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임기 충실히 수행 후 돌아온 ‘신뢰’ 아이콘
시의원 임기 충실히 수행 후 돌아온 ‘신뢰’ 아이콘
  • 황인옥
  • 승인 2014.08.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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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문화원연합회 이재녕 회장

2010년 지방선거 당선 6개월 후 “재선 않겠다” 약속 지켜

“문화원, 이익 사업 없어 재정확보 위한 인식 바꾸는데 노력

대구 양대 축제를 하나로 모으는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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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녕 회장은 “시의회 등원 6개월 후 재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신뢰인데, 내 입으로 뱉은 말을 지킨 것은 내 소신을 지킨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박현수기자 love4evermn@idaegu.co.kr

대구시문화원연합회 회장으로 부임하고 첫 명함을 건넨다는 이재녕 전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하 문복위원장)은 고향집에 돌아온 듯 편안해 보였다. 10년간 남구문화원장을 역임하고, 대구시 문화원연합회 회장 임기를 수행 중이던 그가 돌연 대구시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후 4년 만에 몸담았던 제자리로 흔쾌히 되돌아 왔으니 그의 모습이 편안해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초선이지만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주변에 한 말과 대구 문화 발전을 위한 일을 계속하겠다는 2가지 약속 모두를 지키며 ‘신뢰’의 아이콘을 자청하는 그를, 지난 1일 만나 광역의원 4년을 회고하고 문화원에 새롭게 녹여낼 청사진을 물었다.

◇ 지역 주민의 문화산실로서의 문화원 역할 정립 시급

대구시의회 문복위원장에서 문화원으로 되돌아온 것은 세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좌천에 해당한다. 그래서 먼저 돌직구부터 날렸다.

- 문화원으로 돌아온 것 의외로 보일 수 있다. 돌아온 이유가 있나.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4년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문화 일선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었다. 나는 내가 대구 시민들과 남구 구민들께 한 그 약속을 지킨 것 뿐이다. 원론에서 보면 자리는 과정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다. ‘지역 문화 발전’이라는 원론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면 문화원이든 어디든 문제 될 것은 없다.”

- 사실 문화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시민들이 잘 모른다.

“그렇다. 문화원과 예총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예산을 지원하는 공무원들마저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다.”

- 문화원의 정체성을 이 기회에 밝힌다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

“예총은 장르별 예술단체들의 연합체이며, 특정 장르나 분야 회원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이익단체다. 하지만 문화원은 장르의 제약 없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문화를 아우른다. 이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묻혀있는 전통문화를 발굴·육성하는 것은 물론 현대의 지역문화를 미래의 전통문화로 확립하는 일도 병행한다. 한마디로 특정 분야나 특정집단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 시민, 국민들을 위해 활동하는, 성격은 공공성을 띄면서 분야는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 문화원으로 되돌아간 것은 시대적 소명 때문으로 봐도 되나. 어떤 소명의식 있나.

“지역문화원은 주민의 가장 가까이서 생활문화 활성화를 이끌고 전통문화를 계몽하고 미래문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이익집단이 아니다 보니 구심점이 없고 응집력이 약한 것이 문제다. 이런 제약이 지역문화원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소명이라면 문화원의 정체성을 시민들과 공무원들에게 정확하게 홍보하고, 문화원이 응집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염두에 두나.

“예산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정책입안 할 때 문화원을 사단법인이나 임의단체와 동일시 해 자부담 적용하는 것이 예산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들 단체는 단체의 목적이나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예산을 부담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재정 확보가 용이하다. 문화원은 회원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없으므로 재정확보가 소수의 후원금으로 이뤄지다 보니 어려운 실정이다. 회원들의 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봉사 차원에서 문화원 자체 기부금 등으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문화 사업에 자부담을 적용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인식을 바꿔나가는데 내 역할이 있을 것이다. 예산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문화원 고유 목적을 위한 사업들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문화 정책 수혜자는 대구시민이어야

이 회장은 제6대 대구시의회에서 후반기 문복위원장을 지내며, 대구문화의 역동적인 성장기에 견제자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누구보다 대구 문화 전반을 깊게 경험하며 시민의 눈높이에서 치열하게 견제하려고 한 인물이다. 대구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 문복위원장을 지내며 느낀 대구시 문화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특정 이익단체의 편중현상이다. 이익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산에 필요한 세금을 내는 대구시민들의 의견이 더 중요한데, 현실은 특정 이익단체의 의견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새로운 미술관 건립이라는 현안이 있다면 미술인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지만 그 미술관의 주인이 될 시민들의 이야기를 빠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구시의 정책 입안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 수렴은 빠져 있다. 그것이 가장 큰 안타까움이다.”

-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나.

“소수의 의견으로 이미 정책을 정해놓고 그것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동조자들의 의견만 들으니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이 될 것이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처럼 미술관 등의 문화시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현재 대구시 재정규모로 볼 때 대구미술관 하나 운영하는 것도 사실 벅차다. 한데 또 다시 대규모의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고, 대구시민들이 진정으로 그 미술관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문이다.”

- 말이 나왔으니 의회에 있을 때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을 반대했던 입장에서 문제점을 밝혀 달라.

“가장 큰 문제는 작가가 ‘이우환’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미술관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작품보상비를 100억원을 책정했으면서도 정작 이우환의 작품은 몇 점으로 할 것인지, 그 친구들은 누구이며 작품은 몇 작품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계획도 빠져 있다. 대구시의 논리는 작가를 믿고 하겠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고 강제성이 없는 MOU체결에 그치고 있다. 일반인들의 계약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우환이라는 작가가 과연 국내외 관광객을 대구로 불러올 만큼 브랜드 가치가 있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피카소나 샤갈 만큼은 아니라도 일반인 다수가 명성을 알고 있는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 대구의 대표 관광브랜드가 될 수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말이 나온 김에 대구의 대표적인 축제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대한 진단도 해 달라.

