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경북대학교 교수·대구혁신100일위원회 위원장
원탁회의란 영어의 round table conference에서 번역한 것으로서, 상하개념이 없는 좌석배치로 시민 누구나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하는 토론형태를 말한다. 원탁회의는 단순한 토론으로부터 정책제안과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원탁회의는 대의민주주의의 필수적인 동반자로서 시민과 소통하고 협치하는 거버넌스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좋은 형태는 물론 직접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국가의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게 되었고, 국민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대변해 주는 간접민주주의제도를 고안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회나 의회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의민주주의제도가 가진 한계와 맹점을 잘 알고 있다. 국민과 주민을 대변하라고 뽑은 의원들이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나 소속한 당의 의견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고 또는 자기를 뽑아준 지역민의 의견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사회에서나 한 제도가 완벽하게 작동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간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주민참여제도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주민참여제도에는 주민소환제, 주민예산참여제도, 정책토론청구제, 시민원탁회의 등이 있는데, 이들을 모두 참여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대구에서는 이런 주민참여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해 보지 못했는데, 원탁회의를 시작으로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참여민주주의가 대구에서도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 우리는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다원적 융합적 시대에 살고 있다. 각 지자체들에게 시민들과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한 과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 민선6기 권영진 시장은 시민을 주인으로, 또 시장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이제 시민인 우리도 그동안 버려두었던 의관을 정제하여 제대로 면모를 갖추어야 할 때가 왔다. 시민들은 이제 “주인”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본 때” 나게 “시장”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소통하는 방법으로 우선 원탁회의에 참석하여 직접 참여민주주의를 경험해 보는 일부터 추천한다. 이번에 실시되는 원탁회의의 주제는 안전과 청년이다. 그동안 대구는 낙동강 페놀사태나 지하철 참사 등으로 사고와 재난의 도시로 오명을 쓰고 있고, 청년들은 매년 만 명씩 떠나는 베트맨의 고담(Gotham)시티로 인식되고 있다. 원탁회의는 대구를 안전하고 편안한 도시,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이 직접 광장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이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 문제”에 참여함으로써 좋은 시정파트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첫 원탁회의는 참석자들에게 대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쟁점토론으로 서로 학습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나아가서 참여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습과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소통과정을 통하여 시민들은 배움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며, 진정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 시민이 행복한 사회로 대구로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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