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작은 것은 없다고 가르치는 교육
<대구논단> 작은 것은 없다고 가르치는 교육
  • 승인 2009.07.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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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등학교장 · 아동문학가)

작다고 여기기 쉬운 것이라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고 작은 힘이 모여 큰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는가?
작다고 여기기 쉬운 것을 작지 않게 보는 지혜를 가지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작은 것이란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 정치학자 에이프릴 카터는 그의 저서 `직접 행동’에서 “자유가 허용되는 나라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개인의 작은 행동이 억압적인 국가에서는 엄청난 저항 행위로 간주되어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피력하였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간디의 소금 행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930년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시에서 간디가 흰 천만 몸에 두른 채 행진을 시작하였다. 390km 떨어진 단디 해안으로 가서 직접 소금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맨발로 390km를 걷겠다고 하였다.

당시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인도인의 소금 생산을 금지하고 세금이 붙은 비싼 영국산 소금을 사도록 강요하였다. 즉 소금을 통해 인도의 경제력을 휘어잡을 셈이었던 것이다. 이에 간디는 분연히 일어나 저항한 것이다. 물론 비폭력에 의한 직접 행동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간디가 직접 소금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간디의 발길이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간디의 충정을 이해하고 이에 호응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출발 때에 78명이던 일행이 25일 뒤에는 수만 명으로 늘어나 행진이 진행되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제대로 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수많은 인파와 함께 전통 염전에 도착한 간디가 소금 한 주먹을 쥐어들며 절규하자 영국군 지휘관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숭고한 비폭력 앞에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었다.

이 행진에서 간디 개인의 행동은 아주 사소하다 할 수 있으나 민족의 경제력을 지켜내는 숭고한 기본권의 행사라는 점에서는 그 결과가 엄청나게 컸던 것이다. 이 `소금 행진’은 그때까지 침체돼 있던 인도의 민중 운동을 부추겨 그 뒤 잇따른 대대적인 반영운동(反英運動)의 발단이 되었다. 이로 인해 간디는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으나 그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인도를 하나의 거대한 감옥으로 보고 전화(戰禍)와 굶주림으로 거칠어진 인심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인도 각지를 순회하면서,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 나갔던 것이다. 간디의 이 `비폭력 불복종 운동’에 5억 인도인은 하나같이 동참했고 결국 영국은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도 그 발단은 아주 작게 시작하였다. 1955년 미국 앨라배마 주의 작은 도시 몽고메리에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여성이 있었다. 파크스는 봉재 공장의 단순 노동자로서 늘 피곤하게 살아야 하였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야말로 소시민이었다.

당시 버스에는 백인과 흑인이 앉는 자리가 구분되어 있었다. 흑인의 자리는 대개 구석자리였다. 그러나 너무 피곤한 파크스는 백인의 넓고 편안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뒤늦게 백인들이 탑승하였지만 파크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자리를 내놓으라는 백인 남성의 요구를 그냥 흘렸다.

`왜 자리를 비켜야 하는가. 다 같은 사람인데…….파크스는 이렇게 생각하며 버티었다. 그러자 로자 파크스는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흑인들이 모두 파크스를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인종분리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그리하여 결국 거대한 흑인 민권운동의 시작되었다. 이처럼 작다고 생각하기 쉬운 일이 실은 엄청나게 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그 시작은 작지만 그 끝은 심히 창대한 것이다. 작은 것은 없다는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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