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 비정규직 문제를 비상탈출하라
<대기자 칼럼> 비정규직 문제를 비상탈출하라
  • 승인 2009.07.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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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이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직업이 존재한다. 사람의 능력과 재주에 따라서 이런 직업을 갖게 되기도 하고, 저런 직업으로 평생을 보내는 수도 있다.

월급쟁이는 월급쟁이대로, 장사꾼은 장사꾼대로 모두 자기가 맡은 일에 열심히 종사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보탬이 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개중에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갑자기 사표를 내고 사업에 뛰어드는 수가 있는가하면 사업에 제법 이골 난 사람이 어느 날 폐업신고를 하고 농촌에 들어가 이른바 귀농을 하기도 한다.

자기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을 어느 누가 탓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지탱해오던 직업이 타의에 의해서 그만 둬야 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이는 큰 사회적 문제꺼리가 된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세계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지면 사업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수출입 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국제적 경제동향에 가장 민감하고 제조업자는 내수경제의 위축여부에 신경이 날카롭다.

이러한 경제동향은 막 바로 모든 기업종사자에게 영향을 준다. 대규모로 기업을 확장했던 제조업체나 많은 인원을 고용했던 회사들은 당장 인건비 지출을 걱정하게 된다. 가동 중인 시설은 중단하면 되지만 기계를 운전하던 종업원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져 필연적으로 감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감원이라는 용어를 공공연하게 썼지만 요즘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었다. 구조조정에는 희망퇴직도 있고, 강제해임도 포함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이러한 실직자는 해마다 늘어난다.

매년 학교를 나오거나 군대복무를 마친 젊은이들이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판에 직장에 있던 사람들이 쫓겨나는 사태는 한마디로 목불인견이다. 게다가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나라에는 소위 3D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한다. 이로 인하여 100만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실업대란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져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다. 소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제책이 여야 정쟁의 희생물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사태에 이르렀다. 비정규직은 고용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해임시킬 수 있는 불안한 위치에 있다.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자동전환 된다.”는 법 조항은 원래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게 오히려 해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회사가 잘 돌아간다면 시키지 않아도 숙련노동자를 해고할 사장은 없다. 그러나 지금 같은 위기 속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정규직 전환을 기피하는 것이다. 개구쟁이라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는 왕년의 CF처럼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해고만 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이 직장마다 울려 퍼진다. 양대 노총과 민주당 측에서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위 법조항의 시한유예를 거부한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누가 이런 걱정을 사서 하겠는가. 생산 코스트의 상승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 그들의 탁상공론은 정부입장만 곤혹스럽게 만들면 된다는 이기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안다면 해고사태가 당분간이라도 유예될 수 있도록 신축자재한 태도를 취하는 게 옳다.

오죽하면 정규직인 국회의원과 양대 노총의 지도부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막말까지 나올까. 민주당과 양대 노총 관계자 중에는 비정규직 해고사태가 나더라도 곧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이 채우게 될 터이니 `총고용량’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지극히 몰상식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비정규직이나마 직장을 잃어버린 슬픔에 대한 동정은 눈곱만큼도 없는 피도 눈물도 말라버린 막가파들이나 할 말을 사회적 지도자라는 자들이 거리낌 없이 뱉어내다니 마른하늘에 천둥이 쳐야 알아들을까.

그나마 한나라당과 선진자유당 그리고 친박연대가 1년6개월 유예 안에 합의하여 비정규직 문제의 비상탈출에 가느다란 희망이 열리는 듯 하더니 이마져 양대 노총과 민주당에서 거부했다. 국민의 직장 문제를 당리당략이나 정략적으로 풀 생각을 하지 말고 민생(民生)의 기본임을 인식하여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이 문제를 빨리 수습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간곡히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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