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덕분에 좋은 역할 들어오네요”
“삼천포 덕분에 좋은 역할 들어오네요”
  • 승인 2014.01.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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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균

살인마·조직폭력배 등 악역 이미지, 드라마 통해 바꿔

배우 인생 폭풍같은 전환기…캐릭터보단 작품이 우선
인터뷰하는김성균<YONHAPNO-0133>
배우 김성균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블리’(삼천포+블리)라니.

여성 연예인 이름에 사랑스럽다는 뜻의 ‘러블리’(lovely)에서 ‘-블리’를 붙여 부르는 애칭인데, 그 주인공이 악역 전문 배우 김성균(34)이라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지난해 말 방송이 끝나고도 그 열기는 식지 않아 출연진이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던 1월 중순, 삼청동에서 만난 그도 멋쩍은 듯 ‘허허’ 웃기만 할 뿐이었다.

드라마 속 94학번 하숙생 동기 중 가장 어리지만 최고 노안에 아기처럼 연약한 아토피 피부를 가진 부잣집 아들 삼천포는 자존심 세고 아는 척은 꼭 해야 하고 깔끔 떨기로는 둘째라면 서러울 완벽주의자다.

아기처럼 이기적이고 유치하다가도, 아기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으로 음울한 분위기의 서태지 마니아 윤진(도희 분)이와 가장 먼저 러브라인을 만들어 냈다.

처음 삼천포 역을 제안받고는 “정말, 얼.척.(‘어처구니’의 경상도 사투리)이. 없.었.다.”고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주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

“뭐 하자는 거지? 조롱당한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동네 삼촌이나 복학생 같은 캐릭터겠지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스무 살에(정확히는 열여덟 살) 러브라인도 있다는 거예요. 나를 정말 우스운 꼴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리려고 하나 보다…”

하지만 제작진의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을 보면서 그렇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순수한 촌사람의 감성을 가진 거예요. 돈을 벌려고 일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창작하면서 노는 집단 같았어요. 모여서 그거 재밌겠다, 맞다, 까르르 이러면서 대본을 짜고 있더라고요.”

김성균은 물론 정우, 유연석 모두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중고 신인들이다. 제작진은 그들에게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찾아냈고 대중이 몰라보던 그들의 매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 중 가장 놀라운 발견은 폭력 조직의 행동대장(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소름끼치는 살인마(영화 ‘이웃사람’), 사이코 범죄 조직의 일원(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귀염둥이 하숙생 ‘포블리’로 변신한 김성균일 수밖에 없다.

김성균은 제작진을 가리켜 “그 사람들은 진짜 똘아이 같다”고 했다. 물론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찬사를 담은 말이다.

그는 “어떻게 우리 같은 사람들을 뽑아서 모아놓고 이런 걸 만들었을까 싶다”며 “중고 가전제품 센터를 했으면 아마 억대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 첫회를 장식한 삼천포의 상경기는 지방 출신 30~40대에겐 눈물 없이 볼 수 없던 장면이었다. 김성균 역시 처음 서울에 와 지방 출신인 걸 들키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고 네, 아니오 단답형으로만 대답했다고 했다.

“대본이 워낙 잘 짜여 있었고 정말 공감이 갔어요. 대본을 보면서 제가 봐도 삼천포가 너무 웃긴 거예요. 공감이 되니까 편하고, 그러다 보니 저도 대본에서 한 발 더 나가기도 했고요.”

드라마가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김성균은 다른 마음고생을 했다고 했다.

삼천포의 인기가 한창 최고로 치닫고 있을 때 영화 ‘용의자’의 개봉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김성균의 역할이 알려지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삼천포 이미지가 영화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언젠가는 코미디로 정말 빵빵 터뜨리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연극을 할 때도 정통극으로 배웠기 때문에 주로 딱딱한 역이나 악역으로 훈련했거든요. 지금까지 숨긴 개그 본능을 이렇게 풀어 보이게 될 줄 몰랐고, 또 이렇게 파장이 있을 줄 몰랐어요.”

지난 2년은 그의 배우 인생에 ‘폭풍’ 같은 전환기였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만 섰던 그는 2012년 첫 영화 데뷔작인 ‘범죄와의 전쟁’과 ‘이웃사람’ 두 편으로 신인상 여섯 개를 휩쓸었다.

그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상이 막 쏟아졌다”며 “뭣 모르고 했고 지금 다시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해 첫 드라마인 ‘응사’로 ‘포블리’라는 애칭을 얻고 생전 처음 광고를 찍었다. 왜 진작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을까.

“연극을 할 때도 항상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연극은 몇 개월에 걸쳐 준비하고 공연 당일 날도 두 시간 전부터 몸을 데우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면 자신 있게 무대에 설 수 있거든요. 공연하면서 점점 나아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영화는 한 번 찍고 나면 평생 남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외모 콤플렉스도 컸고요. 얼굴에 흉터가 많은데 이런 얼굴이 화면에 나오면 실례인 줄 알았어요.”

영화를 하고 나니 이번엔 드라마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응사’도 후반부에는 거의 생방송으로 찍었다. 자신은 그런 환경에 적응할 만한 즉흥적인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까 또 하게 되더라”며 “‘응사’ 덕분에 그때그때 만들어가는 재미도 많이 느꼈다. 앞으로는 뭘 하든 지레 겁먹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악역뿐이던 시나리오는 좀 더 좋은 역할로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삼천포를 하고 나니 다음에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어요. 뭐가 됐든 연기를 하고 싶은 거니까 저한테 맞는 캐릭터를 천천히 찾아가야죠. 작품을 고를 땐 제 캐릭터보다는 재밌는 작품이 먼저긴 해요. 무조건 많이 나온다고 욕심부려 주연을 맡았다가는 그만큼 단점이 탄로 나게 되거든요.”

일단은 ‘범죄와의 전쟁’을 함께한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거지꼴’을 한 민초 무리에서 김성균을 발견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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