“대구에 양대 축제가 있지만, 대구시 재정 여건으로 보면 두 종류의 축제를 끌고 가기에는 무리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하나로 모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정을 늘리면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축제 자체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할 것 같은데.

“축제는 전액 시비로 운영된다. 시에서 돈 받아놓고 무료 공연을 안 하고 시민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입장료를 받았으면 당연히 시 회계로 들어와야 하는데 시 예산은 시 예산대로 챙기고 입장료 수익은 수익대로 축제 측에서 챙긴다. 축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티켓 판매 수익금은 대구시로 환원하고, 대구시는 이 돈을 내년 축제에 예산을 더 늘려서 재투자 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문복위원장으로 있을 때 수차례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렇게 하면 축제가 존립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 두 축제 모두를 끌고 가야 한다면 차선책으로 제시할 것은 무엇인가.

“두 축제를 대구문화재단 내에 편입시켜 운영하거나 공연재단을 만들어 두 축제 모두를 관리해야 한다. 왜 오페라축제만 재단화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오페라축제와 달리 뮤지컬축제가 재단화 하지 못한 이유가 있나.

“오페라 전공자들은 클래식이라는 한 분야로 압축돼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데 비해, 뮤지컬 분야는 연극, 음악, 무용 등 여러 분야가 모여 만드는 종합예술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응집력이 부족하다. 뮤지컬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창작뮤지컬 전용극장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됐고, 내가 용역설계비까지 책정해서 추진해 보려 했는데,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기면 소극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들어왔다. 결국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은 무산됐다.”

◇ 대구 전체 성장의 한 축으로써 대구문화 육성 계속돼야

전임 시장인 김범일 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공연문화중심 도시 대구’를 기치로 공연예술르네상스를 열기 위한 다양한 문화성장정책을 구현해 왔다. 이 때문에 대구의 문화는 지난 10여년 사이에 빠르게 성장해 수도권인 서울을 제외한 지방 최고의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신임 권영진 대구시장 또한 6·4지방선거 당시 문화예산을 지금의 3배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문화융성에 대한 전임 시장의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도 문화 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택하고 문화 융성에 국가적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바야흐로 문화가 대세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문화대세 시대에 대구문화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 가능할까.

- 대구를 지방 최고의 문화파워 지역으로 이끈 원동력은 무엇인가.

“대구는 예술분야 대학 전공자들과 해외 유학파들의 인력풀이 수도권을 제외하고 최고다. 이런 전통은 근대부터 있었다. 대구의 이인성 이쾌대 등의 걸출한 화가들과 현제명, 박태준 등의 음악가들이 우리나라 예술을 이끌지 않았나. 지금도 그 인프라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인재풀은 풍부하지만 몇몇 인사들의 독식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인에 의한 독식구조가 특히 심한 곳이 대구다. 임명권자는 검증된 사람만 계속해서 선호하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할 의지가 약하다. 또 현재 대구문화예술의 리더들은 후진양성 의지가 없다. 이 때문에 한 인물이 10년 이상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것을 바뀌어야 한다. 시 정부에서 신진발굴과 후진양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 문화예술 육성이 시대적 요구라고 보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물에 비교하면 1970년대는 경제부흥기로 디자인은 필요 없고 공간이 필요했다. 1980~9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그 공간을 활용할 전문 인력이 필요해 졌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오면서는 인력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요구되고 있다. 정신적 여유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때 문화예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말은 곧 문화가 산업 우위인 시대를 말하나.

“그건 아니다. 산업은 늘 우위다. 산업 성장이 없으면 문화는 동력을 잃는다. 문화는 산업을 뒷받침하는 한 분야다. 그것도 21세기에 들어와 가장 중요해진. 문화가 일반산업분야에 미치는 파장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구시의 문화융성정책은 계속돼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문화가 산업을 보조하고 산업이 문화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

◇ ‘신뢰’는 내 삶의 원천이자 평생 함께 할 인생철학

그는 제6대 대구시의회에서 4년이라는 기간 동안 견제자 역할을 해왔다. 그가 피부로 경험한 시의원의 권한이 궁금했다.

- 외부에서 보던 시의원과 내부에 직접 들어가 경험해 본 시의원은 어떻게 달랐나.

“사실 시의회에 들어가기 전에는 시의원의 권한을 낮게 봤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권한이 10배 정도는 높았다. 이는 시의원이 전문성을 갖추고 사심을 버리고 제대로 일하면 시의회에 투입하는 세금의 몇 배 이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4년 전 대구최다 득표로 시의원에 당선됐다. 재선 가능성이 충분한데 왜 재선을 포기했나.

“시의회 첫 등원 후 6개월을 지내고 주변에 재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신뢰인데, 내 입으로 뱉은 말을 지킨 것은 내 소신을 지킨 것과 같다.”

-그렇게 말한 이유가 궁금하다.

“주민의 대변인에게 첫 번째 덕목은 사심이 없어야 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초선으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 2년 후 총선 출마 이야기가 있다. 어떤가.

“주변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되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이재녕 회장은 제6대 대구시의회 의원.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대덕문화전당 관장, 대구민학회 회장, 경일대학교 총동창회장, 대한건축학회 대구경북지회 이사를 거쳐, 현재 계명문화대학 초빙교수, 한국·헝가리협회 회장, 대구상공회의소 상공의원, 남구남구문화원 원장, 대구시문화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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