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인·주민 ‘생각대로’…제2 홍대거리 꿈꾼다
지역예술인·주민 ‘생각대로’…제2 홍대거리 꿈꾼다
  • 김지홍
  • 승인 2014.05.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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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대명2동

지역 악기상·개인 연습실 90%이상 이곳에…연중 공연·전시

카페·특색있는 음식점 즐비…사람들 모여 ‘상권 활성화’ 기회

‘문화예술 생각大路’ 조성 등 주민 아이디어로 각종 사업 활기
/news/photo/first/201405/img_130403_1.jpg"생각대로
남구청에서 사업 구상부터 계획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 추진한 ‘생각대로’의 전경.
대구에서 ‘제2의 홍대 거리’를 꿈꾸는 동네가 있다. 낮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특색있는 음식점들이, 밤에는 악사 공연들이 길거리를 밝혀주고 있다. 여기는 음악학원과 음악연주홀·개인연습실 300개소, 미술학원·개인화실 60개소, 무용학원 10개소가 모여있다. 시내 중심지인 지하철 1호선 반월당역과도 가깝다. 조만간 도시철도 3호선의 환승역과도 맞물리게 된다. 바로 대구의 문화·예술 창작 활동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구 대명2동’이다. 영대병원네거리와 명덕네거리 사이에 있는 대명2동은 대구교육대학교와 경북예술고등학교 등 6개 학교와 함께 ‘젊음의 거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편집자 주)

◇일년 내내 공연포스터 ‘문화 예술’

대구교육대학교 주변의 한 음식점. 공연포스터로 가득 채워진 한쪽 벽면에 시선이 꽂힌다. 여기 뿐만이 아니다. 이 일대 카페와 음식점에 들어가면 일년 내내 각종 공연 홍보포스터를 구경할 수 있다. 이 곳을 찾는 문화예술인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최근 개인 화실·연습실 등이 활성화되면서 이 곳에도 속속들이 개인작업실이 문을 열었다. 저녁이면 길거리에는 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길거리에서 공연이 시작된다.

흥겨운 기타 소리가 가던 길을 멈춘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어우러진다. 악기를 든 공연 주인공은 교복을 입은 학생일 때도, 베레모를 눌러쓴 남성일 때도, 원피스를 차려입은 젊은 여성일 때도 있다. 어느 누가, 언제, 어떤 공연을 펼칠지 모를 일이다. 이 곳은 지금, 카페와 특색있는 음식점들이 늘어나면서 문화예술이 흐르는 젊은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 ‘물베기’ 예술마을

이 마을이 언제부터 예술과 함께하게 됐을까. 대명2동 1823번지는 옛 자연부락을 따서 ‘물베기’라고 불렸다. 논밭 가운데 솟아있는 암석투성이의 작은 봉우리가 있었는데, 영선못에서 물이 흘러나와 물길로 되자 ‘물배길’,‘물베기’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참나무가 많다고 해 ‘참나무 물베기’라고도 했다.

이 곳은 영선못이 매립되고, 중앙대로가 확장, 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개발이 활발해지자, ‘물베기’란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지난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 곳은 대구의 대표적인 부촌이었다. 지금 여기는 경북예술고교와 경북여자정보고교, 대구교육대학이 들어서 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미술·무용 등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구역이 됐다. 대구 지역의 악기상이나 개인 연습실이 현재 90% 이상이 이 곳에 모여있다.

◇ 주민이 일궈낸 마을 변화

매일 악기 연주 소리가 들린다. 시끌벅적하다. 음악인과 인근 주민들은 이 문제로 끊임없이 부딪쳤다. 구청으로 민원도 수없이 들어왔다. 고민 끝에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예술인이 많으면 예술로 밀어붙여보자’였다. 사람들이 모여들면 주변 상권 활성화도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반짝였다.

잊혀졌던 옛 마을 명칭 ‘물베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직접 물베기축제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축제를 기획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행사는 ‘물베기마을 문화예술 축제’다.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축제에는 2천명 이상이 모여든다. 지난해 열었던 제4회 물베기 축제에서는 현대음악오케스트라와 물베기주민합창단, 춤의나라 예술단 등이 공연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여기서 작업장을 꾸린 문화예술인들이다. 주민노래자랑, 청소년 동아리, 마을RPG(역할 수행 게임) 등으로 마련된 행사가 모든 주민들이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명2동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 7월 대명어린이공원에서 처음으로 ‘물베기마을 작은음악회’를 열었다. 지역예술인과 주민이 가깝게 호흡하자는 의미에서다.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분위기가 통했는지 주민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0월 한차례 더 음악회를 연 후 올해도 계획하고 있다.

