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의도 콕 찝어낸 정선영의 완벽 연출
푸치니 의도 콕 찝어낸 정선영의 완벽 연출
  • 황인옥
  • 승인 2014.10.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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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투란도트’
공연 사흘간 만석행진
원작자 중국설화 복원
음악·시대적 배경 공감
작품이해 높인 무대장치
거대한 벽, 차가운 권력 상징
인물 내면 드러낸 실루엣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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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장면 제공=장현준
중국의 설화에 푸치니가 곡을 붙이고 대한민국의 정선영이 연출한 다국적 합작품인 오페라 ‘투란도트’가 제12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결과는 성공적. 축제 개막일인 지난 2일부터 4일에 걸친 공연기간동안 객석은 만석행진을 이어갔고, 관객들의 박수와 칭찬은 끊일 줄을 몰랐다. 역시 푸치니, 역시 정선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역사적인 아픔에 의해 생긴 치명적인 상처로 이웃 왕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중국 명나라의 공주 ‘투란도트’와 폐망국인 원나라의 몽골-타타르 족 왕자 칼라프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죽음의 사도와도 같은 차가운 얼음공주 투란도트가 칼라프 왕자를 통해 따뜻한 온기를 되찾는다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감에 공감을 입히다

이번 무대는 설화를 쓴 원작자와 오페라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푸치니, 연출을 맡아 자신만의 색을 입힌 연출가 정선영의 합작이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심지어 살다 간 시대마저 제각각인 이들이 어떻게 이처럼 완벽한 감정 이입으로 한 무대에서 깊은 공감대로 조우할 수 있었을까.

”연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업은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읽어내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한 정선영의 말에서 단초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었다.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의 설화다. 중국 색이 담겨지지 않으면 이 작품의 공감도는 떨어 질 수밖에 없다. 중국적 색채를 그대로 살려 ‘공감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푸치니는 평생 한번도 중국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중국 음악을 공부하는 것 뿐. 결국 그는 중국 음악에 대한 공부와 이해도를 바탕으로 중국의 음악 선율과 음계를 끊임없이 오페라 속에 등장시키며 빼어난 동양 소재의 오페라를 완성할 수 있었다.

◇몰입에 몰입을 더하다

이번 무대를 연출한 정선영에게 ‘공감대’ 구축을 위해 내려진 과제는 두 가지였다. 원작자가 담아 놓은 보편성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되살리고, 푸치니가 작곡 속에 숨겨놓은 의도를 충분히 읽어내고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선영 특유의 ‘공감 지점’이 필요했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공감 지점은 물성적 측면의 무대장치와 차가운 권력의 횡포, 그로 인한 군중의 피폐한 삶이라는 관념적인 측면 두 가지로 압축됐다.

특히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고 그녀가 권력관계로 차용하며 활용한 것이 무대장치였다. 객석 가까이에서 천장까지 맞닿은 위압적인 벽은 차갑고 냉정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징했고, 투란도트가 칼라프 왕자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장면에 등장한 실루엣으로만 제작된 중국 궁정은 봉건적인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중국의 권위적인 상하관계를 충분히 반영했다.

빼대로만 제작된 무대의 실루엣은 각각의 전각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민낯처럼 드러내며 사실감을 더했다. 흔히 자막이나 해설로 작품의 부족한 이해도를 보완한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무대장치가 이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페라를 작곡할 당시인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사이의 전쟁기를 겪은 푸치니의 국가 간의 권력 관계와 전쟁, 그에 따른 평화에 대한 염원이 원작 속에 적절히 버무려지며 정선영 특유의 몰입도를 이끌어 냈다.

한마디로 이번 공연의 촌평을 요약하면 이랬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화려한 서막으로 부족함이 없는 세련미 넘치는 공연이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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