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조희정씨
<와이드인터뷰>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조희정씨
  • 최태욱
  • 승인 2009.06.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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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마지막 인권 찾아주기 최선"
범행도구.결정적 증거물 확보 위해 심혈 기울여
“말이 없는 시신의 마지막 인권을 찾아주는 것이 검시관의 역할이죠.”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강력계 형사들은 자다가도 범죄 현장으로 달려가 범행을 재구성하고 범인을 쫓는다. 범죄 현장에서 천 한 조각이나 머리카락 한 올을 찾아내고 그것을 결정적인 증거물로 밝혀내는 과학수사계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조희정(여·31)씨는 말 없는 시신의 얘기를 눈으로 듣고 범죄와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검시관이다. 전국에서 활동 중인 검시관은 현재 57명. 대구경찰청에는 모두 4명의 검시관들이 하루 평균 두 곳의 사건현장으로 뛰어간다.

똑바로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은 시신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샅샅이 뜯어봐야 되는 힘든 일이지만 이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 온 전문가들이다.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연구원이었던 조 검시관 역시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더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싶은 욕구에 옷을 갈아입었다.

조 검시관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뭔가 부족하다’는 목마름을 느꼈다”며 “전직 경찰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어릴 때부터 경찰에 관심이 많았고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어 이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맡아왔던 현장 감식작업 중에서 검시관을 채용해 검시를 전문화 한 것은 지난 2005년. 범죄현장의 끔찍함을 잘 아는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만 조 검시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하라’며 응원해주시는 아버지가 오히려 큰 힘이 되고 있다”며 “계급사회인 경찰 조직의 특성 등을 설명해주며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전했다.

조 검시관의 첫 현장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존속살인 현장이다.

“늦은 밤 사건 내용을 듣고 출동하면서 피범벅이 된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긴장됐습니다. 하지만 침착하게 시신 상태를 살피고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했죠.”

검시관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시신과 그 주변에서 미세증거를 찾아내 최대한 빨리 형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살인사건은 일주일 안에 범인을 잡지 않으면 검거가 힘들어진다’는 형사들의 얘기가 말하듯 초동수사의 중요성 때문이다.

사연 없는 시신이 있을까. 신속하게 시신을 살펴보고 범행도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 사건 해결의 열쇠를 넘길 때는 보람도 있지만 안타까운 일도 많이 겪는 것이 검시관이다.

조 검시관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현장에서 망자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유족들의 모습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명백한 자살일 경우 유족들의 타살 의혹을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에 배심원제까지 도입되면서 과학적인 증거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요즘, 과학수사에 있어 검시관들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검시관에게 관련 매뉴얼이나 자료가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조 검시관이 자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검시관이) 의학적 지식만 풍부하다고 절대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닙니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인권을 찾아주기 위해 반드시 사소한 원인이라도 밝혀내겠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는 직업이죠. 제 일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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