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의 정치인식은 바르다
김황식의 정치인식은 바르다
  • 승인 2013.12.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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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김황식’이라는 이름은 국민 앞에 크게 어필한 적이 별로 없다. 대법관을 역임하고 국무총리를 2년5개월이나 했지만 선출직으로 뽑혀야 하는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스타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최고의 고위 공직자로 지냈으면서도 언제나 한발 뒤로 섰던 인물로 저널리즘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국무총리를 민주화 이후 최장수로 역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황식의 이름이 국민들의 지명도에 크게 마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잔잔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매스컴의 총아로 등장했다. 총리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독일연수를 떠났기에 오랜 공직생활에서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출국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독일의 정치실상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온 모양이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유명 정치인들이 현직을 물러난 뒤 외국의 대학에 유학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 수박 겉핥기로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내걸 뿐 실속은 별로였던 것으로 국민들은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김황식의 행보는 전연 다르다.

새누리당 국가모델연구모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국회에서 특강을 한 것이다. 귀국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기에 그의 뇌리에는 아직도 독일정치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을 터였다. 그는 독일에서 한국정치와 비교하여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들을 목격하고 가슴에 새겨두었던 것 같다. 그가 총리로 있을 때 국회에 불려나가 소모적인 정쟁을 수없이 목도했고 스스로 많은 곤욕을 치러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되살아났을 것이다. 한국과 비교하여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과연 납득할만한 것이었는지부터 생각했을 법 하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의 수준은 학력으로 보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그들이 소지하고 있는 온갖 귀중한 학위나 자격증 등 소위 스펙도 단연 앞선다. 나이로 처도 386 등장이후 65세 이상은 모든 주요정당들이 국회의원 공천조차 주지 않는 풍조가 되었다. 따라서 경험이나 체험을 바탕으로 삼아야 할 귀중한 자산이 뒷전으로 물러나고 오직 입심으로만 무장한 강경파들이 득세하는 현실이다. 이를 총리로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김황식은 독일의 정치문화를 보면서 괄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내각책임제 국가다. 메르켈 총리는 여성총리로 10년을 집권했던 영국의 대처를 능가하는 연임을 할 수 있는 승리를 거두고 유연하게 독일을 경영 중이다. 비록 자당만으로 집권하지는 못했지만 연립정권으로도 지금처럼 해나간다는 것은 그가 소통의 정치를 해나가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김황식은 독일정치에 빗대어 개헌 얘기부터 꺼냈다. 한국의 5년 단임제 대통령중심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체제의 수명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통령제는 권력의 편중화가 심하기 때문에 자칫 국민의 여론과는 동떨어진 결정이 나는 수가 많고 대통령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살얼음판 같은 한국정치의 실상을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게 권력을 한 사람의 손에서 여러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기본적인 발상 때문에 국회 해산론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헌법에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국회의원들이 총사퇴하고 새로운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말을 했을까. 걸핏하면 거리로 뛰쳐나가고 촛불집회에 참여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넌더리를 낸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들에게도 이는 똑같이 해당된다. 국회 다수당으로 야당과 타협하며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것이 현실을 이상적으로 맞춰가기 불가능하다면 이상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는 선진화법의 폐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결단’을 촉구한 것만으로도 그의 단호한 소신을 엿보게 한다. 요즘 최대의 화두가 되어 있는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복지가 아닌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복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소득과 관계없이 퍼주는 복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다.

김황식에 대해서는 최근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거론되어 왔다. 이에 대한 의원들과 기자들의 질문에 “공직생활의 경험을 살려 어떤 역할을 하고 싶지만 선출직으로 할 건지는 생각한 적 없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서울시장 후보는 그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표현한대로 ‘오늘 같은 역할(강연)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희망이고 보람’이라는 말은 한 사람의 계몽인 또는 계도자를 말함인데 그의 경륜이 너무 아까워 말리고 싶다. 그가 과거의 직책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마음만 갖는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정치와 사회를 바로 잡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다고 평가되기에 고건 전 총리처럼 우물쭈물하지 말고 과감할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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