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맘껏 즐기길…”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을 세우다
“누구나 맘껏 즐기길…”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을 세우다
  • 황인옥
  • 승인 2014.08.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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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아트도서관장 허두환
도전과 열정…혼자의 힘으로 개관
아트북이 좋아 20여년전부터 수집
건축·디자인·패션 등 장서 6만여권 보유
1년간 매일 1t의 도서 나르며 정리
포털에 없는 이미지·자료도 풍부
운영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는
새 도서구입비 빼고도 月 1천만원 필요
CMS 신청해 개인·단체 정기후원 모집
도서·작품 판매 병행 등 수익 창출 노력
인터뷰4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인 아트도서관을 개관한 허두환 관장.
꿈을 이룬 순간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들 중 어느 경우가 더 행복할까. 행복의 잣대는 사람마다 달라서 전자가 더 행복할 수도 있고, 후자 쪽에 무게 중심을 더 둘 수도 있다. 하지만 매 순간 꿈을 향해 달려가고 매 순간 꿈을 이룰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난 7월 17일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인 아트도서관을 개관한 허두환(54) 관장은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도서관이야말로 시간과 지식과 예술이 멈추지 않는 한 매일 매일 새로운 꿈을 꾸고 달려가고 그리고는 꿈을 이루는, 그리하여 마침내는 꿈이 아트가 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나날이 무한증식 하는 그의 꿈 이야기를 듣기 위해 허 관장의 꿈의 궁전인 ‘아트도서관’을 찾았다.

◇책임감과 열정이 미술전문도서관 개관 이끌어

대구 수성구 공경로 만촌보성타운 아파트 상가에 미술전문도서관인 아트도서관이 개천절에 맞춰 지난 7월 17일에 개관했다.

현 대구화랑협회 회장과 주노아트 갤러리 대표인 허두환 관장이 운영하는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약 500㎡ 규모에 국내외 미술전문도서 2만여 종 6만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장서분야는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패션, 사진, 공예, 서예, 애니메이션 등 미술 전반을 포괄한다. 외국작가 1천여 명과 국내작가 1천여 명의 화보집과 인문학 도서, 미술 교과서, 고미술 자료, 아트페어 도록, 미술경매 도록 등도 확보해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미술 경향을 축적했다. 그는 이 도서관을 “30여 년간 외국학술서적을 수입·판매해온 전문 서적상과 9년째 운영해온 화랑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언제부터 미술 분야 도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나.

“2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0여 년 전이다. 그때는 미술전문도서관을 염두에 두고 수집한 것이 아니라 아트북스토어를 생각하고 수집했다.”

-왜 아트 도서였나.

“모든 책은 딱딱하다. 하지만 아트 북은 이미지가 많아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책이다. 어릴 적부터 이미지가 있는 책을 좋아했다. 좋아야 미치고, 미쳐야 저지르는 것 아니겠나.”

-아트북스토어에서 미술전문도서관으로 선회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대구·경북은 전국에서도 대학교 수가 많고, 그 대학들에는 미술대학이 꼭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미술전문서점은 하나도 없다. 서적판매상으로서 이 점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 주노아트갤러리가 아트북스토어와 전시장을 겸하는 복합공간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아트북스토어와 갤러리를 한 공간에서 한 첫 시작이 주노아트갤러리였다.”

-운영은 잘 됐나.

“잘 안됐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도 그 컨셉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잘 안됐다.”

-일반인들의 시각으로는 무모해 보이는데 왜 모험을 계속하나.

“디지털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아날로그 책보다 디지털 이미지가 더 손쉽게 다가가고 익숙하다. 잘 안 되는 것은 시대상황과 연결돼 있어 당연하다. 하지만 아날로그가 바탕이 되지 않는 디지털은 존재할 수 없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 꿈이기 때문에도 이 일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8
아트도서관 내부에 전시된 작품들
◇외로운 길이지만 누군가는 가야할 길

전문도서관은 특정 분야의 전문서적과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소장하는 공간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은 세계적인 전문도서관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을 만큼 전문도서관은 익숙한 존재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은 낯설고도 부러운 대상이다. 기껏해야 일부 대기업의 자본과 지자체에서 몇 안 되는 전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대구에서 아트도서관을 개관한 것은 행운으로 다가온다.

