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민족속성에 대하여
그릇된 민족속성에 대하여
  • 승인 2014.07.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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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시인,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공동의장
호를 일계(逸溪)라 칭하며 평생을 한학하며 한시를 지으시며 사신 내 아버지(徐賢奎)께서는 생전에 늘 ‘참을 인(忍)’자를 되뇌이시며 참으라는 교훈을 주셨다. ‘한번 참으면 백 가지가 평안하다’ 하셨던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이 무슨 공자왈 맹자왈이냐 할지 모르나 참음은 행동에서 뿐만 아니라 말(言)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언젠가부터 갑자기 말을 함부로 하는 세상을 맞았다. 수 십년 전만해도 많이 배운 사람과 덜 배운 사람 구분이 있었고 유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분이 확연했다. 많이 배운 사람은 많이 배운 체모와 위상이 있어서 조금만 언행을 잘못해도 지탄을 받았는가 하면, 유명한 사람은 아주 바빴으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별 바쁜 일 없이 소일하는 삶이 대부분이었다.

이 역시 언젠가부터 많이 배운 사람이나 덜 배운 사람 구분이 흐트러지면서 언행이 무작위로 남발되었고 유명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바쁜 시대를 맞았다. 허물어진 게 이 뿐 만은 아니겠지만 양극화가 극심한 나머지 자신의 편이 아니면 국회의원이든 대학교수든 언론인이든 시회단체장이든 예술인이든 그 누구든 어느 부류든 마구 언행을 저질러도 자신의 편에서 옹호받는 나머지 다른 쪽에서 지탄 받는것을 그리 심각하지 않아하는 게 관행처럼 되어버렸다고 할까.

우리 사회가 바로 이런 양극화로 인한 편들기로 언행을 함부로 해도 편들어주는 무리가 있어 약간의 지탄은 받아도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듯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이라면 틀린 말일까.

말을 함부로 하면서도 전혀 자신은 잘못 없다는 듯 오히려 그게 화제가 되어 스타가 되었다는 듯 우쭐거리는 지식인들을 신문 방송에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데 내가 보기엔 불쌍하기 짝이 없지만 자신이 던진 말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은 잠깐, 그게 청소년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면서 자라는 세대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 정직하라, 부모에게 효도하라, 진실하게 살아라!’고 한들 먹혀들겠는가 말이다. 청소년 범죄나 자살도 모두가 어른들의 삐뚤어진 언행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말이다.

남을 헐뜯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금의 관용이나 참음이 없이 자신의 편이 아니면 무조건 비난한다. 꼭 북한당국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남한정부의 동태를 보면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비난하는 것 다르지 않다. 저질스러울 정도다. 자신들의 존엄은 중요하다고 하면서 남한의 존엄은 깡그리 무시하며 험한 말을 내뱉는데 우리 사회가 그와 꼭 닮았다. 특히 정치인들이 더하다. 한 시대의 역사를 정의롭게 끌고 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와 사명감을 등에 지고 가는 국회의원이 막중한 임무와 사명감은 내팽개치고서 자신만의 생각이 옳고 자신만이 올곧다 하니 이 보다 더한 엉터리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정치를 싫어하고 경제를 싫어하고 문화만을 붙들고 살아가는 신세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정치인도 알게 되고 경제인도 알게 되고 기업인이나 지자체단체장도 알게 되고 스님이나 목사 등등 온갖 사회지식인들을 알게 되어 그들과 잘 섞이지는 않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유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늘 밥맛이 쓰디 쓸 뿐이다. 별로 잘 나지도 않았는데 잘났다고 착각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들답지 않게 너무 많이 물욕에 찌들어 있더라는 것이다.

내 백부께서는 살아계실 때 호통을 잘 치기로 이름난 성격의 소유자였었는데 우리 한민족은 씨(種)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주 과격한 말로 들리겠지만 아마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즈음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대충 이해는 되었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서로 중상모략 잘하고 헐뜯고 했으면 이런 말을 하셨을까 한게 내 젊은 날 생각이었다. 그때 내게 떠오른 말이 있었다. 역시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로 ‘사촌 논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다. 이 역시 오죽했으면 이런 속담이 생겨났을까 하는 거였다.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 보니 이제 이 사회에 좀 밀리는 듯한 생각이 드는 이쯤에서 살아온 지난 날을 돌아보니 그 모두가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 다 일리가 있는 선현의 말씀처럼 다가온 것이다.

단군 이래로 한민족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미당 서정주시인이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해놓은 것이 없어!’라 하셨는데 ‘선생님 그게 아니지요. 선생님이야말로 평생 시로서 우리 민족에게 남긴 위대한 업적은 단군 이래로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겁니다’라고 대담을 진행한 경희대 김재홍교수께서 한 말이 기억난다. 그러나 미당은 불우했던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일제 치하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선배학자의 권고에 의해 친일시 몇 편 그냥 써주었던게 지금까지 화근이 되어 수많은 비난과 고초를 겪다가 85세로 생을 마감했다.

미당이 생을 마감하기 석 달 전 찾아 뵈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미당은 ‘이 나라가 참 따분한 나라다.’라 하시면서 미국 아들네 집에 가면 오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내 가슴이 철렁했던 건 사실이다. 문정희 시인은 미당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업적 전체가 묻히면 안 된다’라고 했는가 하면, 미당이 가장 이뻐해 주었다는 수제자인 고은 시인은 일찌기 미당의 시를 ‘정부(政府)’라 칭했으면서도 불구하고 스승을 비난하는데 앞장 서서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 속성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완전 매장시키거나 죽게까지 해야 적성이 풀리게 우려먹는 언변들이 너무나 난무하다. 기려야 할 높은 정신은 기리되 잘못된 부분은 다시는 그런 과오가 없도록 후예들이 현명한 지혜를 짜내야 하는데 무조건적으로 털것이라도 매도하여 매장시키려 든다. 자신들은 좋은 시대를 만나 내우외환도 겪지 않은 호화로운 삶을 살아왔으니 눈에 보일 리가 만무하다.

지금 중국 만주땅 연변정서가 한국 못지 않다고 한다. 조선족끼리 중상모략 투기 고발로 죽이기를 일삼는가 하면 같은 민족이면서도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탈북자를 신고하여 잡혀가는 비극적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언제 우리 민족이 하나로 된 은은한 둥근 징소리를 울려퍼지게 할지 막막한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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