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은 물론 친구들을 만나도 학교 및 학과 홍보에 상당한 시간을 보냅니다. 학생 모집이 어려우니 한 명의 학생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라는 대학교수들의 말을 들으면 어쩌다가 지역사회의 대학교수들의 위상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올해는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형편이어서 단순한 학과 홍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제도에 대한 특징 및 모집 요강까지 설명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입학설명회가 1~2개월 앞당겨 졌다는 설명이다.
경북대는 일찌감치 지난달 13일부터 내달 28일까지 대구와 경북, 경남과 울산 지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총 72개 고교(상주캠퍼스 포함)를 방문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52개 고교 약 7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고 한다.
계명대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구, 경북, 경남, 울산지역 소재 고등학교 약 1만7천여 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문 입시설명회를 시작했다. 지난해의 2배가 되는 130여학교를 방문할 방침이라고 하니 저인망을 연상시킨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전략을 세워 시행중이거나 여름방학이 끝나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영남대의 경우 “학생 모집이 어려운 학과의 경우 지원자가 2명만 있어도 달려가야 할 형편이다”라고 말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신입생 유치전을 실감케 한다.
고등학교 교사실의 문턱이 닳도록 각 대학교수들이 번갈아 방문하고 보니 교수가 고교 측의 기피인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잡상인과 교수 출입금지”라는 글귀를 교사실 흑판에 써 놓았다는 일화까지 등장할 정도다.
우수한 학생들을 서울과 해외로 빼앗기는 지역대학들이 언제까지 신입생 유치라는 방식으로 신입생충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만간 한계에 부딪혀 대학의 생존문제를 논하게 되기 전에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이 소모적 경쟁에서 탈피, 특성화,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대학의 거품부터 먼저 걷어내라는 것이다. 경쟁적으로 늘리기만 했던 학과를 과감히 구조조정하지 않는 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유능한 교수진의 확보다. 훌륭한 교수는 학생을 몰고 다닌다. 훌륭한 교수를 모시는 것이야 말로 신입생충원 문제 해결의 비법이다. 좋은 시설과 좋은 교수가 있으면 수도권의 학생들이 내려오고 해외에서도 학생들이 몰려오게 된다. 대학의 생존전략은 평범한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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