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장인의 손끝…세계도 열광
꾸밈없는 장인의 손끝…세계도 열광
  • 전규언
  • 승인 2014.04.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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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맥 잇는 문경 막사발

삼국시대부터 시작…日 국보 ‘이도다완’ 의 원조

첫 도예명장·도자부문 무형문화재 사기장 배출

문경전통찻사발축제, 日 등 세계 30여개국 주목

막사발 빚는 흙·연료 풍부…천혜의 조건 갖춰

전통방식 가마 고수…순박한 자연스러움 표현
/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천한봉명장의가마불지피기/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
가마에 불을 지피고 살펴보는 천한봉 명장.
‘예로부터 서민들이 즐겨 쓰던 그릇(茶碗)인 막사발’

문경은 투박하지만 꾸밈없이 순수한 멋이 오히려 예술적 가치를 더 높인다는 이 막사발의 본고장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서민들이 식기나 음식물 저장용기로 즐겨 사용하던 이 막사발이 근래 일본 등 세계와의 문화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찻사발 즉, 다기(茶器)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일본의 국보1호라는 ‘이도다완(井戶茶碗)’은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만든 막사발이 그 원조라는 데는 일본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

조선조 초기부터 손꼽히는 민요지(民窯地)로 전통 도자기의 맥을 이어온 문경은 대한민국 최초의 도예명장을 배출했으며, 대한민국 도자부문 유일의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도 문경에서 탄생했다.

/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김정옥명장의성형/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
찻사발을 빚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김정옥 사기장.
김정옥 사기장은 특히, 200여년간 대를 이어오고 있는 국내 도예명문가문의 7대째 명장으로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도예인이나 다인(茶人)들이 문경의 전통 찻사발을 주목하며 첫 손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경에는 현재도 30여명의 도예인들이 발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고, 전통가마에서 장작불로 구워내고 있다.

편리하고 간편하며 대량생산도 가능한 현대식을 굳이 외면하고, 복잡하고 힘든 과정의 전통방식으로 단아한 기풍,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문경 고유의 찻사발을 만들고 있다.


◆문경도자기 역사

문경은 현대식 기법이 보편화된 여타 지역과는 달리, 전통적 방식으로 도자기를 제작하는 지방으로 유명하다.

경기도 광주나 이천 등지의 관요(官窯)와 달리, 문경은 조선조 초기부터 서민들의 그릇을 구워내는 민요(民窯)가 발달해 왔다.

/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망뎅이가마/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
경북도 민속자료 135호로 지정된 전통망뎅이가마. 1843년에 제작된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마 중 가장 오래된 이 가마는 문경 관음리 조선요에 보존되고 있다.
문경에는 인곡리, 적성리, 관음리 등지를 중심으로 확인된 도요지만도 69개소에 이른다.

삼국시대 때 서민들의 생활용기인 토기에서, 고려청자, 조선백자로 이어진 흔적이 최근 발굴된 가마터에서 확인되고 있어 문경도자기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임진왜란으로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문경은 손꼽히는 민요지(民窯地)로 활발했다.

임란 이후 쇠퇴기를 거치며 힘들게 그 맥을 잇고, 8.15광복 이후 양은그릇이 등장하면서 다시 침체기를 맞다가, 최근 들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침탈로 쇠퇴기를 맞았던 문경의 막사발이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다기(茶器) 위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국보1호로 신주 모시듯 하는 ‘이도다완(井戶茶碗)’의 뿌리가 문경의 막사발이라는 점에 매료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1999년부터 매년 열리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일본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세계 30여개국 도예인과 다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문경도자기 생산과정

/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문경전통도자기의대명사찻사발/news/photo/first/201404/img_129073_1.jpg"
문경전통도자기의 대명사 찻사발.
문경에는 막사발을 빚기에 적당한 도토(도자기 만드는 흙)가 무진장이며, 백두대간의 높은 산들이 많아 연료가 풍부하다.

높은 산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항시 흘러 도토를 걸러내는 수비에 알맞은 석간수도 흔하다.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도자기는 도토(陶土) 수비, 성형, 굽기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다.

1.도토 수비

점성과 내화성, 발색 등의 세 요소를 갖춘 도토를 구하는 과정으로, 사토를 잘게 부수어 물에 넣고 희석시켜 가라앉는 미세한 흙 분을 받아 내는 과정을 수비(水飛)라 한다.

2.성형

수비에서 얻어진 찰기 있는 진흙을 발 물레에 얹어 사발 등 다양한 형상의 도자기를 빚는다. 빚고자 하는 도자기 종류에 따라 도토의 섬세성, 점성, 내화성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3.굽기

△초벌구이=성형작업에서 만들어 진 도자기를 일정기간 자연 상태에서 말린 뒤, 유약을 처리하지 않은 채 가마에 넣고 소나무 참나무 등의 장작에 불을 지펴 섭씨 700∼800도에서 6∼7시간 동안 굽는다.

△유약처리= 유약은 소나무, 싸리나무, 볏짚과 같은 화본과 식물을 태운 재나, 문경지역에 많이 나는 점력이 약한 메질사토를 원료로 한다. 유약은 그릇의 종류나 태토의 성질, 요구되는 색깔에 따라 재와 사토의 비율을 달리 한다.

△재벌구이= 재벌구이는 마지막 공정으로 도예가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과정. 문경의 도예가들이 손쉬운 현대식 가마(전기, 가스가마)를 마다하고 전통방식의 가마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현대식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순박한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전기나 가스로 일정온도를 유지시켜 구워 내면 색상이나 자태가 일정하지만, 등요(경사진 가마)로 되어 있는 문경의 전통가마는 불꽃과 열이 경사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해,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각기 다른 오묘한 색상의 도자기로 구원 진다.

재벌구이 때는 섭씨 1천250도∼1천300도에서 밤을 꼬박 새며 24시간 이상 가열하면 장석류가 녹아 그릇 표면에 유리막 질이 형성되면서 분방한 형태의 빛깔과 소박한 우리 민족의 심성이 담긴 도자기가 비로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문경=전규언기자 jungu@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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