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따라 동생따라 도전…“우린 땅으로 通해요”
언니따라 동생따라 도전…“우린 땅으로 通해요”
  • 김지홍
  • 승인 2014.02.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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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적과 민원해결사’ 세자매 김진주·혜진·유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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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관할 기관에서 기술직인 ‘지적과’에 근무하는 세자매. 왼쪽부터 둘째 김혜진(31·달성군청)씨, 첫째 김진주(35·경북 김천시청)씨, 막내 김유진(29·대구 남구청)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세자매는 “생소한 분야였던 만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일반사람들도 대부분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민원 해결사 역할에도 충실히 임하겠다”고 입모아 말했다.
‘우리집 토지 대장은 어디서 어떻게 떼야 되죠?’

각 관할 구청마다 땅에 대한 기록을 하는 부서가 있다. 이들을 찾아가면 아주 간편하게 ‘토지 대장’이나 민원 서류를 뗄 수 있다. 땅 ‘지(地)’, 문서 ‘적(籍)’. 지적과다. 요즘은 토지정보과라고도 한다. 전문자격증이 있어야 되는 특수행정직에 포함돼 있다. 일반 사람들에겐 생소한 ‘토지정보과’. 대구·경북의 땅에 대한 관리 행정을 비롯해 지적재조사 등 현장에서 근무 시간을 보내는 세자매를 만났다.

첫째는 국문과, 둘째는 국어교육과, 셋째는 일어일문과…. 전공도 지적과는 거리가 멀다. 각기 다른 관할 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의 수다 주제는 대부분 업무 이야기 뿐. 김진주(35·경북 김천시청·2007년 입사)씨와 김혜진(31·달성군청·2013년 입사)씨, 김유진(29·대구 남구청·2008년 입사)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한때 각자의 길을 꿈꿨지만, 이제는 ‘땅’으로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운다. (편집자주)

/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김천시청/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 첫째 진주씨가 스타트
/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달성군청/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 둘째 혜진씨, 뒤늦게 도전
/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대구 남구청/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 막내 유진씨.../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친절공무원/news/photo/first/201402/img_121769_1.jpg' 선정

◇지적 공부의 시작

-어떻게 공부를 시작하게 됐나

진주씨는 8년 전 토지정보과에 대한 정보를 시누이에게 우연히 듣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해볼까?’라고 도전장을 건네게 된 것이 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주씨는 사실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오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공직자를 꿈꿨고, 이미 일반행정직 공무원 준비는 계속 해왔던 상태였다.

다만 “지적공사 쪽에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직업 소개를 들었을 뿐, 당시에는 별다른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진주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지적과 관련해 책을 보게 됐는데, 기존 알고 있었던 분야가 아니라 정말 생소한 분야여서 오히려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공부하게 됐다. 이어 지적 자격증 시험도 단 한번만에 ‘합격’을 거뭐쥐었다.

대학교 때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한 막내 유진씨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 유학을 떠나려고 준비했던 대학시절 동안 유진씨의 꿈에는 공무원이 없었다.

여러가지 주변 상황으로 결국 유학을 가지 못하게 됐지만, 방황할 법했던 찰나에 첫째 언니가 공부하고 있는 지적 교재가 눈에 들어왔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막 입사를 한 둘째 혜진씨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첫째 언니의 지적직 공무원 합격 소식과 함께 그 다음해에는 동생까지 연달아 합격을 축하 해줬다.

사범대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한 혜진씨는 당시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매들끼리 한번씩 만날 때마다 둘이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부러웠다”며 “그 공간에 끼고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아래 위로 다른 전공이었음에도 같은 업무를 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으며,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희망을 안기 시작했다.

혜진씨는 공부를 할수록 토지와 관련된 분야에 실제로 흥미가 느껴졌고, 현장에서 근무 중인 언니와 동생에게 어깨 너머 들은 것들과 노하우 등은 자격증은 물론 공무원 시험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부모님이 매우 좋아하셨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이 직렬은 지적과 관련된 건축학과나 도시계획학과 등 해당 분야를 전공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오게 되는데, 인문계열을 전공한 세자매는 ‘지적’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기술직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는 오히려 부모님께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기 위한 끈기로 작용했고, 더 열심히 공부에 파고들게 됐다고 한다.

