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잘 살 수 있는 답 찾고자 국내외 전통시장 460여곳 누벼
상인들 잘 살 수 있는 답 찾고자 국내외 전통시장 460여곳 누벼
  • 승인 2013.12.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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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섭 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장
사람들은 그를 장돌뱅이라 불렀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강단에서 보낸 그다.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8권의 저서와 40여편의 논문을 저술하며 마케팅 관련 학문에서 대표적인 학자로 손꼽히는 그를, 사람들은 어째서 장돌뱅이라 부르는 것일까.

경북대학교 지역시장연구소 장흥섭(63) 소장. 그는 자신의 생을 시장과 소비자 연구에 다 바쳤다. 1979년 영주전문대 경영과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1980년 경상대 경영학과 조교 및 전임강사를 거쳐 1981년 경북대 사범대학에 자리를 잡고부터 지역의 전통시장 연구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266곳, 해외 196곳의 전통시장을 탐방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전 세계의 전통시장을 돌며 각 시장이 갖고 있는 문화와 특성을 보고 듣고 조사했다.

눈만 뜨면 시장을 찾았다. 그런 장 교수를 지켜본 사람들은, 장 교수의 성씨를 따 그를 ‘장돌뱅이’라고 불렀다. 환갑을 넘긴 그는 아직도 대학에서 지역시장연구소를 이끌며 전통시장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연구원 5명을 이끌고 6개월간 지역 전통시장 33곳의 현장을 세세하게 살핀 ‘대구 전통시장 과거·현재·미래’(경북대출판부)를 발간하기도 했다. “나 자신의 삶 모두를 우리나라 영세상공인과 시장 사람들을 위해 던지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장흥섭 교수. 대구신문이 전통시장을 향한 장 교수의 열정에 대해 묻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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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 장흥섭(63) 소장. 그는 “나 자신의 삶 모두를 우리나라 영세 상공인과 시장 사람들을 위해 던지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국내 최초 전통시장전문연구소 설립
상인들 대상 경영기법·마케팅 강의
다양한 시장 다니며 소비자 의식 조사
시장·소비자 관련 저서·논문 대거 저술

-무엇이 스스로를 전통시장 연구로 이끌었나.

“태어날 때부터 전통시장에서 자랐다. 1951년 9월 경북 칠곡군 기산면에서 태어났는데, 내가 6살이 될 무렵 부모님이 왜관시장으로 이사해 건어물 장사를 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북적이는 시장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10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인근 성주시장 대목장을 보고 돌아오시다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하셨다.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어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왜관의 미군부대 인근에서 건어물과 생선, 채소류 등을 팔았다. 장사가 잘 됐다. 그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남대 경제학과와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나름대로 학문적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1976년 1월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1979년까지 일했고, 퇴사 후에는 영주전문대와 경상대, 경북대 등에서 경영학을 가르쳤다. 마케팅과 소비자를 연구하는 경영학자로서 소비자를 기업의 관점이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연구하기 위해 애썼다.

경상대학장과 경영대학원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05년, ‘앞으로 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지금까지 30여년을 시장에서 살았고 30년간 시장과 소비자를 연구해왔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전통시장 연구라는 길로 이어졌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담겨 있는 전통시장을 연구하는 기나긴 길의 끝에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영세상인들이 잘 살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전통시장 연구와 영세상인 살리기에 나선 장 교수는 우선 지역시장을 연구하는 거점부터 설립하기로 했다. 그는 2005년 7월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 내에 ‘지역시장연구센터’를 만들었고 2007년 5월에는 지역시장연구센터를 우리나라 최초의 시장전문연구소인 지역시장연구소로 거듭나게 했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104회에 걸쳐 5천여명의 상인을 대상으로 경영기법에 대한 강의를 실시했고 영덕시장을 비롯한 15곳의 시장에서 상인대학을 운영했다.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저서와 논문을 생산하면서 1983년 3월부터 현재까지 460여곳의 국내·외 전통시장을 탐방했다.

-수백 곳의 전통시장을 둘러봤는데.

“정확하게는 국내 전통시장 266곳, 해외 전통시장 196곳이다. 탐방을 하면서 사진도 1만5천여장 찍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다양한 전통시장을 접하며 상인과 소비자들의 의식을 조사하고, 우수사례가 될 만한 시장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2010년에는 대구 전통시장 33곳의 문화와 특성을 현장감 있게 쓴 책도 발간했다.”

