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뒹구는
열두 솟을대문 안의 꽃밭
제 철을 미루면서 흔들리는
한 떨기 꽃봉오리.
물굽이로 밀려오는 내일의
할머니의 주름살로 밀려오는
내일의
기다림이 씻고 가는
열두 가슴 속의 꽃밭,
그러나
쌀쌀하게 타오르는 아픔
가쁜 숨에 뼈골마저 잿가루로
삭아도
가쁜 숨에 뼈골마저 잿가루로
삭아도
바닷 속에 솟아오른 새벽 봉우리.
(이하 생략)
▷경남 함안 출생. 1955년『현대문학』을 통해 청마 유치환 추천으로 등단. 홍익대 교육대학원장 역임. 1971년 이래 `시문학’을 주재하며 유수한 시인들을 배출하고 있는 원로시인.
이 시에 대한 시작(詩作) 노트는 이렇다. 흔히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 말한다. ··· 만남과 헤어짐의 사이에는 <기다림>이라는 것이 있다. 잊어버리거나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것도 기다림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기다림은 가슴을 죄고 마음을 불태우는 것이다. 에너지의 순수한 연소라고 할 수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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