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위패·사진 없는 영정…
이름 없는 위패·사진 없는 영정…
  • 정민지
  • 승인 2013.12.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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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막을 길 없나> (중) 죽어서도 외로워

연 300명 이상 노숙인 쓸쓸한 생 마감

매년 추모제…‘무연사회’ 각성 움직임
# 지난 20일 오후 6시 동대구 지하철역 광장 한 켠에서는 천막이 펼쳐지고 20여개의 종이 위패와 사진이 없는 족자, 향과 국화꽃이 놓여졌다. 대구쪽방상담소가 매년 동짓날마다 지내는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을 위한 추모제’다. 올해 추모제는 이틀 앞서 매주 금요일 무료 저녁급식을 하는 시간에 맞춰 진행됐다. 차디찬 바람만 불던 광장에는 급식시간이 되자 노숙인, 노인들이 하나둘 모여 백여명이 분향소 앞에 섰다. 위패에는 이름 석자가 아닌 ‘이O환’으로 어떤 이는 나이도 이름도 ‘미상’으로 써 있었다.

쪽방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 대학생이 추모의 글을 읽어나갔다. “그곳은 지낼만 하신가요.”

최근 몇 년사이 ‘고독사’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러한 종류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증가함을 드러내고 있다.

‘노숙인 추모제’는 매년 평균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혼자 생을 마감하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대구도 올해 쪽방상담소가 파악하고 있는 ‘고독사’한 쪽방주민과 노숙인들을 위해 ‘우리는 당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이름으로 진행됐다.

대구쪽방상담소 장민철 소장은 “정확한 고독사 사망자 통계는 없지만 ‘OO씨가 죽었다고 하더라’라는 이웃의 이야기까지 포함해 위패를 만들었다”며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고 노동능력이 떨어져 제대로 경제생활을 할 수 없는 40~50대의 죽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죽음을 추모하는 쪽이 있다면 이런 죽음의 흔적을 지우는 쪽도 있다. 2008년부터 등장한 ‘유품정리업’이 그것이다. 숨진지 한참만에 발견되는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업체다. 대구에도 몇 곳의 유품정리업체가 있지만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 업체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싶지 않다”며 “영업상의 문제도 있어서 말하기 곤란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유품정리업은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고독사’ 문제를 노숙인, 쪽방민 등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경우를 포함해 무연(無緣)사회의 문제로 보고 민간차원의 움직임도 생겼다.

지난 7월 한국1인가구연합이 출범했다. 한국1인가구연합은 변호사, 공무원, 일반 시민이 만든 민간단체로 만 45세 이상 65세 미만의 1인가구에 무연사 방지를 지원한다.

이 곳은 장 소장이 지적했던 바와 같이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장년층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아 ‘고독사 위험군’인 이들을 위한 ‘사회적 가족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논문 ‘우리나라 고독사의 실태와 추이’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했다. 연구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에 의뢰된 1천37건의 부검자료를 바탕으로 대구 및 대구 인근 경북 지역의 고독사의 실태와 추이를 살펴봤다. 고독사로 분류된 88건 중 부패돼 발견 된 건수가 37.5%, 연령별로는 40~50대가 62.5%로 가장 많았으며 원인별로는 질환 사망이 28.4%이다. 성별로는 남자가 75%로 여자에 비해 고독사에 취약했다. 또 1인가구 수가 2013년 18.2%에서 2035년 34.3% 노인 인구수는 2013년 8.3%에서 2035년 28.4%, 독거노인 수는 2013년 26.6%에서 2035년 45%로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청 자료를 봤을 때 연구는 잠재적 고독사의 수는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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