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만 들어도 알 수 있게… “대구만의 느낌 기대하세요”
연주만 들어도 알 수 있게… “대구만의 느낌 기대하세요”
  • 황인옥
  • 승인 2014.04.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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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한국 전통음악, 굉장한 감동
정 많고 따뜻한 대구에 만족
좋은 음악 위해 책임 다할 것
대구시립교향악단신임예술감독겸상임지휘자로부임한독일출신의줄리안코바체프가단원
지난 4일,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신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부임해 취임 연주회 연습에 한창인 독일 출신의 줄리안 코바체프(59)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첫 질문으로 ‘한국의 전통음악을 들어보았는지’부터 물었다. 그러자 의외로 “들어보았다”며, “내용은 잘 모르지만 역사가 느껴지고 굉장한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듣고 직감적으로 한국의 역사성과 한민족 특유의 한(恨)의 울림을 정확하게 감지한 듯 보였고, 한국에 대한 그의 높은 이해도를 보며 ‘순탄한 대구 적응’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레 점칠 수 있었다.

그 역시 “그동안 만난 한국 출신의 연주자들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며칠이었지만 직접 만나 함께 음악을 연습해 본 대구의 음악인들에게서도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과 대구에 만족감을 표했다. 따뜻하면서도 정열적인 코바체프에게 정 많고 화끈한 대구는 이미 낯설지 않아 보였다.

대구와 새롭게 인연을 펼쳐갈 코바체프는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바이올린 신동’으로 불려왔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음악학을 전공하고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한 후 카라얀 재단에서 수여하는 장학금을 받으며 기량을 연마했고, 이 인연으로 카라얀에게 사사했다.

이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심포니, 이태리 베르디 트리스테 극장 오케스트라 등 유럽 유수의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했고, 프라하 심포니, 로마심포니 등과도 호흡을 맞췄다.

오페라 지휘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플라시도 도밍고, 안드레아 보첼리 등 유명 성악가와 이태리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등 세계적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지휘를 했다. 이달부터 대구시향 10대 예술감독직을 맡아 향후 2년간 대구시향을 이끌게 된다.

‘첫 음부터 끝 음까지 곡 전체를 정확하고 깔끔하게 해석하는 지휘자’라는 평을 받으며 카라얀의 계보를 잇는 명지휘자로 인정 받아온 그와 대구와의 첫 대면이 비교적 순항하고 있지만, 외국인 지휘자가 가지는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언어 장벽의 문제, 음악회 일정 기간에만 대구에 체류하고 나머지 기간은 자신의 해외음악 활동을 겸하는데서 오는 대구시향과의 소통 시간 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것에 지역음악계의 걱정이 있다.

하지만 그는 “문제없다”며, “우선 언어장벽은 단원들 중 유학파가 많아 영어와 러시아어 독일어 등 다국적 언어로 소통하면 충분히 해소될 것이다. 또 해외 체류 기간 동안은 페이스북과 트위트 등의 SNS를 통해 단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의사소통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을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밝은 성격의 코바체프는 “음악은 창조보다 느낌, 즉 필(Feel)이 중요하다”며 “연주만 들어도 대구시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대구시향 만의 필이 담긴 정체성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대구시향에 담아낼 자신의 색깔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별, 장르별 곡 선택으로 단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겠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코바체프는 자신의 밑그림이 성공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시민회관 콘서트홀 시설이 훌륭하고 사무실 스탭들의 도움도 헌신적이다. 무엇보다 단원 모두의 기량이 훌륭하고, 발전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장점을 모아 하나의 마음으로 음악에 집중하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음악을 위해 책임을 다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학연, 지연 등의 국내 인맥에 휘둘리지 않아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고, 지휘자와의 친분 쌓기를 위한 단원들의 소모적인 소통을 배제할 수 있는 등의 다양한 장점 때문에 국내 교향악단의 외국인 지휘자 영입이 증가하는 추세에 코바체프가 대구시향에 왔다. “해외 음악 일정들도 겸하고 있지만 내게는 대구시향 지휘자가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해외 나가서 대구시향을 알리는데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그에게서 또 하나의 대구예술의 가능성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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