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혼이 담긴 한지의 생명력 이대로 죽일 것인가?
우리의 혼이 담긴 한지의 생명력 이대로 죽일 것인가?
  • 승인 2014.08.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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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다시 종이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오랜 세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역사와 사회, 정치, 문화 그리고 교육을 담당했던 최고의 선생님은 종이였다. 그런 종이는 지금의 디지털혁명이 일어나기 전 그 어떤 수단보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기능적인 용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었다.

특히 우리민족에게 중요한 상징성이자 과거 우리의 시대정신을 강렬하게 보여주었던 유일한 도구가 바로 종이였고 그 이름은 한지라 불렀다. 한지는 다른 기록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어떤 매개체보다 사용이 용이하고 읽기와 쓰기 그리고 기록의 기능을 가장 많이 대표하였다.

그런 한지가 조선과 대한제국을 벗어나서 일본의 침탈과정에서 그 명맥이 사리지기 시작했다. 종래엔 우리 고유의 한지가 아닌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공업용 종이를 중국과 일본에서 들여오게 되었다. 어렵게 공정 과정을 통해 나온 한지의 가격과 대중성에 비해 저렴하고 일반적인 종이가 늘어나니 한지의 존재와 필요성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특수한 몇 군데를 빼곤 사용되지 않고 있다. 공장에서 몇 시간이면 몇 톤의 종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업용 종이에 비해 수제로 제작한 한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빌어 며칠을 꼬박 걸려 나와 봤자 양이 얼마 되지 않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에는 맞지 않는 것이다.

한지의 특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한 과학적이고 신비로운 과정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공정 과정과 양이 한정적이니 찾는 사람 역시 소수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지를 생산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만드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으니 수요를 떠나 공급자체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과거에도 한지의 가격은 만만치가 않았지만 그러한 현상에 의에 지금의 한지의 가격은 과거 비단 값에 상응해질 만큼 고가가 되어있다.

분명 한지는 차이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격이 낮지 않다. 그러나 국내산 닥나무를 통해 얻은 소량의 원료로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어린 제조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만큼 강도와 생명력은 그 어떤 기록수단보다 훌륭하다. 우리 몸에 우리 것인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은 우리의 환경이 필요하다. 삼한사온으로 단련된 닥나무의 성질은 찰지고 단단하여 수입 한지는 따라올 수 없는 품질을 가지고 있다.

문화 유산지를 둘러볼 때마다 보이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유적지의 한지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칠의 형태가 변하지 않고 한지 역시 얼룩지지 않고 있다. 과거 서체를 명품이라며 값 비싸게 구입을 하면서 종이에 대한 유서 깊은 전통과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장인 정신의 기법을 너무 멀게만 생각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자 재산인 한지의 기법은 쉽게 발휘하거나 전수되는 기법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과 시간으로 빚어진 기술이자 문화의 혼이다. 기계 만지듯이 금방 조리법을 보고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유형보다 무형기술에 국가적 차원의 더 많은 투자와 보호를 하고 있다.

옛 것이라 하여 귀하게만 생각하고 한쪽 귀퉁이에 모셔두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승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정성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 한지기술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한지 제조과정 기법을 전수할 사람도, 투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대 종이에 비해 세련돼 보이지는 않아도 온화하면서고 기품 있는 색으로 그 성질과 품질의 뛰어남은 우리 말고도 세계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시점에서 전국 각지 외진 곳에서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의 한지를 다시금 부흥하도록 일으켜야한다.

한지를 이대로 사라지게 할 수가 없다. 현대 그 어떤 종이보다 훌륭한 성질과 기능을 가진 한지를 색과 모양에 따라 리뉴얼을 하여 일상생활과 상업적인 영역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가 있다.

점점 멀어져가는 우리 종이 기술이 담긴 전통문화를 계승 유지하도록 정부차원에서도 보조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림받는 일회성이 강한 현대 생활물품에서 우리 종이의 재활용 연구가 지금이라도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틴 한지, 그만한 이유도 명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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