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덩이 같은 정사를 안고 씨름 중이다
믿어야 할 사내는 원망뿐이고
어미는 끝도 없는 추락의 길을 간다
바다나
육지나
내장을 녹이는 습관들은 다를 바 없었다
어버이 이별이 천하의 고아를 낳고
멀쩡한 자식 놈을 눈먼 장님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죄악이다
그것들은 삶의 일부분처럼
일탈을 벗지 못했고
까발리기조차 힘든 치부들이었다
세상은 그랬다
농부의 아내가 그랬고
어부의 아내가 그랬고
울다가 떠난 어머니가 그랬다
사람들은 그것을 팔자라고 불렀다
▷▶이재한 경북 의성産, 낙동강문학 편집위원장 역임. 한국시민문학협회 수석부회장. 대구작가회의 회원 시집: 가난한 도시인의 자화상(시민문학사刊)
<해설> 작품 팔자는 노래방 도우미들의 삶을 이미지화 시킨 글이다. 현 세태를 고발하고 있는 팔자 전문에 ‘울다가 떠난 어머니가 그랬다’ 라는 대목이 있다.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가장 측근인 어머니를 비유시킴으로서 이 시대의 타락과 비극을 함께 그리고 있다. 이 한 편의 서정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현실 세태의 고발성이라 할 수 있겠다. -성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