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지 못한 못난이 두 가수 대중을 사로잡다
주목 받지 못한 못난이 두 가수 대중을 사로잡다
  • 승인 2014.05.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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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히트메이커 작곡팀 이단옆차기
이단옆차기1
지난 12일 멜론 차트 10위권에 지오디의 ‘미운오리새끼’, 정기고의 ‘너를 원해’, 시크릿 전효성의 ‘굿나잇 키스’, 지나의 ‘예쁜 속옷’,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 등이 진입했다.

스타일은 다른 노래들이지만 다섯 곡의 공통점은 작곡팀 이단옆차기(박장근, 마이키)가 만든 노래라는 것. 한 작곡가가 만든 노래 5곡이 한꺼번에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당초 이들 가수의 음반 발매 시기는 달랐지만 세월호 참사로 공백기 끝에 한꺼번에 출시가 몰리면서 이단옆차기의 노래끼리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단옆차기가 가요계에 ‘더블 킥’을 날린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씨스타의 ‘기브 잇 투 미’, 허각과 정은지의 ‘짧은 머리’, 씨스타의 ‘넌 너무 야해’가 멜론 차트 1~3위에 나란히 오르며 화제가 됐다.

이처럼 이단옆차기에게 가수와 음반제작자들의 의뢰가 몰리는 건 장르의 폭이 무척 넓어서다. 일부 작곡가처럼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여러 가수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가수의 특성을 살린 맞춤 옷을 입혀준다. 그로 인해 발라드 가수 백지영, 힙합듀오 리쌍, 걸그룹 씨스타와 걸스데이 등 색깔이 다른 가수들이 이들과 손잡고 히트곡을 냈다. 음반제작자들이 부지런히 이들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 작업실 인근 카페에서 이단옆차기를 만났다.

“며칠 전 10위권에 5곡이 오르자 일부에선 우리를 ‘음악 공장’처럼 표현해서 안타까웠어요. 온 국민이 아파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발매 시기가 몰려서 그렇지 지난해 만든 곡도 있거든요. 실제 올해는 지난해보다 작업량을 확 줄였고 이 곡들이 나오기 전까지 히트곡도 걸스데이의 ‘섬싱’과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밖에 없었거든요.”(박장근)

이들은 2012년 1월 엠블랙의 ‘전쟁이야’로 데뷔하며 주목받은 팀이다. 당시 ‘떠오르는 작곡가’로 연합뉴스와 첫 언론 인터뷰를 한 이들은 2년 새 ‘가온차트 어워드’, ‘멜론뮤직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작곡가 상을 받으며 가요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성장했다. 이들이 만든 프로듀싱 회사인 더블킥엔터테인먼트에는 현재 함준석, ‘텐조와 타스코’ 등 여러 작곡가가 몸담고 있다.

박장근과 마이키의 공통점은 ‘뜨지 못한’ 가수 출신이란 점.

래퍼인 박장근은 작곡가 김형석이 프로듀싱한 힙합 컴필레이션 음반 ‘2000 대한민국-아름다운 21세기’를 통해 데뷔했다. 2005년 결성된 힙합그룹 슈퍼스타로 활동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여섯 살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 간 마이키는 송골매의 베이시스트 김상복 씨의 아들. 아버지처럼 뮤지션을 꿈꾼 그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컨템퍼러리 라이팅&프로덕션’(Contemporary Writing&Production)을 전공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해 2009년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2010년 알앤비(R&B)그룹 원웨이로 데뷔했으나 역시 빛을 보지 못했다.

박장근은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못됐다”고, 마이키는 “알앤비 장르 한 길로만 ‘원 웨이’ 하다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못난이 가수 둘이 우연히 프로듀서가 됐어요. 우리 앨범을 위해 곡을 쓰면서 주위 매니저들에게 들려준 걸 계기로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게 됐죠.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지며 이단옆차기란 이름도 붙였고요. 우린 각자 부족해서 서로에게 기대어 작업하고 있죠.”(박장근, 마이키)

각각 힙합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음악 스타일로 시너지를 냈고 합작을 통해 각자의 단점이 보완됐다고 강조했다.