당연히 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한다.

첫째와 막내가 먼저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혜진씨의 소감은 남다르다.

혜진씨는 “항상 옆에서 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며 “이 기회를 빌어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적과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업무 환경은 어떤가?

토지행정과도 지자체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단순 민원업무를 포함한 지적, 토지관리, 지적재조사 등의 분야로 크게 나눠져 있다.

세자매 중 첫째 진주씨와 막내 유진씨는 민원 업무를 보고 있는데, 막내인 유진씨의 경우 부동산 실거래 신고나 외국인 토지취득 신고 등 토지행정에 대한 민원 해결을 맡고 있다. 진주씨는 종합민원처리과에서 토지행정 관련 서류를 포함한 통합 창구쪽에서 근무하고 있다.

둘째인 혜진씨는 혼란을 야기하는 땅에 대한 표시를 명확하게 해주는 지적재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즉 과거에 토지조사 때 했던 지적조사를 일정 부분을 정해놓고 현장에 직접 나가 땅을 보고 경계 등을 정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평일 출장이 잦다.

유진씨는 “지적과도 여러가지 업무들이 나눠져있어서 모두 같은 업무를 보는 건 아니다”라며 “첫째 언니가 통합창구 쪽 민원이라 많은 사람들을 대해야 해 가장 힘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적과는 200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인기있는 직렬도 아니였고, 특히 여성들에겐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던 분야였다.

그나마 대구 지역에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올해는 지적과 관련 신규 여성공무원은 13명이 뽑혔다.

유진씨는 “대구 지역에 지적과 관련 공무원은 140여명 중 여직원은 30명이다”며 “점점 이 분야에서도 여성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혜진씨는 “달성군청에는 우리과 20여명의 직원들 중 여직원은 9명 뿐이다”며 “처음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여자라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힘든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녀 구분없이 전문가 입장으로 자신의 분야를 똑부러지게 해내는 선배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업무 중 보람찼던 때는

민원을 해결하는 진주씨와 유진씨는 주민들의 업무를 위해서 우리가 일하고 있으며,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진주씨는 민원 통합창구 업무다보니 사실상 지적관련 민원보다 일반 업무를 보는 횟수가 많다.

진주씨의 손을 거쳐간 수많은 민원들 중 악성 민원인도 있었지만, 그들을 이해해주는 태도는 공무원으로써 마땅히 가져야할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막내 유진씨는 얼마전 구청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란에 친절공무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유진씨는 “땅과 관련해서는 민감한 문제들이 있다. 대부분 40~50대 어르신분들이 문의하러 찾아오신다”며 “민원을 처리하고 안내를 하는 것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작은 안내에도 매우 고마워해주시니 오히려 힘이 난다”고 말했다.

또 특수직이라는 업무가 주는 소속감도 괜스레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토지, 보상금 등 특수행정자금 업무, 부동산거래 신고필증 등 내 손을 거쳐야 하는 서류나 다른 어느 기관을 가더라도 기술직은 같은 업무만 보니까 부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끈끈한 유대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적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세자매는 하나같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분야인 만큼, 아는 만큼 보여요”라고 답했다.

유진씨는 특히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권리를 누리려면 그에 관한 지식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의 경우 법무사에 위임할 필요가 없다. 이는 위임시 들어가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또 부동산중개업소에 중개수수료도 법정요율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초과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유진씨는 “간단한 상식임에도 대부분 민원인들은 이를 잘 모르고, 수수료로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구청에 잠깐 들리거나 전화 한통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을 놓치는 사람들에게 꼭 이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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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는 인터뷰 내내 “우리가 무슨 인터뷰 할 대상이 되냐”라며 하나같이 쑥쓰러워 했지만 나중에는 “기왕 나가는거면 이쁘게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세자매는 “토지과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해당 부서로 찾아가세요. 언제든 친절하게 안내해드릴겁니다”라고 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지적이란? = 토지에 대한 위치, 형질, 소유 관계, 넓이, 경계 등 여러가지 사항을 등록해 놓은 기록이다. 관할 기관의 지적과에서는 효율적인 국토의 개발 및 관리를 위해 정확하고 신속한 토지정보관리 행정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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