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날개는 달았지만 …
부동산 시장, 날개는 달았지만 …
  • 승인 2014.08.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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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최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린다고 한다. 한 부동산 조사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최경환 부총리가 현 정부의 2기 경제팀 수장으로 내정되기 직전인 6월 초 시세기준으로 627.3조원이던 서울 아파트 총액이 8월 초 631.3조원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불과 두 달만에 서울 아파트 시세총액이 4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바야흐로 부동산 경기가 날개를 달고 날게 된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동요하게 된 것을 두고, 언론은 이른바 ‘최경환 효과’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는 부총리로 내정된 직후부터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를 예고했고 취임한 후 이를 실행에 옮겨가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라고 비유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 각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후에 부동산 경기부양책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가계소득확대세제 등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들고 나왔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도 언급했다. 한은 총재를 만나 재정과 통화신용정책에 의한 수요 진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들을 제안하면서, 최 부총리는 “경제 난제를 풀려면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취지는 대체로 옳은 것처럼 보인다. 당면한 경제의 어려움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겹겹이 쌓인 구조적이고 복합적 문제가 표출된 결과”라는 최 부총리의 진단은 공감할만하다. 경제구조를 수출 주도형에서 가계소득 중심으로 전환시키려는 정책은 진보론자들에게도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호황과 7.30 재보선에서 여당의 압승은 이러한 경제정책에 대한 호응이라고 할만하다.

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반응을 등에 업고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보건·의료, 관광·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15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18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료 영리화 촉진책이 포함되었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나 복합리조트 설립 지원 등 산지 개발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도 들어있다.

대체, 정부의 경제정책에는 어떤 일관성이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공약 때부터 창조경제와 함께 경제민주화를 외쳤지만, 취임 후에는 경제민주화를 완전히 포기한 상태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전경련 등 재계와 지자체장들의 요구 사안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전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의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이나 서비스산업 투자 대책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통해 시행되어야하기 때문에, 아직 그 실효성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시작한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에 대해서는 먼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서울 지역 아파트 총액이 4억원 증가한 것은 절대적으로 엄청난 액수이지만, 실제 기준 시점에 비해 0.6% 증가한 것이다.

사실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DTI와 같은 대출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은행에서는 정책 취지와는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집을 담보로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이나 자녀 학자금 등 생활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더 몰린다고 한다. 대출규제 완화가 정부 정책의 의도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 활성화보다는 가계 부채만 더 늘릴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문제는 부동산 규제완화의 효과가 서울 강남 3구와 기타 지역 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증가한 4조원 가운데 61.5%는 강남, 서초, 송파구가 차지했고, 그 외 12개 구는 미미하게 증가했으며, 나머지 13개 구에선 오히려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하여, 증가한 지역은 강남 등 4개구에 불과했다. 결국 부동산 규제 완화의 혜택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만 집중된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빚어내는 양극화 문제는 임대소득과세 방침의 폐지 조짐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시세가 설령 오르더라도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규제완화 정책은 부동산 시장 나아가 경제 전반의 활성화를 위해 날개를 달아 준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날더라도 한쪽 날개로만 날 경우 추락할 것이다. 비록 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어디로 날아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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