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치맥 파티
수성못 치맥 파티
  • 승인 2014.08.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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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락 수필가
오늘 모임은 ‘치맥 파티’라고 이름 붙였다. 집사람의 고등학교 동기 여섯 명에다 각 남편을 끼운 부부모임이다.

승용차가 서너 대씩 움직이니 대식구인 셈이다. 매번 큰 기대와 설렘으로 따라 나선다.

장소는 최근 많은 인파와 볼거리로 각광을 받는다는 수성못 유원지를 택했다. 더위도 식히고 느지막이 옛 추억도 되씹어 볼 겸 선뜻 동의한 것이다. 한더위, 토요일 밤인지라 주변은 벌써 후끈댔다.

수성못에 대한 추억은 이 고장 사람이면 한 두어 개쯤은 다 가지고 있을 법하다. 어릴 적 나는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몇 번 간 적 있는데 고기를 몇 마리 잡았는지는 기억이 없고 단지 그 못의 위용에 매우 놀랐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높다란 못 둑을 힘들게 올라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못의 크기, 넘실거리는 물결에 압도당해 감히 대적하지도 못할 한 물체로 인지되었다. 때론 수업을 파해 친구들과 수성 들녘을 다니며 개구리를 잡거나 새알을 갖고 노닥거리다가 집에 돌아오면 하루해가 저물곤 했다.

그런 곳이 이제 딴 세상이 됐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가가 밀집되어 종일 사람과 차들로 북적인다.

둘레엔 사시사철 즐길 수 있게 나무와 잔디를 가꾸고 흙길을 다져놓아 운동하기에 편리하고 군데군데 무대와 관중석을 설치해 멋진 공연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수시로 펼쳐지는 공연인지라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관람하다가 싫증이 나면 가면 된다. 바로 산 밑에는 대구 최초의 호텔, 육십 년대 당시 대통령이 자주 머물렀다는 유명한 호텔 간판이 뽀얀 네온 빛을 발하며 내려다보고 있다.

근처 야경은 더 말해 무엇하랴. 못 한가운데 섬을 주목한다. 대게 섬이 그렇듯이 신기함과 상상의 돛을 달게 해 뭔가 궁금증을 낳게 한다.

볼 때마다 그 속에 푹 빠져 한 며칠 쉬었다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수초 사이로 물고기가 노닐고 유람선과 오리 배가 뜬 거기엔 정과 동이 꿈틀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리듬을 타며 하늘로 치솟는 분수 쇼는 그중에 으뜸이다. 요리조리 갖은 재주를 부리며 보는 이를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인간의 욕망을 물을 통하여 표출하고 음악에 맞춰 멋들어진 조화를 이뤄내니 진정 예술의 극치가 아닐까 싶다.

관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여 근사하게 해놓아도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물밀 듯 모여드는 건 바쁜 요즘시대에 얼마나 귀하며 큰 업적인가. 저절로 발 춤을 추게 하는 공연에 한껏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헤어짐을 알리는 곡이 아쉽게 한다.

그렇지만, 아쉬워할 틈이 없다. 얼마안가 또 한쪽에서 잔잔한 기타 소리로 유혹한다. 남녀 교대로 노래를 부르는 데 자선사업인지라 많은 사람이 호응하고 있다. ‘바로 이거야!’ 우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예 무9대 한쪽에 자리를 잡는다.

파티가 별거든가. 한 손에 캔 맥주, 또 한 손엔 안주를 든다. “모두를 위하여~~” 이제부터 나이 따위는 잊는 거다. 한 삼십 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손뼉도 치고 환호하며 세상 골칫거리는 저 물속에 훌훌 던져 버리자.

열 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쪽에서 장단을 맞추니 그날의 공연 분위기는 자연스레 우리 쪽으로 쏠리는 듯 했다.

무명가수이지만 노래솜씨가 일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팝송이며 트롯 포크송 등 절절히 섞어 부르는 감미로운 음악은 무더위를 깡그리 씻어 주었다. 그 소리는 바람결에 수성 호수로 광장으로 구름 위로 번져 지나가는 이도 멈추어 섰다.

우리의 극성스런 아니 열중하는 관중 태도에 힘입어 팀의 한 명은 무대에서 노래도 한 곡 부르는 행운을 안았다. 감회에 젖은 듯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열창을 했다.

많은 갈채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그의 노래는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곱고도 힘이 넘쳐났다.

아! 바람도 잠시 멈추는 듯 했다. 왜일까. 문득 나는 팀의 일원이 된 자부심,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음이 고마웠던 것이다.

훌쩍 자정이 넘었다. 모두 낯선 사람들이지만 한 몸, 한목소리가 되어 공연은 끝이 나도 얼른 자리를 뜨지를 못한다. 그래서 우리 이곳에 뿌리내린 걸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인생의 참맛과 운치를 한 아름씩 안겨준 오늘 ‘치맥 파티’, 이런 날이 얼마나 더 올 수 있으려나.

깊은 여름밤, 때마침 저 수성못가 휘영청 달도 가만 엿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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