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게 얽힌 線…그안에 묶인 人生
어지럽게 얽힌 線…그안에 묶인 人生
  • 황인옥
  • 승인 2014.07.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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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트스타’ 로한 개인전…8월까지 전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시각화
아이콘, 행복·비극으로 나눠
“연결됐다, 끊어졌다의 반복
관계 바라보는 시각의 혼돈”
로한전시작2
로한 전시작.
“우리 인생의 특정 시점에 특별한 영향을 주고 사라진 사람이 있다면….”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이 의문은 현재 작가 로한의 의식세계를 뒤흔드는 상념이다.

봉산문화회관이 진행하고 있는 ‘유리상자 아트스타’ 올해 3번째 작가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하고 있는 로한(Rohan·31)이 초대됐다. 사방이 유리로 된 전시장에 설치작품 ‘우리 인생의 특정 시점에 특별한 영향을 주고 사라진 사람이 있다면…’을 선보이고 있는 것.

전시장에는 얇고 넓은 판재로 사람 형태의 선형으로 오려낸 열 종류의 검은색 아이콘이 매달려 있고, 이 아이콘들을 검은 선들이 어지럽게 연결하고 있다.

열 종류의 아이콘은 크게 두 개의 스토리로 형상화되고 있다. 1부는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해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스토리를 네 종류의 아이콘으로 형상화하고, 2부는 그들 중 한 사람이 외도를 하면서 일어나는 상흔들과 끝내는 영원히 남남이 되는 비극을 6종류의 아이콘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최근 겪고 있는 작가의 개인적인 가족사를 반영하고 있다.

로한전시작
로한 전시작.
전시제목에서도 풍겨지듯, 작품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는 ‘관계 맺기’ 와 ‘관계 끊기’다. 사실 30대 초반의 그녀지만 관계 맺기에 있어서는 어린아이처럼 서툴다. 그녀가 관계 맺기로부터 오랜 시간동안 차단돼 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10여 년 간의 해외 유학 생활에 있다. 어린 나이에 혼자 이국땅에 떨어져 관계로부터 차단돼 지극히 독립적인 생활을 해 온 것. 그녀가 ‘관계 맺기’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유학 후 국내에 들어와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하면서다. 결혼과 출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주는 안정감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관계맺기’의 희열에 빠져들고 있다.

“10년 이라는 긴 유학생활 동안 혼자 이곳 저곳을 부유하는 삶을 살았던 탓에 작품을 보관하는 것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과의 관계맺기가 차단됐다. 국내로 들어와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면서부터 관계 맺기가 주는 안정감에 조금씩 젖어드는 것 같다.”

최근 그녀가 겪은 부모의 이혼은 그녀에게 ‘관계 끊기’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그녀에게 ‘관계 맺기’가 배려와 사랑을 의미한다면, ‘관계 끊기’는 차라리 끊음으로서 정신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장치로 다가온다. 이번 작품에는 개인사가 주는 절박함을 ‘관계 끊기’로 비중 있게 녹여냈지만, 현재 그녀는 여전히 ‘관계 맺기’에 더 많은 감각을 열어두고 있다.

“십여 종류의 아이콘이 연결됐다, 끊어졌다 하는 것은 관계를 바라보는 내 시각이 아직은 혼돈 상태라는 것을 암시한다”는 그녀의 작품은 강렬하다. 작품만 보면 가녀린 젊은 여류작가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노동일과 관계된다.

“기계 관련 제조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현장에서 업무를 하게 됐는데 현장 업무가 철근과 목재, 플라스틱을 자르고 붙이는 노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내 작품이 선이 굵다면 현장 노동과 무관치 않다.”

노동과 예술을 병행하면서 예술에 노동의 의미를 개입시키기 시작한 그녀지만 그녀의 노동은 이념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다. 순수노동의 의미 딱 거기에 멈춰있다.

“철근 자르는 일을 계속해서 하면 숙련이 된다. 이때는 자로 재지 않아도 한치의 오차도 범하지 않게 된다. 예술도 끊임없는 숙련의 과정이다. 이렇게 보면 숙련된 노동과 예술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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