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은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우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이 규정이 오는 7월부터 적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속기간이 2년을 넘은 한시적 근로자가 86만8000명이다. 사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고령자나 단기간 근로자 등 16만 명을 제외해도 고용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이 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정규직 전환은 당연히 고용주의 부담증가로 이어진다. 기업들로서는 정규직 전환보다는 고용기간을 2년 채우기 전에 해고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위기로 투자 고용 등을 줄이는 긴축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됨에 따라 정규직 전환의무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으나 지금까지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내부의견이 엇갈려 당론을 정하고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정규직 개정안을 MB악법의 하나로 꼽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6월 임시국회도 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대통령 사과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개원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노동부에서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는 국회만 바라볼 뿐이다. 비정규직 해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도 모두 손을 놓고 있다.
개정안의 표류로 기업들의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숙련된 근로자의 필요성이 큰 업종이나 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방침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간연장 가능성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다.
기간연장도 한시적인 것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은 기업으로선 정규직 전환보다 해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선 실업대란부터 막아야 한다.
눈앞에 다가온 대량해고 위기를 앞두고 지금 비정규직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야당도 정규직 전환만 주장할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소집하여 비정규직법 처럼 시급한 민생법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아선 믿을 수가 없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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