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얼굴
<좋은시를 찾아서> 얼굴
  • 승인 2009.01.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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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

친구가 더 좋던 나이적
풋풋한 대화對話 둥근 얼굴들이
이제는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되어
흩어져 달아난다.

세월이란
얼굴을 갈먹고
얼굴에 부딪히고
얼굴을 쌓아올리고 무너뜨리는 것

엉킨 얼굴이 정글 속에는
수없는 손과 발이 난무하고
얼굴을 줄줄이 엮어
팔려는 사람을 만날까 두렵다

그 언제던가
누구의 방이었던가 술집이었던가
순식간에 내 얼굴을 도적맞아
간신히 찾아온 기억으로
자주 얼굴을 만져본다.

▷경남 함안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문과 졸업. 1955년『현대문학』을 통해 청마 유치환 추천으로 등단. 1963년 문인협회 마산지부 초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청마문학회 회장 역임. 마산고, 경기여고를 거쳐 부산여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 문교부 교과서 협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00년 11월 10일에 타계했다.

시집으로「하초(夏草)」(1959),「남대문」(1966),「향관의 달」(1973) 등이 있다.

사람의 얼굴은 속일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사람의 얼굴이 지닌 세월의 편력을 감출 수는 없는가 보다. 4연으로 짜여진 이 시는 표제가 말하듯 젊음의 뒤안길에 있는 나이던 얼굴은 수척하기 마련이다. 둥근 얼굴들이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된다. 그런 늙어가는 얼굴에는 정글 속처럼 `수없는 손과 발이 난무’하는가 하면 `얼굴을 팔려는 사람’도 보인다.

이 시인은 필자와는 같은 청마 선생의 문하생으로 서 만날 때면 `자주 얼굴을 만져본다’는 사실을 실제 보아왔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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