-대단한 자본가도 아닌 개인이 도서관을 개관하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계기가 있었나.

“나 같은 개인은 돈 때문에 절대 이런 도서관을 운영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나 스스로 깨고 싶었다. 어느날 자료가 있고 공간이 있는데 부족한 것이 뭐가 있나 싶었다. 그게 1년 전이다. 무엇보다 미술전문도서관의 필요성이 큰 동인이 됐다.”

-방대한 자료다. 자료 정리하는 것도 만만찮았을 것 같다.

“정리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고, 매일 1t의 도서를 들고 다녔다. 골병이 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에 병원에서 회전근계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도서관 개관 때문에 수술은 엄두도 못내고 통증주사로 견뎠다. 재정 여건상 사서를 둘 수 없기 때문에 바코드 찍고 ISBN(국제도서표준번호) 표시하는 일들도 내 몫으로 남아 있다. 이 일은 이제 내 업이 됐다. 아트도서관이 존재하는 한 계속 해 나갈수밖에 없다.”

-도서수집비가 엄청났을 텐데. 얼마정도 소요됐나.

“보유도서의 정가로 치면 30억 원 정도다. 책이 늘어나는 만큼 빚도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국내최고의 미술전문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책 보유 수준을 현재의 3배 규모로 늘려야 한다. 앞으로 계속 수집이 진행될 것이다.”

-돈만 생기면 책을 구입했을 것 같은데, 가족들이 반대하지 않았나.

“‘가정 경제도 안 좋은데 왜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해야 하나. 이혼 당하고 싶나’며 집사람이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했다. 지금은 미술전문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 주고 있다.”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책만 수집하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주위 시선도 그렇고.

“많이 힘들었고 외로웠다. 동조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거기다 미래 보장도 불투명한 일 아닌가. 하지만 당위성 하나 만큼은 확실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할 수 있었다. 낙천적인 성격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미술작품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와 도서관 기능을 합한 것인가.

“이 공간은 갤러리와 도서관과 아카이브와 미술관련 세미나와 워크숍이 함께하는 복합도서관이 될 것이다. 이런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료가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현대미술사전에 올라 있는 예술가들의 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작가 개인별 자료도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아카이브 기능이라면 어떤 형태가 되나.

“포털에 없는 자료들도 많다. 우리 도서관은 그런 자료들을 수집해 보유할 생각이다. 이미지나 텍스트는 포털에 올리지 않고 포털에는 목록 검색만 가능하도록 자료를 올릴 계획이다. 이미지나 텍스트는 직접 도서관으로 와서 봐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도서 사용법은 어디까지 허용되나.

“누구나 와서 편하게 열람할 수 있고, 화보집 이미지에 대한 사진촬영도 허용된다. 서점에서는 오리지널 작품화집이나 유명사진가의 사진작품 촬영이 허용되지 않지만 여기서는 자유롭다. 서점이나 일반도서관보다 자료가 많고 사진 촬영도 자유롭기 때문에 서점보다 아트도서관의 장점이 훨씬 많아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신에 대출은 하지 않는다.”

◇국내최대를 넘어 세계 최대 미술전문도서관 면모 갖출 터

-상상했던 것 보다 공간과 도서 보유 규모가 대단하다. 국내 최초 미술전문도서관으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규모다. 한 달 유지비만 해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어떤가.

