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열정 바쳐 노숙인들에 새 삶의 길 열어주다
젊음과 열정 바쳐 노숙인들에 새 삶의 길 열어주다
  • 승인 2014.04.2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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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인물> 김동옥 동대구노숙인쉼터 소장
/news/photo/first/201404/img_129422_1.jpg"김동옥동대구노숙인쉼터소장1/news/photo/first/201404/img_129422_1.jpg"
노숙인은 정해진 주거 없이 주로 공원과 거리, 역, 버려진 건물 등을 거처로 삼아 잠을 자며 생활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들은 주로 일정한 주거 없이 거리에서 잠을 자며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포괄적으로는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 쪽방과 같은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 등 잠재적 노숙상태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로 실물경제의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실업자 및 사업 실패자 등의 증가 영향으로 가정붕괴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 갈 곳 없는 사람들이 거리로 떠돌면서 국내에서는 노숙인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노숙인은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가정문제 등 개인적 결함을 가진 일부 사회 부적응자들의 문제로 인식돼 왔으나 IMF 이후 실업과 빈곤문제의 한 양상으로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도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이들을 보호하고 수용할 수 있는 ‘노숙인 쉼터’가 대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했다.

‘노숙인 쉼터’는 사회복지사업법 조항에 포함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 령으로 정해진 기준에 의해 설치·운영되는 가장 보편화된 노숙인 복지시설로 입소자들에게 필요한 주거·의료·고용지원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의 보호와 자활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올 4월 현재 대구지역에는 동대구노숙인쉼터를 비롯해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새살림공동체, 제일평화의 집, 살림커뮤니티(여성 전용) 등 5곳의 노숙인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노숙인쉼터는 IMF 이후인 1998년에서부터 1999년 사이 각각 문을 열었으며, 현재 이들 5곳의 노숙인쉼터에는 200명의 ‘보호시설 이용 노숙인(sheltered homeless)’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노숙인쉼터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먹고 자는 등 ‘동거동락’하며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 있어 관심을 끈다.

동대구노숙인쉼터를 이끌고 있는 김동옥(42) 소장이 그 주인공으로 김 소장은 지난 2006년 이곳과 인연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 세상의 편견 및 노숙인들의 기본 권리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며 노숙인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 동대구노숙인쉼터를 찾아 소외된 노숙인들의 의식주 해결은 물론 이들의 진정한 자활을 위해 애쓰고 있는 김 소장의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news/photo/first/201404/img_129422_1.jpg"김동옥동대구노숙인쉼터소장03/news/photo/first/201404/img_129422_1.jpg"
지난달 25일 김동옥 동대구노숙인쉼터 소장이 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늘품공방 작업장에서 쉼터 거주 노숙인이 만들고 있던 제품을 보며 조언하고 있다.

2006년 노숙인쉼터와 첫 인연
노숙인 29명과 8년간 ‘동고동락’
건물주 변덕·주민 반발로 정착 어려움
쉼터 지키기 위해 전세금 전액 보태


◇노숙인들 자활 돕는 노숙인쉼터 소장이 되다

김동옥 소장의 동대구노숙인쉼터와의 인연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맺어졌다.

김 소장은 지난 2000년부터 대구 남구지역 시민단체인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에서 간사를 시작으로 이후 사무국장까지 오르며 대구시민모임에서 일했다. 그러던 2006년 시민모임의 임원 중 한명이었던 모 신부님이 자신이 관여하고 있던 노숙인쉼터 쪽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노숙인쉼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 신부님이 돕던 노숙인쉼터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법률적 문제가 생기면서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자 평소 그를 눈여겨봤던 신부님이 “복지영역 중에서도 가장 불모지인 노숙인쉼터 쪽 일에 젊은 친구가 꼭 필요하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던 것.

김 소장은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노숙인쉼터 일에 매달렸고, 신부님은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네가 한번 직접 쉼터를 맡아 운영해보면 어떻겠냐”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김 소장은 “네~ 한번 해보죠”라며 고민 없이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고, 이 한마디에 의해 현재의 동대구노숙인쉼터를 맡아 이끌고 있다.

김 소장은 법률적 문제를 해결한 뒤 2007년 여름경 옛 귀빈예식장 인근에 동대구노숙인쉼터를 마련했으나 건물주들의 변덕과 이웃주민의 반발 등으로 여러 차례 이삿짐을 꾸리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몇 년간 갖은 고생 끝에 김 소장에게도 ‘봄날’은 찾아왔다. 2009년 동대구노숙인쉼터가 대구시 등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급식비 및 관리운영비, 인건비 등을 지원받게 돼 그의 힘겨운 싸움은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어 2011년 4월 은행대출 등을 통해 경매 낙찰을 받아 현재의 자리에 둥지를 틀면서 셋방살이의 서러움과 걱정을 날려버렸고, 더 큰 새로운 도전을 계획했다. 이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는 김 소장의 많은 희생이 따랐다.

쉼터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순간 쉼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집 전세금을 빼 운영비로 전액 사용한 것은 물론 아예 쉼터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먹고, 자는 ‘동고동락’ 생활을 선택했다. 현재도 이 같은 그의 생활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동대구노숙인쉼터에는 김 소장과 임정만 늘품공방 대표(생활지도원), 이용열 영업팀장 등 5명의 상근 직원을 비롯해 29명의 노숙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소장은 “노숙인들이 범죄집단도 아닌데 그동안 ‘님비(혐오시설이 자신의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 현상’ 때문에 노숙인쉼터가 자리를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민단체 활동 당시 회원분들의 도움과 그곳에서 익힌 ‘악바리’ 근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해결하고 현재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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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김동옥 동대구노숙인쉼터 소장이 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늘품공방 작업장에서 쉼터 거주 노숙인들이 제작한 목공예품 완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목공예 자활공방 ‘늘품’ 탄생
힘들지 않고 재미·기술 잡는 사업 구상
볼펜·오르골·액자 등 생활소품 제작
매주 프리마켓 참여…관광객들에 인기


◇동대구홈리스쉼터 자활공방 ‘늘품’ 탄생

현재 동대구노숙인쉼터 지하 1층에는 노숙인들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으며 손수 목공예품을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 거주 노숙인들이 직접 원목소재 생활소품을 만들고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목공예 자활공방 ‘늘품’이 그것.

