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동업을 끝내면서
<팔공시론> 동업을 끝내면서
  • 승인 2009.01.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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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의사가 개업을 하려면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학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타고난 내공으로 이것저것을 익혀야 한다. 경영이라는 것도 어떻게 하는 건지 듣고 배워야 한다.

환자관리, 세금절약, 직원관리, 그리고 또 다른 인간관계로서 건물주나 주차 관리인과의 관계 등이 맨 먼저 부딪히는 문제이고 개업을 오래 유지하려면 건강해야 하니 꾸준히 운동도 해야 하고 그 외 동창회다, 학회다, 자기발전을 위한 외국어공부 등을 하다 보면 일주일이 금세 지나간다. 성형외과 개원도 점점 개인 의원에서 그룹 운영으로 바뀌는 것이 유행이다.

외과의란 수술을 해야 되는 직업이므로 늘 메스를 들어야 한다. 대개는 얼굴이지만 다른 부위 즉 가슴, 배, 다리 등도 수술하게 된다. 필자는 항상 생각한다. 의사는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전문적이란 결과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거의 언제나 표준화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생활화된 수술, 즉 수술이 몸에 익어야 된다.

몸에 익은 수술을 하려면 같은 수술을 많이 해봐야 하고 같은 수술을 많이 하게 되면 자연히 전문가가 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수술을 섞어서 하지 않아야 한다. 코와 눈, 흉터교정술, 유방수술, 지방흡입술, 안면윤곽 교정술 등 섬세한 수술과 거친 수술을 동시에 다 잘 할 수는 없다. 하루에 두서너 개의 수술을 한다고 할 때 정말 자신 있게 잘 하는 것으로 수술 종목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더욱 세분화된 전문가가 되어야 표준화된 수술 결과를 낼 수가 있다. 필자는 흉터교정술과 눈 수술만을 잘 하는 성형외과의가 되려고 4개월 전에 다른 의사와 동업을 시작하였다. 결과는 실패이다. 동향에다 같은 학교 후배이고 필자의 밑에서 전공의를 잠시 했던 친구라 잘 아는 사람이고 그래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10년 이상 떨어져 있어 서로가 변했다는 사실을 간과하였다. 아니면 사람은 원래 다 다르듯이 생각이나 행동 패턴도 다르기 마련인데 옛 생각만 하고 나와 비슷할 거라고 여겼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는지 모르겠다. 혼자와 동업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매일 사용하는 은행통장에서 차이가 난다. 이것부터 개인의 것과 공동의 것을 구분해야 한다.

카드 결제 시 개인사용 분을 월말에 변제해야 한다. 지출에서 개인과 공동을 엄격히 구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것이다. 동업을 1월 1일부터가 아닌 중간에 시작한 경우 세금이나 공동경비에서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 잘 안다고 처음부터 미주알고주알 정해 놓지 않고 중간에 생각날 때마다 정할 경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기분이 상한다.

사실 동업 시작 때부터 모든 경우를 다 정하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알지도 못 할 뿐 더러 살다 보니 필요성이 생기기도 해 얘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책이나 여러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동업에서 발생되는 미세한 문제점에 대해 속 시원히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이런 경영상 발생되는 갈등 외에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가 서로의 생각이나 이념 같은 사상적 측면이다.

이념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전직 대통령이 우리 국민에게는 과분하였다는 상대방의 말에 동감을 느낄 수 없다면 그와는 정치나 시사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이는 C일보와 H신문의 논조 차이처럼 끝없는 평행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수입의 차이다.

양 쪽 모두 어느 정도 일정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배분에서 공평하지 못하다. 이에 3개월쯤 지나 중간평가를 하게 되고 동업의 배분의 재조정에서 심지어 고용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바로 동업으로 들어가지 않고 미국처럼 얼마 간 월급의사로서 그를 평가한 후 그룹에 합류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친하다고, 잘 안다고 하여 따르는 야박한 그런 제도가 아닌 따뜻한 우리 방식이 때로는 서로를 더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병원의 경영, 환자나 주위와의 인간관계, 의사 자신의 발전, 사회적 기여 등 여러 가지에서 개원의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런 것들에 대한 선행 정보가 많았으면 한다. 의대 교과과정에 끼워 넣거나 의사회 보수교육을 통해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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