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 살리는 기적의 손길 ‘심폐소생술’ 익히자
내 가족 살리는 기적의 손길 ‘심폐소생술’ 익히자
  • 지우현
  • 승인 2014.05.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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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 환자 급증…한국인 사망 원인 2위

심장마비 환자 80% 이상 손도 못 써보고 사망

골든타임 4분안에 흉부압박·심폐소생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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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뤄진 소방안전교육 중 심폐소생술 교육장면. 직원들이 자신의 가족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우현기자 juh@idaegu.co.kr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여름이 전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허혈성 심장질환을 가진 이들이다.
술·담배·커피 등 기호식품의 소비와 기름진 음식으로 생겨나는 허혈성 심장질환.

더위와 추위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돼 협심증, 급성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갑작스레 심장이 멎어 목숨을 잃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주위 사람이 흉부압박이나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살았을 사람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라도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심폐소생술 등의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편집자주>

◆ 해마다 급성심장질환 환자 급격한 급증세 보여

고령화와 서구식 식습관, 기호식품 등의 영향으로 심장질환 환자가 급증, 한국인의 사망 원인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13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심장질환이 뇌혈관질환을 누르고 암 다음으로 ‘한국인 사망원인’ 2위로 올라섰다. 특히 심장질환에서 심장마비, 돌연사 등을 유발하는 급성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70~8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의학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과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고령, 심혈관질환의 가족력과 같은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남성이 여성에 비해 발생빈도가 높고, 연령이 높을 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발생빈도가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등으로 심장의 주요 혈액 통로인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급성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막혀 산소와 영양공급이 급격히 감소, 심장 근육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경우를 말한다. 또 협심증 역시 관상동맥에 혈전이 쌓여 심장근육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심장을 멎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다. 급사(돌연사)도 이에 해당한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매 년 허혈성 심장질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발생 빈도가 높다.

한 연구단체 조사결과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 지난 2003년 6만2천700여명이었던 환자가 2012년에는 7만6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지난 2011년∼2012년까지 200만 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급성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은 봄과 여름에 각각 27.0%, 26.3%가 발병, 다른 계절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았다.

문제는 허혈성 심장질환이 환경·신체적 영향으로 심장을 멎게 만드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는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질병관리본부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 심정지 현상이 지난해에만 2만9천356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사망한 사람은 2만5천여명에 달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관리라고 말한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밝혀진 생활습관 개선, 조기 진단, 지속적 치료, 응급증상 숙지 등을 해야한다는 것.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과 흡연, 운동부족, 잘못된 식습관 등의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주면 허혈성 심장질환의 예방의 실질적인 대책이 된다고 질병관리본부 측은 조언했다. 또 심정지 등 문제가 발생할 시 어떤 상황이라도 심폐소생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에 심장이 멈춘다면 어떻게

이처럼 허혈성 심장질환에 심장이 멎어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해마다 급증, 심폐소생술(CPR)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곳이 집, 회사 등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몰라 방치,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 해마다 80% 이상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다는 것.

조사결과 이들의 사망원인은 심장이 멎어서지만 주위사람 중 누구라도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폐소생술과 관련, 구급대원이나 의사 등 전문가들이 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직장인 4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직장인 5명 중 4명(77.7%)이 동료가 쓰러져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나마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대구 동부소방서 우영인 소방관은 “지난해 신고전화가 있어 산격동으로 출동했는데 집으로 들어가니 양변기 위에 앉아있는 아버지를 모두가 붙잡고 있었을 뿐이다”며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심폐소생술을 했으면 아버지는 분명 살았을 것이다”며 비슷한 사례를 설명했다.

의학전문가들은 급성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심장이 멎게 되면 누구라도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누군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면 119에 신고한 뒤 즉각 조치를 취해야지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4분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심장이 멎게 되면 뇌에 혈액공급이 중단되는데 그 한계선이 4분이라는 것이다. 4분이 지난 후 심폐소생술로 깨어나도 뇌의 일부분이 기능을 잃어 반신불구 혹은 전신불구의 장애를 갖게 되며 심지어는 뇌사로 가는 경우도 있다.