공방 ‘늘품’은 김 소장과 현재 공방 대표를 맡고 있는 임정만씨가 3년여를 함께 준비한 끝에 지난해 탄생했다. 김 소장과 임 대표는 지난 2005년 우연히 만나 알게 된 후 ‘코드’가 잘 맞으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고, 현재도 ‘찰떡콤비’를 자랑한다.

김 소장과 임 대표는 노숙인들의 진정한 자활을 돕고자 지난 2009년 대구시로부터 인가를 받았을 당시 ‘집수리 드림팀’이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설립, 운영했다. 하지만 뻔한(?) 콘셉트의 사회적기업이었던 탓에 이 회사는 제대로 된 실적 한번 내지 못하고 1년 후 문을 닫았다.

이후 김 소장과 임 대표는 노숙인들이 힘들지 않으면서 재미있어 하고, 기술까지 가질 수 있는 ‘일석삼조’의 자활사업 방향에 대한 구상에 들어갔고, 오랜 생각 끝에 목공예 공방을 선택, 3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어 지난해 8월 대구시로부터 안전행정부 특별교부금 1억원을 지원받아 현재 건물 지하에 기계 및 장비 등을 들여놓고 ‘늘품공방’을 오픈했다.

늘품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품성이나 품질’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 이곳에서는 나무를 이용해 볼펜과 오르골, 액자, 명함꽂이 등 생활소품을 만든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목공예 생산품종 및 디자인 등 총괄적인 기획과 제작 교육은 임정만 대표가 맡고, 쉼터 거주 노숙인 4명은 임 대표의 지도 아래 매일 공방에 나와 손수 제품을 만들며 뜻 깊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늘품공방 생산품의 특징이라면 ‘독도’와 ‘아리랑’ 등 한국적 이야기를 주제로 담아 제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최하층으로 인식 및 분류되는 노숙인들이 독도와 아리랑, 애국가 등 한국적 주제로 만든 상품을 내국인은 물론 많은 외국인들에게 판매하자는 뜻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늘품공방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예비)사회적기업이 아닌 주식회사다.

정부 등으로부터 의존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노숙인들의 ‘진정한 자활’을 위한 기업으로 키워보자는 뜻에서 김 소장과 임 대표가 이 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또 지난달 늘품공방 온라인 쇼핑몰(www.ddghope.co.kr)을 정식 오픈하고, 이를 담당할 전담 인력을 별도 채용했다.

이와 함께 노숙인 등 늘품 직원들은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프리마켓에 참여, 직접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프리마켓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선보인 제품은 상당수 주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소장은 “늘품공방이 이곳 노숙인들은 물론 대구지역 모든 노숙인들의 자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초반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역 공공기관들이 후원성 구매도 절실한 만큼 공공기관 및 단체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숙인쉼터 소장으로서의 보람과 애로사항

동대구노숙인쉼터를 지난 8년간 이끌어 온 김 소장은 쉼터 운영 과정에서의 가장 큰 보람으로 입소 노숙인들이 몸과 마음을 잘 추슬러 다시 일상적인 사회인으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를 꼽았다.

그가 늘품공방을 통한 자활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소장은 “진정한 자활은 단순히 노숙인들에게 돈을 준다거나 집을 마련해주거나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요소가 통합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방 등 다각화된 자활 사업을 통해 입소 노숙인들이 스스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노숙인쉼터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 등 제도상 여러 가지 불합리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어 노숙인들은 항상 복지사각지대의 최접점에 놓여 있다”며 “간단한 예를 들자면 알코올 중독 치료 등 일정하게 이들의 건강을 케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 의료지원 서비스 등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숙인들은 큰 충격 등으로 인해 나락에 떨어진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사지가 멀쩡한데 왜 그렇게 사나’라는 편견으로 곱지 않게 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들을 평범한 일상을 가질 수 있는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의 노숙인 자활사업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

동대구노숙인쉼터 초창기 시절부터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 소장은 최종 목표로 아이러니하게도 거주 노숙인들과 쉼터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물론 노숙인들이 일반적인 시민들처럼 가정에서 생활하는 진정한 자활을 간접적으로 이 같이 설명한 것.

김 소장은 “노숙인 발생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들이 공방을 제2의 쉼터로 발판삼아 모두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곧 늘품공방의 성공이며 이에 대한 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늘품공방의 도약을 위한 방안으로 올해 안에 김광석 거리에 늘품공방의 플래그 숍’(flag shop·본점 또는 그 점포군을 대표하는 가게) 1호점 오픈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생산에 참여한 노숙인들이 숍에서 직접 간단한 기념품을 만들고 판매도 하는 등 ‘주변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김 소장은 “늘품공방의 자립적 성공은 곧 노숙인들의 진정한 자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판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좋은 취지의 질 높은 상품을 국제적인 독도포럼 행사, ‘2015 세계물포럼’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등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공방의 사업 정상화를 통해 현재 시설 입소 노숙인들을 포함해 대구지역 노숙인들과 약 1천5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쪽방 거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할 목표도 갖고 있다.

김 소장은 “앞으로도 노숙인 등 사회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모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라며 “몸과 마음이 지친 노숙인들에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사회 복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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