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평탄했던 삶은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 신혜는 회사일까지 대신해주며 기껏 성공하게 해놓았더니 뒤통수를 치는 애인 때문에 상심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했던 미연은 착한 남편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한다. 딸내미를 시집보내고 이제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즐기려는 해영에게는 뜻밖의 사고가 찾아든다.
아직은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40대 세 여성. 그들은 삶의 위기를 또 한 번 극복하고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에 비춰 40대 여성들의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관능의 법칙’이 차지하는 지위는 꽤 독특하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소재의 선택만으로도 도전적이라 할 만하다.영화의 명가 명필름이 제작했고, 1억 원 고료의 시나리오 당선작을 토대로 ‘싱글즈’(2003) 등 로맨틱코미디와 멜로 장르에 천착해온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관능의 법칙’은 겉으론 냉정하고 주책 맞지만 불 같은 정열을 숨기고 살아가는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매만진다. 화염처럼 타오르는 20~30대의 사랑을 그린 ‘싱글즈’에 비해 다루는 감정의 폭이 훨씬 넓다.
“오르가슴보다는 암이 어울리는 나이”에 접어든 그녀들의 사랑은 이제 예쁘고 착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배신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암세포처럼 숨어 있고, 입가에 점점 진해지는 팔자주름처럼 삶이 건네는 시름도 점점 깊어만 간다.
그래도 젊은 남자와 철없는 사랑을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든 건 아니고, 우정 비슷해진 남편과의 사랑도 확인할 수 있으며 상대의 아픔마저 보듬을 수 있는 밀도 높은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다. 권 감독은 40대의 사랑도 20~30대의 사랑 못지않은 풍성한 이야기가 넘친다고 말하는 듯 보인다.
40대의 솔직한 사랑과 성을 다루다 보니 노출수위도 꽤 있다. 엄정화는 데뷔 이 후 가장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을 소화한다.
2월1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8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