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잘 산다는 것
<대구논단> 잘 산다는 것
  • 승인 2009.06.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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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자동차 타고,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대의 부모들은 자신의 가난을 대물림시키지 않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교육시키는데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왔다. 그런 배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이제 학업을 마치고 어른이 되어 직장을 얻고, 경제활동을 하며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켜가고 있다.

힘들었던 시대에 잘 산다는 기준은 경제적인 척도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사회 전체적인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산업화 이후 사회구조와 가치기준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오히려 혼란에 빠질 때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진정 자신의 행복과 성취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지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치중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인간성과 도덕성을 무참히 짓밟아버리기도 한다.

얼마 전 있었던 전 대통령의 죽음과 무슨 리스트 같은 것들도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 무리한 부의 축적과 무관하지 않는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치면 `잘 살기위해 룰을 어기는 경우’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 경쟁자의 진급을 막으려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비방 글을 올려 구속된 현역 장교,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도난 및 밀거래 사건, 렌터카 사기로 수억 원을 챙겼던 `현대판 김선달’ 이야기, 검찰사칭 보이스 피싱, 휴대전화 낚시문자로 40여만 명에게 17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 돈을 뜯어내기 위한 아동납치 등, 수도 없는 사건사고들이 매일같이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한다.

그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인가? 잘 산다는 것은 올바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멋져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나 자신의 눈에 만족스런 나를 찾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야말로 내가 실질적으로 스스로를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또 가장 소중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나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먼저 당당하고 만족스러워야 한다.

부자라고 다 행복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부자 중에 불행한 사람이 더 많다고들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넘치는 풍요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보다 못 가진 것에 대한 불평으로 살아가는 것은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감사와 사랑을 느낄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행복도 느낄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행복한 사람이다. 진정 아름다운 삶은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이며, 사랑을 나누는 삶이어야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닐까?

몇 년 전 직장에서 전 삼미그룹부회장으로 있다가 다시 호텔웨이터로 취업해 유명해진 어느 인사의 특강이 있었는데 그 주제가 `21세기, 이제 변해야 산다’ 라는 것이었다. 그 핵심내용은 `우리의 표정과 말이 변해야 하며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 삶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라는 그 분의 강의내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예쁜 얼굴도 찡그리면 추하고, 아무리 못생긴 얼굴도 웃으면 아름답다. 생긋 웃는 얼굴은 꽃보다 아름답고, 새벽공기보다 상쾌하다. 누군가 나를 향해 생긋 웃으면 그날 하루가 즐겁다. 반대로 내가 먼저 누군가를 향해 생긋 웃어주면 나도 행복하고 그 사람도 행복해진다. 웃음도 행복도 전염이 되니까! `잘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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