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견공 전성시대
방송가 견공 전성시대
  • 승인 2013.12.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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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순수함에 ‘보고 또 보고’

애견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

반려동물 소재 프로그램 잇따라

순수함·충성심에 시청자들 만족

주연배우 보다 더 높은 인기
‘개판’이라는 말은 흔히 상황이 뒤죽박죽일 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TV에서만큼은 그 뜻을 바꿔야 할 듯싶다.

새로움에 목마른 TV에서 잇따라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 드라마에서는 주연 배우 뺨치는 분량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개까지 등장했다.

◆애견 소재 프로그램 속속 선봬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KBS 2TV가 매주 토요일 오후 방송하는 ‘슈퍼독’.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모델견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우승견에 상금 1천만 원을 비롯해 화보와 광고 촬영의 기회를 내걸었다.

/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슈퍼독/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
KBS 2TV ‘슈퍼독’
출연견들은 심사위원 앞에서 그럴싸하게 사진도 찍어보고, 갖은 재주를 부려 자신을 어필한다. 즉 주인이 아닌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할 줄 알아야 하고 주인의 요구에 기민하게 응답하는 복종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KBS 이은형 PD는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면 어려워졌다”며 “그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것이 예측불가능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애견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달라진 점을 반영한다.

이 PD는 “과거에는 개를 가족이 아닌 가축으로 생각했다. 10년 전이었다면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 이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출연 견주 가운데는 반려동물에 아직도 박한 우리나라의 시선을 바꿔보고자 사명감으로 나오는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도 다음 달 7일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새 프로그램 ‘펫토리얼리스트’를 처음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패션·미용·레저 등 ‘펫 라이프(Pet Life)’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카라의 구하라,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 탤런트 홍종현이 자신의 애견과 함께 출연한다.

연출의 정종선 PD는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시청자라면 꼭 함께 경험하고픈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할 것”이라고 기대를 주문했다.

이 밖에도 동물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SBS ‘TV 동물농장’은 지난 2001년 첫 방송 이래 12년 동안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며 순항 중이다.

‘TV동물농장’의 SBS 김태현 PD는 “반려동물에게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순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사회가 각박·치열해지면서 동물들의 순수함, 충성심, 우정에 시청자들이 따뜻한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짚었다.

◆‘오로라공주’의 또 다른 주연, 떡대

/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떡대/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
드라마 /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오로라 공주/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에서 애견으로 등장하는 /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떡대/news/photo/first/201312/img_115459_1.jpg'.
견공들의 TV 진출은 비단 예능·교양 프로그램에만 머물지 않는다. 치열한 시청률 전쟁을 치르는 안방극장에서 어엿한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은 이가 있다.

바로 MBC 일일극 ‘오로라공주’에서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애견으로 등장하는 떡대(본명 통키·3). 세 살배기 알래스카 말라뮤트 수컷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 10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하차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오죽하면 ‘오로라공주의 최후 생존자는 떡대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는 극 중 단순한 ‘소품’을 넘어 오로라와의 교감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지난 6월에는 말풍선 CG로 그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떡대의 견주인 최승열(46) 코리아경찰견훈련소장은 “이제 떡대가 본명이 돼 버렸다”며 “산책을 나가면 주민들이 알아볼 정도다. 극 중 분량이 많을 때는 전체의 ⅓ 정도까지 등장해 주인공을 능가할 때도 있다”고 인기를 소개했다.

떡대의 출연료는 일 50만원 선. 일주일에 평균 2-3회 촬영이 있지만, 촬영이 몰릴 때는 1개월에 1천만원 가까운 출연료를 올린다.

촬영지인 일산 MBC드림센터 내에 어엿한 전용 대기실도 있으며,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리허설을 생략하는 특권도 얻었다.

‘오로라공주’에서 훈련이 된 개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떡대는 임성한 작가 앞에서 직접 ‘오디션’을 치렀고,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친 뒤 즉석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떡대의 연기 과정은 일반 배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본에는 ‘꼬리를 흔든다’, ‘짖는다’, ‘주인을 반긴다’ 같이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역할이 적혀 있다. 최 소장이 이를 확인하고 몇 차례 연습을 거친 뒤 카메라 뒤에서 지시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진다.

최 소장은 “떡대도 어엿한 하나의 배우로 들어간다”며 “아침 10시에 현장에 도착해 늦으면 새벽 3-4시까지 촬영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스튜디오에서 소변을 보는 등 돌발상황을 일으킨 적이 없다.

‘큐’·‘오케이’ 같은 사인을 알아듣고, 1-2시간 정도는 거뜬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촬영에서의 난관은 의외의 지점에 있다. 스튜디오 바닥이 미끄러워 떡대가 종종 미끄러진다는 것. 극 중 그가 ‘넙죽’ 엎드려 있는 장면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최 소장은 “촬영이 끝나면 꼭 생닭이나 생소고기로 몸보신을 한다”고 덧붙였다.

떡대가 사람도 고된 드라마 촬영을 너끈히 해낼 수 있는 까닭은 25년 베테랑인 최 소장 아래서 2년여에 걸쳐 꾸준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훈련 과정에 비하면 상당히 긴 기간이다.

최 소장은 “개를 교육하는 사람으로 떡대가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며 “애견가들은 대부분 사람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에 훈련하려는 경향이 있다. 개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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