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전라도, 왜 감추나” 이웃 이발소 방화
“고향 전라도, 왜 감추나” 이웃 이발소 방화
  • 김정석
  • 승인 2014.08.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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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구속
약 40년 전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대구 북구로 이사해 살고 있는 K(74)씨는 몇 개월 전 이웃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인구가 수십세대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던 또래 나이의 이발소 주인이 자신과 동향인 전라도 출신이라는 소식이었다.

오랜 세월 얼굴을 마주치며 지내왔던 이발소 주인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전라도 출신임을 숨겨왔다는 점이 내심 서운했지만, K씨는 반가운 마음에 이발소 문이 열리자마자 부리나케 찾아가 대뜸 주인에게 “고향이 전라도요?”라고 물었다.

마을에서 수십년간 이발소를 운영해온 J(73)씨는 K씨의 물음에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질세라 K씨는 “내가 다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전라도가 고향이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지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받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씨는 끝까지 “나는 전라도 출신이 아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단 K씨는 “알겠다”며 물러섰지만 이미 K씨의 마음 한 구석에는 J씨에 대한 앙심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K씨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분노는 시들 줄 몰랐다. 그 사이 다른 이웃에게 캐묻고 또 캐물어 J씨의 고향이 전라도라는 사실에 굳은 확신까지 생겼다. 실제로 J씨의 고향은 전북 전주였다.

K씨는 “왜 자신의 고향을 숨기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넘어 결국 “J씨가 전라도가 고향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 6월 21일 자정께, 술에 취해 밤 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있던 K씨는 J씨의 이발소에 불을 질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K씨는 모두가 잠든 심야 시간에 미리 준비한 신문지에 불을 붙여 J씨의 이발소 환풍기 틈으로 밀어 넣었다. 불은 이발소의 의자와 에어컨 등에 옮겨 붙어 시가 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6일 고향 문제로 시비가 돼 이발소에 불을 지른 혐의로 K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는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한 사안인 데다 범행이 일어난 지역이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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