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 아침에
갑오년 새해 아침에
  • 승인 2013.12.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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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배 한국도덕운동협회대구지회장
새 해가 떴다. 어제도 뜨고 지던 해이지만, 똑같은 그 해가 아니다. 끊임없이 폭발하고 융합하는 어제오늘의 태양이 같을 수가 없으며, 지구 공전의 황도 궤적 위에서 지난해와 새해를 가르는 인간 인식이 경계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다. 하얀 두루마기, 색동저고리의 기억. 도덕 본연의 바탕 빛깔이며 천지조화의 색깔일레라. 목욕재계하며 사욕(邪慾)을 벗고 가지런한 몸가짐으로, 밝은 날 맞으며 해맑은 얼굴로 서로 덕담(德談)을 나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잔잔하고 그윽한 마음으로 ‘복 많이 지을 수 있는’ 몇 말씀들을 음미해보면 어떨까, 새해 아침에.

‘일일부념선 제악개자기(一日不念善 諸惡皆自起).’ 하루라도 선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이 스스로 일어난다고 했다. ‘하루’가 아니라 ‘잠시라도’ 선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수시로 일어나 들끓는 오욕칠정의 유혹과 악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한 말씀이다.

‘종신선생 선유부족 일일행악 악자유여(終身善行 善猶不足 一日行惡 惡自有餘).’ 평생의 선행도 선행은 오히려 모자라고, 하루의 악행도 그 악행은 스스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선을 행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종신 선행에 해당하는 아홉의 선을 행했다 하더라도 결국 하나가 모자란다. 아홉의 선행을 했다 하더라도 이 선행이 하나의(일일의) 악행에 미치지 못하리라.

‘시은물구보 여인물추회(市恩勿求報 與人勿追悔),’ 은혜를 베풀었거든 되갚기를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마련을 갖거나 후회하지 말라는 말이다. 불교용어에 보시(布施, 報施)가 있다.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 자비심으로 조건 없이 베풀다’라는 의미다. ‘시은(市恩)’이나 ‘여인(與人)’의 의미도 ‘보시’에 내재된 ‘무조건’과 ‘자비심’의 발로와 조금도 다름이 아니다.

‘옥불탁불성기 인불학부지의(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義).’ 옥은 쪼아서 다듬지 않으면 그릇을 이룰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한낱 돌덩이에 불과하며 쓸모 있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 하물며 인간은 어떠하랴. 배우지 않고 닦지 않으면 마침내 본성과 천성(天性)이 흐려지고 의(義)를 모르는 미물이나 짐승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국정천심순 관청민자안 처현부화소 자효부심관(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 妻賢夫禍少 子孝父心寬).’ ‘나라가 바르면 천심도 순하고 관(정부)이 맑으면 백성은 스스로 편하다. 아내가 어질면 남편에게 화가 적게 미치고 자식이 효도하면 어버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저간(這間)의 난맥상을 보라. 이는 이전의 국정이 바르지 못한 까닭이며 관의 부정과 부패가 적지 않았던 소이(所以)이다. 당파적 정쟁에 휘둘린 도덕과 교육의 폐해를 보라. 찢어지고 무너진 정체성을 어떻게 회복하고 반듯이 복원할 것인가.

어느 띠 어느 해인들 달뜬 분위기로 부산하게 원단(元旦)을 맞지 않았는가. 올 갑오년도 부와 건강, 역동성과 강인함, 승승장구의 기운이 충만한 청마(靑馬)의 해라고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경계의 의미를 포함하여.

말로써 짓는 구업(口業)이 가장 크고 무겁다 한다. 한 해 내내 이 글귀라도 웅얼웅얼 잊지 않고 되뇌어 보자. 선(善)과 도덕(道德), 충(忠)과 효(孝)를 지키는 호신지부(護身之符)일지니.

‘일언부중 천어무용(一言不中 千語無用).’ ‘한 마디 말이 이치에 어긋나면 천 마디 말도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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