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방랑의 마음
<좋은시를 찾아서> 방랑의 마음
  • 승인 2009.01.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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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상 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茫茫)한 푸른 해원(海原)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1894년 서울 출생. 호는 공초空超. 일본 도우시샤대학 철학과 졸업(1918). 김억, 남궁벽 등과 `폐허’ 동인으로 `폐허’ 창간호(1920.7)에 글을 발표함으로써 시 동인 운동을 전개.

이 시를 쓸 무렵인 1920년대 초, 오상순은 금강산 신계사를 비롯 전국 사찰을 돌며 허무 혼을 시로서 표출했었다. 한 평생 집 한 칸을 마련하지도 또 마련할 생각도 지닌 적 없이 늘 속세를 멀리한 채 구도적求道的 자세로 일관된 시를 썼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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