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독창성을 보장하는 교육
<대구논단> 독창성을 보장하는 교육
  • 승인 2009.06.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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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등학교장, 교육학박사)

지금 러시아에서는 컴퓨터 게임의 원조격인 테트리스 탄생 25주년을 맞아, 테트리스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데 대한 자괴감에 빠져있다고 한다. 즉 `전 세계 게임 문화의 아이콘(icon)인 테트리스는 러시아 인재가 만들었지만 정작 러시아는 이를 상품화하지 못했고 돈도 벌지 못했다.’는 반성이 그것이다.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안드레이 마카로프(Makarov) 의원은 일전 국영 1TV의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통탄하며, `정부는 잠자는 러시아 두뇌들을 일깨워 세계 게임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여기에는 공산주의 이념에 집착했던 소련 시절, 게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서방에 넘긴 과거에 대한 반성이 깔려 있다.

테트리스는 1984년 소련 과학원 소속 프로그래머였던 알렉세이 파지트노프(Pajitnov, 당시 29세)가 개발했지만, 소련의 국가 자산으로 간주되었고, 직접 생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 게임 프로그램을 헐값에 게임 기업체인 닌텐도 아메리카에 넘겨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테트리스는 전 세계에서 1억 2500만개나 팔려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되었지만, 러시아는 금전적으로 전혀 재미를 보지 못하였다. 그 후 파지트노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자신의 테트리스가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에 러시아 사회 일각에서 파지트노프를 `조국을 등진 배신자’라고 깎아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프라우다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들은 `테트리스는 문화와 언어의 국경을 초월해 러시아를 세계에 알린 대작(大作)’이라며 `제2, 제3의 테트리스가 나오도록 개발자를 우대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이러한 자책 덕분인지 최근 러시아의 두 프로그래머가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을 소재로 만든 컴퓨터 게임이 세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게임 산업도 지원하고 애국심도 고취하려는 러시아 당국의 물밑 지원과 더불어 다시는 지금까지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들어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도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해외 대상 상품 홍보 웹사이트인 `조선엑스포닷컴’에 따르면 심지어 남한에서 유행하는 고스톱이나 로또 게임은 물론 불법 사행성 오락으로 규정된 `바다 이야기’ 게임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한다.

특히 `고구려 역사 알기’ 게임은 역대 왕을 알아맞히는 게임으로, 지금까지 북한은 역대 왕조를 인민의 수탈자로 간주하여 적대시해왔는데 지금은 도리어 몇 대 왕이 무슨 일을 했는지까지 알아맞히게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출액이 1억 원 늘어날 때마다 `만족’ 아이템을 더 얻을 수 있으며, 아이템이나 자본금이 1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도록 하는 `시장 경제’ 원리를 적용하는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예를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는 당시 러시아와 같은 편협성과 배타성은 없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작금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지적재산권이 내국인에 의해 경쟁국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연구원으로 일하던 기업 비밀을 빼내어 국외로 유출하는 행태를 단순히 도덕적 해이로만 보아야 할런지 의심스러워질 때도 있다. 심혈을 기울여 개발된 기술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은 없는지, 봉급을 준다하여 기술자의 긍지나 자존심마저 회사 소유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비디오 아트를 창시하여 세계적인 공연 예술가로 우뚝 선 백남준이 한국의 피를 받았지만 우리 토양에서만 계속 성장하였다면 과연 그처럼 세계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자성론이 없지 않았던 적이 있다.

독창성을 보장하고 장려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영재로 자라나 세계적인 생산자가 될 우리 자녀들을 교육과 사회 시스템의 부족으로 그 싹을 키워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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