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발굴했지만 고정적 지원 불투명
어려운 이웃 발굴했지만 고정적 지원 불투명
  • 김지홍
  • 승인 2014.04.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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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상)말썽나면 일제조사

정부·지자체, 단수·단전·쪽방가구 등 특별조사

3월 한달간 대구 4천167·경북 3천269가구 발굴

기초수급·차상위 선정, 각각 14.5%·4.7% 불과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에서 세모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3월 한 달 동안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특별조사를 벌였다. 그렇게 발굴한 어려운 이웃은 대구 4천167가구, 경북 3천269가구 등 전국적으로 모두 7만4천416명이나 됐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권 자격 심사 과정에서 늘 문제로 지적됐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정비 없이 특별조사만 벌여 이들 중 고정적인 지원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얼마나 선정될지는 의문이다. 어려운 이웃이 발굴됐지만, 정작 현행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는 뾰족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1. 대구 서구에 살고 있는 50대 남성은 택시운전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내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고, 외아들은 군대에 가 있다. 신용불량자인 그는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독촉을 받고 있다. 최근 그는 고혈압이 심해지면서 오랜 시간 앉아 있기가 어려워 일을 그만 둬야 할 처지다. 이 남성의 사연은 지난달 이웃 주민을 통해 전해져, 앞으로 3달 동안 일시적으로 긴급생계비와 민간으로부터 후원을 받게 됐다. 긴급생계비 지원이 완료된 3개월 뒤 정부로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지원받는 기초수급을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부양의무자가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2. 대구 남구에 낡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 70대 할아버지. 이곳에서 중병을 앓고 있는 아내와 아들네랑 살고 있다. 아들은 최근 직장도 없는데다가 술만 먹고 있어 오히려 짐이다. 손주 2명도 할아버지가 키우고 있는 처지인데, 할아버지는 폐지를 주워 한 달 3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가족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런 처지에 있지만 기초수급 신청은 해보지 않았다. 낡은 건물과 부양의무자인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는 이번 특별조사에서 어려운 이웃으로 발굴돼 우선 민간으로부터 후원 받았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 3월 한 달 동안 건강보험료 체납자, 단전·단수 가구, 쪽방지역, 급여 신청 뒤 탈락 가구 등을 대상으로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나섰다.

대구시는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구성된 발굴단과 통·반장, 관변 단체 등을 포함해 모두 9천800여 명이 조사에 투입됐다.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전수조사를 펼치면서, 복지 혜택을 몰랐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을 주저했던 저소득층을 발굴하는 것이 특별조사의 목표였다.

그러나 특별조사는 수급자 이외 실질적인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수는 없는 애로가 뒤따랐다.

심층적으로 조사해야 될 가구주 등은 자신의 삶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 제대로 된 조사가 힘들었다. 이들에 대한 접근도 어려웠다.

제3자인 이웃의 얘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찾아갔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털어놓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에서는 모두 4천167가구, 경북에서는 3천269가구의 복지사각지대 이웃이 발굴되거나 신고됐다.

이 가운데 20일 현재까지 기초수급이나 차상위계층으로 선정된 것은 대구 14.5%(607가구), 경북 4.7%(155가구)다.

복지사각지대에 있지는 않다고 판단된 951가구(대구 761가구·경북 190가구)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5천723가구(대구 2천799가구·경북 2천924가구)는 최대 3개월까지 긴급생계비나 의료비 등 긴급복지지원이, 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종합사회복지관,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공공·민간 차원의 물적·정신적 보호 지원이 이뤄진다.

긴급복지 지원이 끝난 3개월 뒤 발굴된 이웃에 대해서는 기초수급이나 차상위계층으로 신청을 유도할 방침이지만 이들이 수급자로 선정될지는 미지수다.

대구시 이영선 사회복지여성국장은 “어려운 이웃이 방치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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