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대학부터 살리는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
<팔공시론>대학부터 살리는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
  • 승인 2009.06.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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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자본주의 사회의 생명력과 역동성은 중산층이 만들어 낸다. 중산층은 자본주의 사회와 함께 나타났다. 고대나 중세에는 중산층이 없었다.

그때는 모든 권력과 경제력은 소수가 차지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예나 농노처럼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권력도 토지도 모두 왕과 귀족의 소유였고 백성들은 기생하는 존재에 불과하였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자본주의 시대의 출현과 더불어 인류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때로는 혁명을 통해서 때로는 개혁을 통해서 자유와 인권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였다. 경제적으로 더 이상 봉건 영주나 지주들에게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경제적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산층으로 성장한 것이다.

중산층이 자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였다. 중산층에게 교육만큼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그들의 재산은 생존에 빠듯할 정도였고 권력을 가진 후원자도 없었다. 하지만 교육은 그들에게 변신할 기회를 주었다.

대학 교육은 중산층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가장 유력한 길이었다. 교육을 통해 스스로 변신을 거듭하는 자들은 상위 계층으로 높이 올라가고 그러지 못하면 오히려 전보다 더 못한 지위로 떨어졌다. 근대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유동성이 높았기 때문에 활기가 넘치는 사회였다. 타고난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보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사회는 그만큼 생명력이 가득 찬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희망을 가지고 있고 생활에 활기가 넘칠 때 그 사회의 미래도 밝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동성이 높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과 같은 외부적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이들에게 더욱 민감한 문제였다.

우리 사회의 중산층에게도 교육 개혁은 당연히 중요한 관심사였다. 교육 개혁은 권력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였지만 성공적인 교육 개혁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교육 개혁의 기본 취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교육 개혁의 방향과 목표가 시대적 요구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 개혁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던가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인정할 정도로 이미 세계적이다. 입시생을 둔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모든 국민들이 교육 전문가라고 자부할 정도이다. 이처럼 교육열이 높은 것은 아직도 교육이 우리 중산층들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교육열을 식게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 우리가 매달릴 곳은 어디인가? 그것은 대학 교육의 개혁이다. 대학은 많지만 우리의 자녀들의 미래를 맞길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다는 것이 입시 전쟁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중산층 학부모나 수험생들이 목표로 하는 대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도 아니고 일류 대학도 아니다. 세계적인 대학을 만드는 것은 우리 미래의 꿈이지만 모든 대학이 일류 대학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녀들의 적성에 맞으면서도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대학이 필요하다.

지금 진학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가야할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작 자신들이 뽑아놓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두 번째이다. 취업은 그 다음 문제이다.

고등학교 교실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 대학의 재정을 핑계로 대학 강사들에게 강의의 절반이나 떠넘기면서 양질의 교육을 운운하는 대학들.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인기 없다는 이유로 기초 학문을 퇴출시키는 교육 정책. 이런 대학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적 역동성을 찾을 수 있을까?

평범한 학생들을 우수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교육 개혁은 대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학 교육의 개혁을 전제로 입시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품질 좋은 대학을 늘려가는 교육 개혁이어야 한다. 대학은 죽어가고 있는데, `획기적인’ 입시 정책은 만들어 어디다 써 먹을 요량인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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