물베기예술마을 주민 모임도 빠질 수 없다. 매월 28일 오후 2시 28분께 명덕네거리 우리은행 앞 2·28기념 비석 앞에서 ‘2·28기념 음악회’를 가진다. 이 곳은 최초 2·28학생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발상지로, 역사적 의의가 담겨있다. 또 ‘그 때의 그 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중앙대로(영대병원네거리~명덕네거리)에는 2·28사업회 회원과 학생 228명이 글과 그림을 담아 직접 구워 만든 228개의 타일을 볼 수 있다.

◇ ‘문화예술 생각대로’

특성화된 동네 분위기 때문일까. 국토해양부에서 지원하는 ‘문화예술 생각대로’ 사업의 명칭도 주민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도시활력 증진지역 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면서, 내년까지 5년여동안 명덕네거리에서 영대병원네거리까지 총 1.3㎞(왕복 2.6㎞)구간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작업이다.

이 사업을 앞둔 2009년, 남구청에서는 주민들도 함께 참여시키자는 의미에서 대경권 도시대학에 주민들을 불러모았다. 사업의 명칭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담기 위해서였다. 명칭은 조선시대 양녕대군이 지금의 대구고교 옹벽이 있는 인근에서 앞산을 바라보며 ‘뜻대로 되는 마을’이라고 말했던 옛 이야기에서 맥락이 잡혔다. 한 주민은 ‘지역주민들의 생각대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아 ‘생각대로’로 하자고 말했으며,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는 사업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업의 초기 구상부터 계획 단계까지 지역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과 프로그램이 쏟아져나왔다. 이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사업에 반영됐다.

◇ 청소년 위한 ‘문화의 거리’로

대표적인 주민 아이디어로 ‘청소년 블루존(Blue Zone)’ 공간을 들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쾌적한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이 적극 받아들여지게 됐다.

남구청에서는 청소년 문화센터인 ‘대구 청소년 문화의 집’ 일대에서부터 경북여자정보고등학교 북편도로까지 약 400m 구간을 ‘청소년 블루존’으로 만들고 있다. 경북여자고등학교, 경북예술고등학교, 대구교육대학교 등의 학생들로 늘 북적이는 이 곳은 ‘문화예술 생각대로’ 사업을 통해 이면도로의 낡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인조 강화 블록으로 바꾸는 작업을 마쳤다. 올해는 화강판석으로 북편도로를 꾸미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위해 청소년 문화예술공간인 ‘청소년 창작센터’가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연면적 996.32㎡(지하1층·지상3층) 규모로 사업비 20억원이 들어갔다. 전문 청소년시설로 소공연장과 연습실, 전시실, 회의실, 녹음실 등 시설을 갖췄다. 이 곳에서 청소년들의 춤과 노래 등 각종 끼를 떨칠 수 있도록 동아리나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연극(교육·심리·힐링)·뮤지컬 분야, 오케스트라·국악밴드 등의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구청은 대명2동이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문화예술 인큐베이터 장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문화·예술 생각대로 사업이 주민들의 참여 속에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으며, 윤곽을 드러낸 곳마다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청소년에게는 꿈과 희망을, 시민들에게는 문화와 예술의 향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국의 문화예술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주민 소통의 힘 ‘더불어 사는 동네’

이렇게 대명2동 주민들의 상호 소통은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우리 마을’이라는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지역주민과 지역문화예술인 사이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서로의 이해와 배려 속에서 하나로 뭉쳐졌다.

분위기가 바뀌자, 더 많은 음악인들이 개인 연습실을 찾아 이 곳에 모여들게 됐다. 주민들에게는 임대 수익을 올리게 되는 일석이조 효과까지 불러일으켰다. 주변에는 특색있는 카페와 이탈리아 음식점부터 떡볶이 분식 가게, 수제 빵집까지 입맛을 사로잡는 맛집이 속속 들어섰다. 젊은 층이 모여들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제 활성화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명2동은 주민의 뜻을 모으니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드는 또다른 ‘더불어 사는 동네’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민관협력 우수사례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답사를 오고 있다.

임인철 대명2동장은 “지금도 우리 대명2동은 남구의 발전을 위해 주민과 남구청 직원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대구의 문화예술의 메카, 젊음이 가득한 즐거운 문화거리로 거듭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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