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황홀한 스릴러 '언노운 우먼'
<새영화> 황홀한 스릴러 '언노운 우먼'
  • 대구신문
  • 승인 2009.06.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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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하고,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담당한 '언노운 우먼'(2006)은 그들의 전작 '시네마 천국'(1988)에 비해 매우 불편한 스릴러 영화다.

시네마천국이 시네키드의 달콤한 추억, 첫 사랑에 대한 아릿한 정서를 따뜻한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추억한다면 '언노운 우먼'은 매춘과 씨받이로 전전한 한 여인의 비릿하고, 스멀거리는 과거를 차가운 바이올린 소음으로 연주한다.

이레나(크세니아 라포포트)는 보석상인 아다처 가(家)에 가정부로 들어가려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운전을 배우고, 심지어 살인에 준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는 이레나의 이러한 맹목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이 그녀를 그처럼 강철같은 의지의 여인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보따리를 쉽게 풀어놓지 않는다.

다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단편적인 회상장면을 통해 이레나의 행동은 과거의 어떤 고통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스릴러물답게 영화 곳곳은 암시와 복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암시와 복선을 하나하나 헤집고 들어가면 이레나라는 비극적 인물과 온전히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반전이라는 관문을 뚫어야 가능하다.

'언노운 우먼'에도 주인공의 찬란했던 과거가 나온다. 하지만 그 추억의 부스러기는 '시네마 천국'과는 달리 일상의 잔인함이 묻어 있다. 이 때문에 이레나의 추억은 고통 속에서 빛나는 한줄기 처연한 아름다움에 가깝다.

인생의 굴곡과 주름, 그리고 그 가운데 삽입된 미세한 환희와 희열을 주조하는 감독의 솜씨는 매끄럽고, 심지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특히 딸기를 통해 옛 애인을 떠올리는 회상장면, 원래 있던 가정부를 쫓아낸 이레나가 계단에서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은 깊다.

감독의 연출뿐 아니라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불안한 주인공의 심리를 나타날 때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은 무조음악에 닮아 있고, '인생의 봄'을 떠올리는 이레나의 회상은 로망스에 맞닿아 있다.

이레나의 흔들리는 눈빛과 폭력배 두목 몰드(미첼 프라치도)의 항거할 수 없는 악마성도 눈길을 끈다. '시네마 천국'이 나온지 어언 20년. 토르나토레 감독의 카메라는 더 날카로워지고, 더 황홀해졌다.

청소년 관람불가. 7월2일 개봉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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