마이키는 “내 곡은 무척 팝스러웠는데 장근이 형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찾았다”며 “이젠 한국 특유의 ‘뽕 끼’가 내 음악에서 무척 중요한 코드”라고 웃었다.

둘은 곡을 의뢰받으면 가수의 분석부터 들어간다. 대중의 입맛은 섬세하고 예민하기에 입맛에 맞추려다 보면 억지스런 노래가 나올 수 있고, 음반 제작자들은 그 시기 가장 잘 나가는 곡을 레퍼런스(참고)로 들고 오기 때문이다.

박장근은 “인기 가수의 곡 의뢰가 들어오면 사랑받은 포인트를 살려주고자 대표곡을 모두 들어본다”며 “또 신인은 꼭 만나서 ‘노래방에서 어떤 노래를 즐겨 부르는지’, ‘어느 가수의 노래를 가장 행복하게 불러봤는지’ 등 대화를 많이 나눠본다. 이를 통해 그 가수의 매력과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을 수 있어서다”고 설명했다.

가수에 대한 파악을 마치면 작곡은 협업을 한다. 박장근이 도입부를, 마이키가 후렴구를 쓰는 식으로 작업실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트랙과 멜로디를 완성한다. 가사는 한국말이 서툰 마이키를 대신해 주로 박장근이 쓴다.

이달 9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지오디의 ‘미운오리새끼’도 철저히 이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이 노래는 지오디 대표곡의 연장선에 있는 따뜻한 감성의 대중적인 발라드다.

마이키는 “지오디에게 요즘 트렌드인 덥스텝, 일렉트로닉을 입힐까도 고민했다”며 “그러나 음악팬들이 서정적이고 대중적인 지오디의 음악을 좋아했으니 가장 지오디스러운 지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사운드도 요즘 것을 배제하고 약간 촌스럽더라도 그 당시에 쓰던 리듬과 악기 소스를 썼다”고 설명했다.

박장근은 가사에 대해 “미운 오리 새끼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지오디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며 “또 이들의 음악과 함께 나이를 먹은 지금의 30대 중·후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지오디와 작업하며 이들도 추억에 젖었다.

“중학교 1학년 올라갈 때 ‘어머님께’를 듣고 팬이 됐어요. 그랬던 제가 형님들의 음반 프로듀싱을 맡았으니 감동이 밀려왔죠. 하하.”(마이키)

2년여 만에 142곡을 썼고 미발표곡까지 합하면 250곡을 만들었다. 1년에 며칠을 빼고는 매일 오후 6시 작업실로 출근해 밤을 새 작업하고 다음 날 오전 6~7시 퇴근하는 올빼미 생활을 반복한 결과다. 잠시 미국에 나갈 때도 음악 장비를 들고 가 마이키의 동생 집에서 12곡씩 완성해 돌아왔다.

저작권 수입도 대폭 늘었을 터.

박장근은 “주위에서 ‘건물 안 세우냐’고 묻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며 “가수로 활동할 때보다, 직장 다니는 주위 친구들보다는 많이 번다”고 에둘러 말했다.

마이키는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한 아버지가 다시 음악을 하고 싶어하셔서 베이스를 사드렸다”며 “가족이 한국에 오면 거주할 집을 이태원에 마련하는데도 돈을 좀 보탰다. 그것만으로도 무척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더블킥엔터테인먼트를 막강한 프로듀서 집단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음악적인 편식을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작곡가는 ‘자뻑’과 ‘자학’의 경계에 있는 직업이죠. 자신이 만든 곡에 자뻑하다가도 다음날 다시 들으면 ‘쓰레기 같다’고 자학하며 버리는 걸 반복해요. 그래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음악적인 편식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한가지 장르만 하면 우리도 질리죠. 하우스, 알앤비, 힙합 등 여러 장르를 오갈 때 재미를 느끼고 동기 부여가 돼요.”(박장근)

이들은 가수의 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박장근의 랩 실력은 일찌감치 유명했고, 마이키는 보컬 실력이 뛰어나 씨스타의 무대에 함께 오르기도 했다.

둘은 “‘프로듀서로 전직하자’고 해서 된 게 아니니 가수의 꿈은 살아있다”며 “기회가 되면 솔로로, 팀으로도 앨범을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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