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가 올 하반기에 운용 가능한 예산은 각각 1조원과 5조3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지자체 예산을 하반기에 60% 이상 집행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올 해는 경기부양이라는 정부방침에 따라 상반기에 대부분 소진시킨 때문이다.
예산은 행정의 동맥이다. 바닥난 곳간을 정부가 채워주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국토해양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내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전체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예산 30% 정도를 투입키로 하고, 대구·경북 등 전국 지자체와 SOC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동냥은커녕 쪽박까지 깰 판국이다.
시-도는 하반기 재정운용을 위해 1천607억 원과 600억 원의 지방채를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지방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데 따른 현실을 빚을 내 채우는 것으로 타개한다는 발상이다. 그렇잖아도 시-도의 부채 규모가 2조7천68억여 원과 1조원 정도에 달하는데 여기다 또 빚을 보태면 결국 지역민들에게 그만큼의 세수부담이 더해진다. 교부세 감소와 예산조기집행 독려를 거듭 원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상반기에 대구시는 예산조기집행으로 목표액의 106.9%를, 경북도는 111.5% 달성했다고 하나 경기부양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 서민생활과 관련된 각종 사업과 주요 추진사업, 신규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더 늦어지게 되면 시민들의 불편만 더 늘어나게 된다.
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2차 추경예산에서 유아교육진흥원 설립비 82억 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 비근한 예다. 이래서“지역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한 예산조기집행 방침이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만 불러왔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방침이 일정 맞추기 실적높이기 등 지자체의 예산낭비로 이어지면서 지자체의 재정운용에 혼란만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형편에 정부가 예산지원이 어렵다고 지방채 발행을 늘리도록 권하는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도로 악화시켜 뒷날 큰 화근을 만들 우려가 있다. 최상의 해법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지역 분위기는 지역출신 정치인들이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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