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남아공으로…”
“가자! 남아공으로…”
  • 승인 2009.06.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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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열사의 땅 두바이에서 월드컵 본선 7회 연속(통산 8회)출전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안보 불안과 끝없는 정쟁과 경기불황에 짓눌린 암울한 분위기를 한 순간에 날려버린 쾌거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제압하는 첫 꼴을 터뜨린 박주영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었다”는 말이 기억이 남는다. 사회지도층들이 그런 자세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대표팀은 7일 새벽(한국시간) UAE 두바이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0으로 UAE를 제압하고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날 승부의 마지막 쐐기는 기성용의 발이 일궈냈다.

기성용은 전반 37분 UAE의 나세르 골키퍼가 몸을 던지며 밖으로 나가는 볼을 쳐내자 이를 빈 골문을 향해 그대로 슛. 행운의 골을 터트리며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한국축구는 월드컵 본선진출권 7회 연속으로 따냈다는 대기록을 세운 것만으로도 값지지만 축구를 넘어 시사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허정무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이다. 자율체제로 시종일관했으면서도 팀을 극도로 긴장시켜 최선을 다하게 한 점은 스포츠 밖의 사회 각계층이 배울 점이다. UAE와의 대전에서 승리가 분명했고, 약 2시간 동안 단 한 차례만 경기장에서 팀 훈련을 소화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사실상 자유롭게 했지만 선수들은 UAE팀과의 대전을 앞두고 자기충전의 기회로 삼았다.

두바이의 고급 호텔에서 머물면서도 선수들은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기는커녕 자율 체제 속에서도 숙소에서 하루 세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개인 관리에 힘을 쏟았다. 허 감독이나 감독의 의중을 잘 읽은 팀이나 모두 칭찬받을만하다.

허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는 2000년 당시 올림픽 팀을 지휘하면서 2002년 월드컵 때도 감독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엔 히딩크 감독에게 기회를 뺐긴 과거를 상기시키는 말이다. 월드컵 본선 감독 선임은 축구협회가 결정할 일이지만 뛰어난 국내인재의 길을 가로막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베이징 올림픽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정치도 저랬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을 피력했었다. 섭씨 45도 열사의 나라 두바이에서 월드컵본선 남아공화국행 티켓을 따낸 허정무호에서 또다시 그런 갈증을 맛본다. “강한 파도가 좋은 어부를 만들듯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강한 상대와 맞붙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허 감독의 말은 정쟁에 몰입하고 있는 정치권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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