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세종대왕의 하루 일과를 생각하며
<팔공시론>세종대왕의 하루 일과를 생각하며
  • 승인 2009.06.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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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대구동촌초등학교 교장, 문학박사)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하루 일과는 매우 규칙적이다. 경연(經筵)을 통해 신하들과 함께 국가의 중요 문제를 논의하고, 나라의 기반을 다지며, 민족 문화의 표준을 세웠다.

세종대왕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 기상과 동시에 간단한 요기를 시작으로 시작한다. 5시30분에는 5일에 한 번씩 개최되는 조회에 반드시 참석하고, 이어 6시 아침 공부(조강), 7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8시 아침 문안 인사(대왕대비, 왕대비), 9시 승지 및 신료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조계(朝啓)를 갖는다. 11시30분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고, 12시 신하들과 국가 경영상의 문제를 토의한다. 오후 일정은 1시 낮 공부(주강), 3시 상소문 검토, 도승지에게 정책 지시 및 회의 소집 잡무 처리, 지방 파견 관리 및 중앙 발령 관료를 면대한다.

이때 팔도의 관찰사나 중요 지역의 수령들을 친히 만나 업무 당부 및 민원을 청취한다. 오후 5시 대궐의 호위를 맡을 군사, 장교들과 숙직 관료들의 명단 확인 및 야간 암호를 정해 준다.

오후 6시 저녁 공부(석강), 7시 저녁 식사, 8시 야간 공부(야대), 8시30분 저녁 문안 인사, 10시 취침을 한다. 하루의 일과가 오전5기부터 오후 10시까지 짜여 있고, 매일 조강, 토의, 주강, 석광, 야대 등 경연을 여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경연은 임금 앞에서 경서(經書)를 강론하는 자리이다. 경연이 열리는 집현전에서 학문을 닦기 위하여 유망한 젊은 선비를 뽑아 집현전 관으로 임명하고, 임금과 같이 경서 및 왕도(王道)를 강론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며, 조사한 것은 보고를 받았다.

조강(朝講)에서는 이른 아침에 강관(講官)의 진강(進講)을 듣고, 주강(晝講)에서는 법강(法講)을 듣는다. 그리고 토의 시간에는 유교, 학문, 정치 등을 협의하고 비판의 시간도 가진다. 저녁 공부를 하는 석강(夕講)에는 신하들과 더불어 글을 강론하며, 야대(夜對)에는 밤중에 신하를 불러 경연을 베풀었다.

이러한 여러 경연에 세종대왕이 자기 주도적으로 참석하였기에 경연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강연의 방법은 한 사람이 교재의 원문을 음독·번역·설명하고 나면 모르는 사항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다른 참석자들이 보충 설명을 하여 의문점을 해결해 나갔다.

토의 시간에는 세종대왕이 의제 발제자로 직접 나서 `가뭄 피해에 대하여’, `기민(飢民)의 구휼에 관하여, `과거 제도 운영의 공정성에 대하여’, `형벌 남용의 불가에 대하여’ 등 당시 위기의 극복 방안을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 수립의 기반으로 삼았다.

경연의 대상이 된 책도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 춘추, 사기, 자치통감, 통감절요, 자치통감 속편, 대학연의, 율려신서, 성리대전 등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폭 넓고 전문적인 서적들이다. 이들 서적의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 경영, 민족 문화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세종대왕은 이미 `학문들을 통관하는 이론과 사실들을 상호 연계하여 지식 체계를 통합하는 통섭(consilience)의 학문을 연마한 것이다. 이러한 통섭의 학문 체계가 바탕이 되어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천문, 도덕, 예의, 문학, 종교, 의약, 음악 등 여러 분야의 눈부신 업적을 이루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다른 임금에 비해서 유독 경연을 많이 주재하였다. 세종대왕의 경연의 횟수가 총 1,835회인데, 이것은 태조 4회, 정종 21회, 태종 8회, 문종 210회, 단종 12회, 세조 15회로 태종의 경연 횟수에 비하면 229배나 된다.

그리고 세종 5년에는 경연의 횟수가 186회로 총 횟수의 10%, 11년에는 167회(9%)에 이른다. 이러한 쉼 없는 경연이 있었기에 조선 역사상 가장 화려한 민족 문화의 꽃을 피운 창조의 CEO가 된 것이다.

세종대왕의 하루 일과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먼저, 계획한 일과대로 실천한 데 있다. 그리고 신하들과 함께 경연에 참석하여 학문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고도의 지식 습득은 물론 국가 경영의 전반에 대해 논의한 점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의 목요토론회, 대구교육발전 협의회, 워크숍, 각종 협의회, 토의·토론도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 수립의 자료를 수집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경연의 의도와 다를 바 없다.

선진 일류 국가로 나아가고 세계 속의 일류 대구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하게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고 실천하며, 창의적인 마인드로 미래를 힘차게 열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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