심폐소생술은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심장마사지로 쓰러진 사람의 양쪽 젖꼭지 사이의 가슴 중앙을 깍지 낀 손으로 어깨의 힘을 이용해 강하게 누르면 된다. 1초에 2번씩 30번을 눌러야 하며 이어서 쓰러진 사람의 기도를 확보한 뒤 입으로 2번 숨을 넣어주면 된다. 심폐소생술은 쓰러진 사람의 의식이 깰 때까지 반복적으로 해야 하며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해도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

◆ 직접적으로 해보는 심폐소생술, 힘들지 않다

지난 23일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은 부주의 등으로 생길 갑작스런 화재를 대비해 복지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대구 중부소방서 소방관들의 교육으로 진행한 이번 훈련은 100여명의 직원들이 참석해 이뤄졌는데 무엇보다 이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심폐소생술이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이기호 소방관은 교육을 하기에 앞서 최근 출동현장에서 심정지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이어 이 소방관은 바닥에 놓은 마네킹의 가슴 중앙을 천천히 누르며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이 소방관의 이야기에 시선을 고정하며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심지어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까지 앞으로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으며 일부 직원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까지 했다.

교육에 이어 이 소방관은 부족한 시간에도 4명의 직원을 선발, 직접 해보는 ‘체험의 장’을 선물했다. 직원들은 처음에 어색해 했지만 막상 시작하자 바닥에 놓인 마네킹을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하며 교육을 받은 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마네킹을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한 이자옥(여·58)씨는 “심폐소생술이 많이 힘들 줄 알았는데 정말 힘 하나도 들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쓰러진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니 신기한 생각이 든다”고 교육 받은 소감을 말했다.

교육을 진행한 이주원 소방관은 “보통 소방훈련 때 대부분의 직원들은 앉아서 졸거나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교육은 정말 의외인 것 같다”며 “최근 세월호 사건 등 가족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자 심폐소생술로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허혈성 심장질환 무엇보다 심폐소생술이 중요하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 심폐소생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의료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등에 생겨난 심정지로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이 이유이다.

대구 전역에서 심장내과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남창욱 심장내과 과장은 무엇보다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발생한 심정지에 있어선 흉부압박과 심폐소생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혹 이를 모를 경우 어떻게든 가슴을 때리거나 눌러주기라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남 과장에 따르면 심장엔 3개의 관상동맥이 있는데 이 혈관들은 혈액을 통해 산소를 받는 역할을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이런 관상동맥에 혈전이 유착돼 허혈(동맥의 수축과 협착으로 인해 혈액의 유입이 어려워 일어나는 혈행장애)이 일어나는데서 비롯된다. 이 같은 질환은 대부분 동맥경화에 의해 비롯되는데 허혈상태가 지속되면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게 된다. 이런 증상이 계속 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남 과장은 말했다.

남 과장은 “병원을 찾을때도 119 구급대나 택시를 이용해야지 절대 자가를 이용해 병원을 찾아선 안 된다”며 “이미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언제 부정맥이 생겨 의식을 잃게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고 당부했다.

그나마 이런 증세는 초기 증상이다. 계속 참고 이를 방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정지로 의식을 잃게 된다. 남 과장에 따르면 주위에 누군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숨을 쉬는 지 확인하고 급히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남 과장은 “심폐소생술은 어렵지 않다. 가슴 중앙에 깍지를 낀 손을 얹고 강하게 눌러주는 방식으로 1초에 2번 씩 눌러주면 된다”며 “설사 갈비뼈 등이 부러진다고 해도 계속해서 가슴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해 심정지가 올 때까지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다는 이상신호를 느끼면 하던 일도 멈추고 급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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