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들에 깨달음·주체적 삶 강조
재가불자들에 깨달음·주체적 삶 강조
  • 황인옥
  • 승인 2014.06.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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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과 이상향
불교·동서양 철학 섭렵한 화공스님
유마경의 세계 흥미진진하게 재구성
내용 따라 경전 번역문·원문 덧붙여
유마경과이상향
‘유마경(維摩經)’은 유마 거사가 등장하는 희곡풍의 경전으로, 재가불교운동의 이념적·실천적인 경전이다. 이원론적인 대립적 사고를 초월하면 온갖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르침의 핵심이다.

세상의 모든 고통이 너와 나, 진보와 보수, 더러움과 깨끗함, 선(善)과 불선(不善), 생사와 열반, 출가자와 재가자 등을 둘로 나누어 놓고, 분별하고 집착하는 데서 온다는 것만 제대로 깨우쳐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치다.

재가불제자의 희망 경전인 유마경의 주인공인 유마 거사는 지혜의 화신이라 불리는 문수보살마저도 당해내지 못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출가해 깨달음을 구한 부처님의 정식 제자가 아닌 세속에 사는 거사의 신분으로 대승불교의 교리에 정통하고 수행이 깊어 출가한 승려를 뛰어넘는 종교적 깊이를 보여준 거목이다.

특히 해박한 교리 이해와 깊은 수행력으로 핵심을 찌르는 그의 질문에 붓다의 십대 제자들과 여러 보살들이 답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 대목에서 재가자들에게 세속에 살면서 수행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하는 희망의 아이콘이다.

책 ‘유마경과 이상향’은 유마거사를 주인공으로 한 유마경의 본격 해설서다. 현재 부산 범어사 내원암에서 주석하면서 법을 전하고 있는 화공 스님의 학문적 결실이 집약된 책이다.

화공스님은 알려지지 않은 석학이자, 불교학은 물론 동서양 철학을 막론하고 신학까지 두루 섭렵한 학승이다. 해인사 강원 15회(1974) 출신인 화공은 25년 간 일본 교토(京都)에 있는 하나노조(花園) 대학과 불교대학 B.A, 죠지아 주립대학, 하바드 대학 HDS, 위스칸신 주립대학 등에서 불교학을 연구했다. 그 후 벨로잇칼리지 부교수·동국대 경주캠퍼스 선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책에서 단순한 유마경 해설에 그치지 않고, 인도 대승불교사상사 전반을 섭렵하고 있다. “유마경은 중생이 주인이 되어 이상세계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불국(佛國)의 법률서”라고 그는 말한다. 이는 이 책의 핵심이자 유마경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중생의 주체적 깨달음’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화공 스님은 14장으로 구성된 유마경을 총 4막으로 재구성해 드라마틱한 유마경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고 있다. 각 장마다 전체적인 해설을 하고 내용에 따라 경전 번역문과 원문,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스님은 책에서 “지식욕에 의해 불교교리를 철학적 내지는 학문적인 섭렵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마경 한권이면 재가불자로서 불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다 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유마경의 위대성을 피력한다.

그러면서 “현실세계에서 인생이라는 드라마는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주인공인 이상 누구나가 이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가 자기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 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라며 “현실세계는 주체적 삶을 살기를 포기하는 자에게만 번민의 늪이 될 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세계를 이상세계로 만들 수 있다”고 강변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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