을 뿐 한나라당이 쇄신론이 수습국면에 들어갈 경우 언제나 당 화합을 앞세워 온 이 전 부의장에게 역할이 다시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의장도 이날 회의에서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으로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일선복귀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실제 친박 진영에서는 친이 진영의 온건파인 이 전 부의장의 2선 후퇴를 반기는 기류가 아니다.
한 친박 의원은 “그나마 이 전 부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 원로들이 친이-친박 갈등을 중재하는데 노력해 왔기에 당이 이 정도나마 버티는 것”이라며“이 전 부의장이 정계은퇴를 하고 친이 강경파가 당을 장악하게 되면 친이-친박 갈등은 거의 분당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부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당내 계파갈등 해소를 위해 실천해 왔다고 자부한다. 당 단합에도 힘을 쏟아왔다. 당 화합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정치적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부의장의 정치일선 복귀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당내 상황이 그를 다시 부르는 모양새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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