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 아픔, 예술로 치유
지하철 참사 아픔, 예술로 치유
  • 김기원
  • 승인 2014.03.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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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CMCP’전 기획 김기수 디카 대표

동시대 특정 사건 다룬 참신한 시도

참사 바라보는 시민의식 전환 이끌어

국내외 작가 16명, 500여일간 준비

다양한 장르로 시민공동체 비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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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디카대표
역사를 기록하고 상기하는 것은 자기애 실현의 중요한 과정이다. 아름다운 역사는 미담으로 남기고 불행한 역사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자기 의지의 발현인 것이다.

비영리예술법인 온아트가 주최하고 현대미술연구소인 디카가 주관해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8일까지 봉산문화회관과 중앙로대중전용지역, 중앙로역 지하 1,2층에서 열린 대구지하철화재사고 11주기 추모전시인 ‘CMCP(Collective Memory Collective Power)’전에 담긴 의미의 핵심 또한 역사에 대한 기록 또는 상기였다.

이번 전시에는 어떤 교훈이 숨겨져 있는지 전시를 기획한 김기수 디카 대표에게서 이번 전시의 의미를 좀 더 내밀하게 짚어봤다.

-대구지하철사고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룬 이번 전시회의 기획 취지는 무엇인지.

“문인은 추모글로, 음악인은 추모음악회를 통해 동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술인들 차원에서 작품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미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192명의 참사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아직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모든 시민들과 참사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동시대의 특정한 사건을 다룬 기획전을 개최하게 된 보다 구체적인 동기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전시를 진행하면서 미술을 통해 대구지하철사고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지역 미술계가 낯설어 했다. 이는 그동안 미술이 인간의 근원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만 열심이었지 시대의 문제와는 유리되어왔던 탓이 크다. 우리는 ‘CMCP’전을 통해 미술의 사회적, 역사적 역할의 모델을 제시하며 인식전환을 시도하고 싶었다. 특히 50년, 100년 뒤 후세들이 당시 미술인들이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라는 비극적 사건을 어떻게 인식했고 어떤 내용의 작품으로 기억하고자 했는가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의미를 두었다.”

-이번 전시가 대구 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그런가.

“무엇보다 형식주의 모던 아트와는 대립되는 ‘동시대 미술’(컨템퍼러리 아트)의 맥락에서 기획된 전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구체적으로 지역 내외 및 해외에서 섭외된 16명의 참여작가들이 1년 반이란 준비기간을 거쳐 대구지하철참사라는 동시대의 사건을 방대한 자료조사와 유족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5회의 워크샵을 통해 모두 신작으로 다룬 기획전은 지금까지 유래가 없었다.”

-동시대라는 화두 외에도 또 다른 역사성을 부여한다면.

“‘CMCP’가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매체, 즉 다소 생경한 배너아트, 아카이브, 사운드트랙, MP3, 비디오 워크, 빌보드 등의 매체를 통해 동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다루며 보다 민주적이고 상생적인 시민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기여코자 한 것은 유의미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점에서 지역의 미술계와 시민들에게 기획, 창작 및 참여방식에서 ‘1990년 이후 현대미술’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기억될 작품은 무엇인가.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굳이 언급하자면 이스라엘 작가 로미 아키투브의 작품이 대형 유리상자 전시장을 한시적 기념비로 전환시킨 명작으로 꼽힌다. 작가는 희생자의 이름, 생년월일, 나이를 각각 개별적 존재로서 유리패널에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색채로 각인하며 기념비 하나 없는 현실에 한시적이나마 예술적 기념비를 제작했다.”

-또 다른 작품은 어떤가.

“지역 작가 200여명이 참여한 배너 작품도 지역 미술계의 집단초상화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사료적 가치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유가족 중의 한 분이신 윤근 작가의 작품은 희생자들의 목숨의 가치를 보다 안전한 도시, 공생적 시민사회의 건설을 호소해 감동을 주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바람이 있다면.

“희생자 유가족들의 한 가지 소망, 즉 이러한 비극적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서 안전문화재단과 추모공원의 설립문제가 제대로 해결됐으면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회를 결산한다면.

“중구청, 봉산문화회관 등의 관할기관의 관계자들의 전시장소 협조가 없었다면 전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희생자 유가족, 재정적 후원자, 배너아트 참여자, 지역 미술대학생들의 열성적 도움과 대구시민들의 참여, 초대·참여 작가를 비롯한 지역 미술계와 언론방송매체의 관심과 취재도 큰 힘이 됐다. 이번 전시가 이처럼대구시와 미술계 변화의 모티브가 됐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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