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보다 감정 잡는게 더 어려워”
“액션보다 감정 잡는게 더 어려워”
  • 승인 2014.06.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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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는남자’ 킬러로 돌아온 장동건

난이도 높은 액션연기 소화 위해 4개월동안 매일 4~5시간 훈련

삶에 지친 한 킬러의 고독함 표현

흥행 부담감 벗어나 다작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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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회 내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소유한 킬러. 한치의 망설임 없이 총을 빼들어 상대를 사살하고, 총알 세례 속에서도 과감하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마흔을 넘긴 두 자녀의 아버지지만 구르고 뛰고 싸우는 액션을 온몸으로 소화했다.

이정범 감독이 연출한 ‘우는 남자’에 출연한 배우 장동건 얘기다. 장동건이 액션 누아르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친구’(2001) 이후 13년 만이다. 사실 액션 영화는 그에게 친숙한 장르다. ‘무극’(2005)과 할리우드 진출작 ‘워리워스 웨이’(2010)에서는 천하제일의 검술을, ‘태극기 휘날리며’(2003)와 ‘마이웨이’(2011)에서는 전쟁터에서 총을 난사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우는 남자’에서는 전선에 투입된 병사와는 다른 총격 장면을 선보인다. 장동건이 맡은 킬러 곤과 흑사회에서 온 삼인방이 아파트에서 겨루는 총격 장면에선 수백 발의 총알이 스크린 이곳저곳을 헤집는다.

“‘마이웨이’ 때보다 더 많은 총탄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총을 사용하는 장면은 여러 영화에서 찍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능숙하게 총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웠어요. 총을 쏠 때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자 노력했는데 쉽진 않았어요.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보면 인물들이 생뚱맞게 갑자기 선글라스를 쓰는 장면들이 있던데 다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눈 깜박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확신합니다.”

장동건은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난도 높은 액션 장면을 소화하고자 강도 높은 훈련도 했다. 매일 액션 스쿨에 도착해 약 3.5㎞의 거리를 달렸고, 발차기를 했다. 무술 감독과 다양한 합도 맞췄다. 훈련에 들어가면 4~5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4개월 반을 연습했다.

“처음 한 달은 많이 힘들었어요. 기존 액션 영화에선 통상 2~3주 정도 훈련했어요. 그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가장 많은 시간을 훈련에 할애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을 4~5년간 쉬어서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지난 3년간 어깨가 좋지 않아 (야구 경기를 할 때) 공을 던지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를 찍고 나선 잘 던질 수 있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재활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그는 모든 걸 희생하면서 자신이 죽인 여아의 엄마 모경(김민희)을 지키려 한다. 조직을 배반하면서까지 과연 그래야 했을까, 의문이 솟구친다. 좀 더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런 고민을 영화로 만들면서 충분히 했어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곤이 버림받는 플래시백 장면이 오프닝에 있었어요.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었죠. 곤이 왜 버려졌는가가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경을 구하려는 이유는 모경의 딸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버린 엄마 때문이에요. 그의 행동은 버린 엄마를 용서하려는 행위와 맞물려 있습니다.”

장동건의 깊은 눈은 평생 외로움에 허덕였던 곤의 야수 같은 눈빛을 표현하기에 제격인 듯 보인다. 세상에 대한 원망도 크지만, 삶에 지친 한 킬러의 고독을 그는 섬세하게 표현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액션 장면에서조차 곤은 자기와의 싸움 같은 느낌이 담겨야 했어요. 거기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스타일리시하게 찍지 않은 것 같아요. 맨몸 액션은 처절하죠. 마치 자신의 과거와 싸우는 듯한 느낌으로 찍었습니다. 감독님은 액션장면을 찍을 때 풀샷보다는 얼굴을 클로즈업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액션 자체보다 감정이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선 감정을 잡는 게 이상하리만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실 장동건은 ‘친구’ 이후 묵직하고 어두운 세계 속을 살아가는 ‘아드레날린’ 넘치는 영화들을 많이 찍었다. ‘태극기 휘날리면’이 그랬고, ‘마이웨이’가 그랬다. ‘우는 남자’는 그런 암울한 세계관의 결정판이다.

“‘친구’ 이후 그런 캐릭터를 다룬 영화가 많이 들어왔어요. 기본적으로 어두운 캐릭터들을 선호해요. 이번 ‘우는 남자’는 그 우울함의 결정판 같은 느낌이에요. 이번에는 모든 걸 쏟아내자. 아무런 미련없이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찍었습니다. 다음에는 밝고 일상적인 영화들을 찍고 싶어요.”(웃음)

영화에서 곤은 미국에서 자란 킬러 역이다. 그런 만큼 대사의 상당 부분을 영어로 소화해야 했다.

“제가 외국어 연기를 많이 해 봤습니다. 일어·영어는 물론 러시아어와 태국어까지 해봤어요. 그중 영어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한국 관객들이 잘 아는 언어이기 때문이죠. 태국어는 굉장히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웃음) 포인트만 잡아서 하면 그럴싸하게 들려요. 곤은 미국에서 자랐고, 한국어도 잘하는 인물입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가 거의 불가능했죠. 영어는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연습했습니다.”

톱스타 장동건은 최근 영화에서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워리어스 웨이’는 43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약 300억 원이 투입된 ‘마이웨이’는 214만 명을 모았을 뿐이다. 장바이즈(張柏芝) 등과 호흡을 맞춘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는 30만 명을 동원했다. 잇단 부진 때문일까?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큰 인기를 누렸지만, 그는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다고 했다.

“흥행 문제는 아니었어요. 제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내면의 슬럼프를 겪고 있어요. 이정범 감독과 작업하면 슬럼프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완성하면서 완벽히 벗어났다고는 말씀드리진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상당 부분 극복했습니다.”

장동건은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2~3년에 한 편꼴이다. 원빈을 제외하고 그와 같은 스타급에 있는 배우로서는 과작(寡作)인 셈이다.

“작품을 잘 선택하지 못했어요. 끌리면 해야 했는데 다른 원인 때문에 고사했던 적이 있어요. 이제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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