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교무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이가 교감이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인가를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명패의 필요성은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학교회계로 명패를 구입하지 말라고 한 경우만 보더라도 꼭 필요한 물품은 아니라는데 생각을 같이 하게 된다.
평소 교감의 권위는 두껍고 묵직한 명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기에 친구들이 정말 명패가 필요하지 않느냐? 는 집요한 질문을 받으면서도 정말로 필요하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고사했다.
교장실에 계시는 분은 교장 선생님이요. 교무실에 계시는 분 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계시는 분이 바로 교감선생님으로 비좁은 책상 위에 굳이 시커먼 명패를 올려 알릴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교무실 입구 벽면에 교무실 근무자 사진과 이름을 안내하고 책상 위 모니터에 아크릴 집게를 연결해 이름표를 안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지금 내 책상 위에는 행동강령담당관 삼각대만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로 인해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부임하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1학년 학생들이 교무실에 들어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던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 “분필 주세요.”했던 일이 있었다. “네, 줄게요. 그런데 내가 누굴까요?”라는 물음에 그 아이들은 내 책상위에 있던 아크릴 삼각대를 바라보며 띄엄띄엄 ‘행동강령담당관’이라고 답을 했었다. 이 때 내가 우리 학교의 행동책임담당관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승진 발령 축하 의미의 명패 제작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행동강령담당관으로 청렴 실천에 앞장설 것임을 다짐해본다.
김현미(신천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