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는 왜 색깔이 많은가
팔색조는 왜 색깔이 많은가
  • 승인 2013.12.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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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 송정초등학교장
칠면조와 팔색조는 모두 몸에 지닌 색깔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칠면조는 얼굴색이 일곱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팔색조는 온몸이 여덟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중에서 팔색조는 그 이름만으로도 화려하고 오묘한 색깔의 세계가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되어 있는 팔색조는 우리나라 여름 철새이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인도네시아, 보루네오 등에서 월동하고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로 와서 번식을 하는 새입니다.

우리가 팔색조에게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그 화려한 색깔에 대한 비밀입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여덟 가지 색을 자랑하는 팔색조도 어렸을 때에는 검정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갈색입니다. 이는 둘레의 색깔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보호색입니다. 부화 후 점점 색깔을 더하게 되는데 이마에서 머리꼭대기까지의 색은 끝까지 어렸을 때의 짙은 갈색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알을 품을 때나 위험이 닥쳐 몸을 숨겨야 할 경우, 머리를 내밀고 사방을 둘러볼 때에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눈 앞쪽에서 뒷목까지는 검은색 굵은 띠, 그 경계가 되는 눈썹 선은 담황색, 등은 화려한 녹색, 허리는 광택이 나는 하늘색입니다. 그리고 가슴과 아랫꼬리덮깃은 빨간색, 첫째날개깃에는 흰색 반점, 가슴과 옆구리는 황갈색이 작은 몸을 감싸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몸의 한가운데와 뒷부분이 선명하게 붉은 것은 바로 적들에게 미리 겁을 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팔색조는 보호색과 경계색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른 주먹 크기의 작은 새가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이 아닌가 합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집을 짓는 기술입니다.

먼저 입지를 선정할 때에는 가까운 곳에 활엽수림이 있는 곳을 택합니다. 그것은 주식인 지렁이를 구하기에 다른 곳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자연 재해에 안전하도록 남향으로 움푹 들어간 바위기슭에다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집을 짓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굵은 가지를 엑스(X)로 얽어 기초를 튼튼히 한 다음 안으로 들어갈수록 부드러운 나무뿌리로 바닥을 만듭니다. 지붕도 덮는데 이때에는 활엽수 잎도 섞어 비가 내려도 둥지 속으로는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커다란 공처럼 한 덩어리가 되게 하여 어느 한 부분을 뜯어내려고 해도 결코 흩어지지 않게 합니다.

둥지 입구를 만들 때에는 어미도 겨우 드나들 수 있게 좁게 만들 뿐만 아니라 덮개 가지를 씌워 처음에는 어미도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새끼가 점점 커지고 먹이를 많이 찾게 되면 부리만 내어놓을 수 있도록 조금씩 넓혀나갑니다.

또한 집 둘레에 위장 구조물을 설치하여 겉으로 보아서는 그저 나무더미처럼 보이게 하여 적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주목할 점은 먹이를 물어오는 기술입니다. 팔색조는 여러 번 둥지에 드나들면 적으로부터 둥지를 노출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하여 일정한 간격을 두고 먹이를 한꺼번에 물고 옵니다. 땅을 헤집어 지렁이를 잡아내면 한곳에 모읍니다. 그리하여 여러 마리가 모이면 한입에 그것을 나란히 챙겨 물고 둥지로 날아옵니다. 먹이를 줄 때에도 새끼들을 두 조로 나누어 한쪽 조부터 집중적으로 먹입니다.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조에게 집중적으로 먹입니다. 이것은 새끼들로 하여금 먹이를 덜 보채게 하는 효과를 가져와서 결국은 모든 새끼들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팔색조가 살아가는 전략은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사람도 어디에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 지, 그리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팔색조는 주어진 조건이 미흡하지만 그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기 삶의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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