-기억에 남는 시장이 있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우스멜버른 시장이나 파하란 시장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 깨끗하고 쾌적한 시장 환경과 편리한 부대시설이 갖춰진 것은 기본이다.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어린이놀이터나 미니 동물원이 시장 안에 들어서 있다. 어린이와 함께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전역을 돌며 전통시장을 둘러본 느낌은 어땠나.

“우리나라 전통시장에는 5가지가 없다. 이른바 ‘5불(不)’이라는 것인데, 이 중 ‘불결’이나 ‘불친절’, ‘불편’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머지 둘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살 물건이 없다는 의미의 ‘부재’와 카드결제와 현금영수증 처리, 교환·환불이 안 된다는 뜻의 ‘불가능’이다. 이러한 것들을 감수하고 전통시장을 찾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예전에는 가격이라도 쌌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에 비해 전통시장이 딱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각 지자체가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 ‘수혈’에 나서고 있는데.

“천편일률적인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 활성화 지원은 오히려 시장의 특성화와 차별화를 저해할 수 있다. 자칫하면 시장 본연의 정체성마저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염려가 앞선다. 시설현대화 사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시장조사 결과도 있다. 시설현대화에 앞서 상인들의 의식이나 경영기법의 현대화가 우선돼야 한다.”

시설현대화, 시장 정체성 잃을까 염려
상인 의식개선·경영환경 현대화 우선
상인들 젊어지면 전통시장 되살아 날 것
창업 청년들에게 획기적 인센티브를…

◇“파는 이 젊어져야 찾는 이도 젊어진다”

-숨이 끊어지고 있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젊은 층이 시장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20~40대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동네슈퍼를 훨씬 선호한다. 다른 계층보다 구매력이 강한 젊은 층이 전통시장에 대거 유입되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젊은 층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인들이 젊어지는 것이다. 현재 노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 구조를 청년층으로 바꿀 수 있다면,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일시에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경영기법이나 친절도 면에서도 청년층은 훨씬 앞선다. 전통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도 많이 개선될 것이다. 전통시장이 청년층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노년층이 물러나는 시점에 전통시장도 명맥이 끊기게 된다.”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창업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일본의 경우 대대로 가업을 잇는 분위기가 있다. 할아버지가 시작한 가업이 증손자까지 이어지는 식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을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전통시장 안에 상점을 차리는 청년창업가들에게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청년창업자들에게 전통시장이 매력적인 곳이 돼야 한다.”

-결국 현재로서는 전통시장의 미래가 어둡다는 뜻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전통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상인들의 의식과 함께 시설이 현대화되고 ‘5불’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통시장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일부 시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전통시장의 쇠퇴가 현실로 다고오고 있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도 전통시장 살리기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난 19일 대구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2.6%가 전통시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통시장의 낮은 이용률과는 달리 전통시장의 생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말인가.

“대구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전통시장 이용실태 설문조사 자체가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치가 왜곡된 면이 없지 않다. 조사 결과에는 70%가 넘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의 생존에 공감했다고 하지만, 전통시장 바깥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면 전통시장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과연 50%를 넘길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통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만큼 전통시장의 개선과 활성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결국 살아야 하는 곳…“작은 몫이라도 하고파”

-책에서 전통시장의 ‘감성적 가치’를 무기로 내세웠다.

“현대화되고 도시화된 대형마트와, 구매 과정에서 인간의 숨결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 인터넷 쇼핑 및 홈쇼핑과는 달리 전통시장은 아직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한 마디로 정이 있다. 또한 지역성이나 전통성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 지역민들이 물리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기존의 유통업태들과 앞으로 생겨날 유통업태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된 가치다.

오늘날 기성세대들이 ‘시골 장날’에 대한 기억은 북적이는 사람들과 넘쳐나던 먹을거리, 약장수·엿장수·각설이와 같은 구경거리, 흥정하는 사람들의 얼굴, 오랜만에 장날에 만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모습 등 마치 축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장날에 대한 향수는 많은 문학과 예술의 소재가 됐다.

최근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새롭게 꾸민 방천시장이 젊은 층을 겨냥해 ‘감성적 가치’를 강조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신천대로가 놓이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방천시장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시장을 세련되고 아름답게 꾸몄다. 분명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그러한 프로젝트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과는 연계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결국 시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 돼야 하는 것이다.”

-목표가 있다면.

“전통시장에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다는 믿음은 전통시장의 부침에 상관없이 여전히 확고하다. 전통시장은 결국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전통시장의 생존과 활성화에 조그만 몫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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