“새로운 도서 구입비를 제외하고도 한 달에 1천 여 만원의 유지비가 예상된다. 도서관 공간이 내 소유여서 건물세는 나가지 않지만 규모가 방대해서 월 운영비가 만만찮다. 도서관을 개관했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들어갈 운영비를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기대치 제로로 시작했고 각오도 하고 있어 잘 될 거라 믿는다.”

-기대치 제로로 시작했다고 하지만 운영비가 없으면 결국 어려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복안이 있나.

“복안이라고 할 만한 묘책은 없다. 어차피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묵묵히 할 뿐이다. 도와주신 분들이나 미술관계자들이 2~3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원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일반인들의 책 기증도 적극적으로 받을 예정이다.”

-그것만으로 유지될 것 같지 않다.

“사업자등록증을 내서 CMS를 신청해 후원용 리플렛을 만들어 정기적인 후원자도 모집하고, 기업후원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각 대학교 후원을 모색하고 후원한 대학 학생들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현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밀알이 되는 이런 도서관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후원 형태로 함께 이끌어 가야한다. 만인이 예술을 향유하듯이 말이다.”

-도서와 미술품 판매도 병행하게 되나.

“보유하고 있는 도서들 중에서 여러 권인 경우 한권만 남기고 판매할 계획이고, 도서관 내에 갤러리와 해외전문서적 판매도 병행해 수익 창출을 다변화 해 나갈 계획이다. 일단은 유지비를 어떻게든 벌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나.

“지원 받으면야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지속적이지 않거나, 또한 운영에 있어 제약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금전적으로 어렵겠지만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운영할 때 도서관 운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 수준에서 향후 더 추가할 내용이 있나.

“아동미술코너를 만들고 싶다. 아직 준비는 안됐지만 향후 구성할 계획으로 팻말을 만들어 붙이고 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그리고 예술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 분야도 확대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구시민 모두가 즐기는 공간이 꿈

-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긴가민가하고 오신다. 하지만 막상 와 보고는 규모와 진정성에 놀란다. 이 만큼인지는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고, 자료의 수준에도 놀란다.‘이런 좋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그때가 가장 보람 있다.”

-국내 최초 미술전문도서관 개관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국에 없는 미술전문도서관이 대구에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가치가 크다고 본다. 언제든 자료가 필요하면 찾아 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해 주는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있다. 또 학생들이 자료가 없어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없던 것을 여기서 가능하도록 해 주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갈 수 있는 것도 의미로 꼽힌다.”

- 미술 전공자도 아니면서 미술 관련 일을 평생 해왔다. 왜?

“처음에는 서적상으로 시작했지만 미술이 좋아 갤러리도 운영하게 됐다. 이유는 없다. 그냥 미술이 좋았다. 지금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작품 제작도 해 보고 있다.”

-미술에 대한 진화의 끝이 어디인지 놀랍다. 어떤 작품들을 만드나.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이다. 첫 작품은 ‘페이퍼의 부활’로 제목을 붙였다. 디지털의 발달로 페이퍼 문화가 캡슐처럼 가둬져 있다가 부활한다는 컨셉이다. 올해 아트페어에 출품 해 볼까 계획 중이다.”

-미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천 년 전, 이천년 전에 미술대학 없어도 미술은 존재했다. 피카소도 70세가 넘어서 비로소 아이처럼 자유롭게 그리는 것 터득했다고 했다. 미술은 모든 이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특정인들의 향유물이 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인식 바뀌어야 한다. 작가가 모티브를 받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을 즐기면서도, 일반인들도 생활 속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어야 한다. 요즘 시대는 미술의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져서 이런 일이 가능해 졌다. 거듭 말하지만 예술은 모든이들의 향유물이 돼야 한다. 우리 도서관은 미술의 이런 가치와 역할을 추구한다.”

-이 많은 책들 중 직접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하루 50~200권 정도의 책 이미지를 보고 목록과 내용을 훑는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보지는 못한다. 이제 시간이 나면 커피 한잔 앞에 놓고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찬찬히 읽어나갈 계획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감이 밀려온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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