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이명박과 오바마의 정상회담
<대구논단> 이명박과 오바마의 정상회담
  • 승인 2009.06.18 16: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 열 (객원 大記者)

국제간의 외교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서로 존중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그 나라의 가장 좋은 면만을 골라 칭송함으로서 호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제외교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었으며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되었다. 지금도 그런 측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외교를 통해서 서먹서먹했던 외교관계가 원만히 풀리는 일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안보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나라 사이의 전쟁위험은 국제적인 안전보장이 비교적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조차도 베트남 전쟁을 치렀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현재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 언제나 명분은 국제평화를 내세운다. 그러기 위해서 비록 소수라고 할지라도 우방제국의 다국적군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국제안보를 중시한다.

따라서 안보외교를 떠나 무역과 통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당연한 추세라고 하겠다. 외교를 전담하는 부처는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행여 뒤질세라 경제부처 등과 협력을 강화한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부처의 협조를 받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무 외교관들이 노고를 아끼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때로는 국가 차원의 결단이 요구될 때도 많다.

한미 FTA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푸는 데 소용되는 일이다. 이 때 나서야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대통령이다. 실무선에서 대부분 합의했다고 하지만 미묘한 문제점 몇 가지는 남게 마련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결정권은 오직 최고 통치자만이 단안을 내릴 수 있다. 이래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국가 간의 정상회담은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가장 손쉬운 만남은 유엔이나 아세안과 같은 국제정상회의 시에 만나는 일이다.

여러 나라 정상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여서 오붓한 자리는 못 된다. 그래도 시간을 정해서 양국 간의 긴급한 현안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단순한 친선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시간을 쪼개가며 만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한 가지쯤은 해결을 봤다고 브리핑해야지 체면이 선다.

사전에 실무자들이 애를 써야만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국제회의에서의 일회성 회담이 아닌 방문외교는 격식이 요란하다. 국빈방문은 최고수준의 격식과 예우를 갖춰야 한다. 실무방문은 국빈방문과는 차이가 있지만 정상의 만남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두 번째 워싱턴에서 열리는 것은 실무방문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나이 차이는 20년이나 되지만 어린 시절 똑같이 불우하게 자랐다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이명박은 목장인부였던 아버지와 노점상을 하고 있는 어머니를 도와 가족생계를 도왔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쓰레기 치우는 청소부를 하면서 고학을 했다.

오바마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뒀지만 부모는 이혼하고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컸다. 고교시절 인종차별의 고민에 빠져 술과 마약에 탐닉하는 등 극심한 방황에 빠지기도 했다. 이명박은 고려대에서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졸업 후에는 현대건설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룩했다. 오바마 역시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수석졸업한 후 5년 만에 일리노이주의회 상원의원으로 당선하여 대통령으로 직행하는 길을 열었다.

이명백과 오바마는 이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통령 취임 후에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행보는 상당한 차별성도 엿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전 정권과의 변화를 지향하는 것은 똑 같지만 경제정책의 관점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한 사람은 CEO출신으로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등을 중시한다. 다른 한 사람은 인권변호사와 사회운동가로 출발하여 노동과 규제, 분배, 공정무역 등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좋아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저탄소 녹색성장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외적인 면에서도 정상외교에 몰두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이번에 두 사람이 만나 노력하는 점도 한미 FTA를 비롯하여 북한 핵문제 등 현안문제가 주제가 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문제도 파병을 중심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정상회담은 유엔안보리에서 북핵에 대한 규제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시점이어서 한결 힘을 받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까지는 다른 생각을 했더라도 이제 함께 가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두 정상은 예상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한 기본합의에 도달했다. 특히 북핵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모쪼록 세계평화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모범이 될 수 있는 실천을 기대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