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월드컵 동반 진출과 우리의 기대
<팔공시론>월드컵 동반 진출과 우리의 기대
  • 승인 2009.06.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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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북한이 세계 축구인의 꿈의 무대인 월드컵 본선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 축구팀이 월드컵 본선에 7번째 올랐다는 것은 놀라운 뉴스가 아니지만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세계 스포츠계의 빅뉴스이다.

지금 핵 문제로 세계의 시선이 북한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군사적 대치 상황이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계기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 일은 세계 스포츠 역사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였다는 소식이 반가운 만큼 북한 대표 팀에게 우리 국민들이 거는 기대감도 크다.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이것을 계기로 북한 사회에 변화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월드컵과 북한은 악연이다. 그것은 연평 앞바다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말한다. 김일성 사망 후 정권을 장악한 김정일은 남북 교류와 개방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1998년부터 금강산 관광 개발이 시작되었고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도 조성되어갔다. 민간 차원에서의 남북 교류는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을 높여갔다.

하지만 기대는 일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소위 `제1차연평해전’이라고 불리는 군사충돌은 그 충격의 시작이었다. 1999년 6월 15일에 발생한 이 충돌은 6.25 이후 남북 해군간의 공식적인 첫 번째 전투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국민들은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었고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을 계기로 미래의 통일 방안을 서로 협의하였고, 장기적인 남북 교류의 활성화와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등에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다시 통일의 꿈이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과 세계인의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일어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충격이었다. 소위 `제2차연평해전’은 우리와 터키의 3-4위전이 예정되어 있던 6월 29일 아침에 발생하였다.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해군을 공격하여 6명이 전사하고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가 절정에 도달해 있던 시점에 북한에 의해 야기된 군사적 충돌은 전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으로 남북정상이 만나서 대화를 재개하였다. 그것에 대한 북한의 대답은 핵 실험과 미사일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기대를 허물어뜨려 버린 것이다. 북한이 주변 국가들과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조성하여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정일 후계자 문제나 정권의 안보와 관련된 것일까?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적 위협은 오히려 동북아시아 주변국가의 군비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북한 관련 뉴스에 놀라지 않는다.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냉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는 평화와 남북 간의 교류를 말하면서 군사적으로는 도발을 계속해온 북한의 이중성을 수없이 겪어 왔기 때문이다. 금강산 총기사건 이후 개성공단의 근로자 억류 사건에 이르기 까지 김정일 정권의 자세는 여전히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인내심으로 일관하며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남북한 사이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이나 개성 공단 사업 등 어느 하나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남북한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도 거의 없다. 장기적인 대결 구도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을 계기로 남북한이 서로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한다면 지금처럼 꽉 막혀 있는 대화의 통로가 열리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 이번 기회에 북한도 호전적인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 변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역사상 최초로 남한과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숨 막히는 남북 대치 국면에 새로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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